[뉴스AS]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수사는 왜 검찰의 ‘자기 부정’이 됐나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권 시절 ‘조작 기소’ 의혹의 진상을 밝히고 공소 취소를 추진하기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11일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19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요구서에 포함된 7개 사건 중엔 대장동 개발 특혜,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쌍방울 대북 송금, 김용 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 말고도 문재인 정부가 타깃이 된 사건들도 있다.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다.
민주당은 왜 이 대통령 관련 사건 외에도 문재인 정부 때 사건을 진상 규명과 공소 취소 대상으로 넣어놨을까? 한겨레는 대전지법에서 2년 넘게 진행 중인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 사건’의 1심 재판 과정을 연속 보도해왔다. 검찰은 총 134권(7만~8만페이지)에 달하는 재판 증거를 등록해놓고 2024년 5월 이 사건 첫 공판에서 “신속 진행을 위해 이 사건만 집중해 다뤄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검찰은 왜 수만 페이지 증거를 제출해놓고 재판을 빨리 끝내자고 조바심을 냈을까? 검찰의 뭉텅이 증거 안에 뭐가 들어 있길래, ‘통계 조작 사건’은 국정조사 대상으로 지목됐을까?
총선 27일 전 검찰의 ‘통계 조작’ 기소
기소 근거는 한국부동산원이 산정하는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에 관한 ‘조작’이었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동산 대책 효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기 위한 목적으로 부동산원을 압박해 125차례에 걸쳐 주택 통계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청와대가 국토부를 압박하고, 국토부가 다시 부동산원을 압박해 매주 발표하는 주택 가격 통계값을 낮게 수정해 조작했다는 얘기였다. 기소 발표 27일 뒤인 4월10일은 22대 총선일이었다.

‘압박 감사’와 녹취록
재판에서 증거로 제시된 녹취록 속에서 부동산 직원들은 ‘감사관이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묻고 또 묻는다’며 괴로워했다. 녹취록은 부동산원 주택통계부의 한 직원이 휴대전화로 몰래 녹음한 내용이다. 수사 중 수십 개의 녹음 파일을 발견한 검찰은 속기사를 통해 녹취록으로 만들었으나, 실제 수사에는 활용하지 않은 채 수만페이지 증거 속에만 집어넣어 법원에 제출했다.
녹취록 안에는 감사 과정에서 부동산원 직원들이 집단으로 느낀 피로감, 압박감, 자괴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여기에선 의견을 묻지 않아, 모든 틀은 조작으로 가”라거나 “자기들끼리 소설을 쓴다” 등 감사 때 상황이 가감 없이 부동산원 직원들 대화 곳곳에 남아 있었다.
8만페이지 속 숨은 증거들
문제가 된 카카오톡 메시지들은 감사원이 부동산원과 국토부 직원들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확보한 것이다. 처음에 검찰은 그중 일부만 재판 증거로 등록했다. 수사를 받으며 윤성원 전 차관은 검사에게 “포렌식한 1년6개월치 단체 카톡방 메시지를 다 보면 내가 통계 조작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여러 차례 확인 요청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일부만 재판 증거로 제출했고, 재판 과정에서 윤 전 차관 쪽이 전체 메시지의 증거 제출을 요청하자 6개월 뒤인 2025년 3월에서야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에서 김수현·김상조 전 실장과 윤성원 전 차관 등 피고인들은 “감사원·검찰이 함께 ‘통계 조작’을 조작한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 전 차관을 대리하는 윤성현 변호사는 “포렌식 증거인 카카오톡 메시지를 검사가 임의로 편집해 대화 내용을 조작한 다음 이를 조사 대상에게 제시했을 뿐 아니라 재판 증거로 제출까지 했다”고 말했다. 또 “검찰 수사의 전제가 된 감사원 감사 자체가 위법하게 진행된 것이다. 검찰이 본인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편집해 수사·기소에 활용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재판에 증거 제출하지 않은 것도 객관 의무를 위반한 위법”이라고 했다.
“조작 사건 아니다”…검찰의 자기 부정

그러나 2024년 3월 기소 당시 검찰은 보도자료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국민의 삶과 직결된 국가통계를 조직적으로 ‘조작·왜곡’했다”며 사건의 핵심이 통계 ‘조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놓고 1년4개월 만에 그것을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재판 내용이 알려진 직후 민주당도 “전 정권이 문재인 정부가 통계를 조작했다고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부동산원 직원들을 압박 조사했다. 국정조사를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이후 흐지부지됐다. 그리고 1년 만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과 묶여 국정조사 대상이 된 것이다. 이 사건이 국정조사에서 그간 검찰의 행태를 증명할 ‘키맨’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검찰, “이게 사법부냐” 법정 모욕 ‘김용현 변호인’ 구속영장 청구
- 이 대통령 “지정학적 리스크는 과장…하기에 따라 코리아 프리미엄”
- 윤석열, ‘무기징역’ 1심 판결문 전문 공개…‘1206쪽·비실명’
- 이란, ‘안보 수장’ 라리자니 사망 공식 확인…“가혹한 복수할 것”
- ‘의원직 상실’ 양문석 “재판소원 안 한다”
- 6년간 경찰 퇴직 뒤 ‘로펌행’ 최소 144명…참여연대 “수사 공정성 침해 우려”
- ‘중동 간 한국 사드 언제 돌아오나’…미 국방차관 “모른다” 확답 피해
- [단독] 현직 검사, 특사경 지휘 필요성 항변 “권한 남용 막을 길 사라져”
- 강훈식 “UAE 원유 1800만 배럴 추가…총 2400만 배럴 수급”
- “왜 전라도 출신이 충북 선거 좌지우지?”…공천 배제 김영환 ‘뜬금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