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수사는 왜 검찰의 ‘자기 부정’이 됐나

최예린 기자 2026. 3. 1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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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권 시절 ‘조작 기소’ 의혹의 진상을 밝히고 공소 취소를 추진하기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11일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19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요구서에 포함된 7개 사건 중엔 대장동 개발 특혜,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쌍방울 대북 송금, 김용 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 말고도 문재인 정부가 타깃이 된 사건들도 있다.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다.

민주당은 왜 이 대통령 관련 사건 외에도 문재인 정부 때 사건을 진상 규명과 공소 취소 대상으로 넣어놨을까? 한겨레는 대전지법에서 2년 넘게 진행 중인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 사건’의 1심 재판 과정을 연속 보도해왔다. 검찰은 총 134권(7만~8만페이지)에 달하는 재판 증거를 등록해놓고 2024년 5월 이 사건 첫 공판에서 “신속 진행을 위해 이 사건만 집중해 다뤄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검찰은 왜 수만 페이지 증거를 제출해놓고 재판을 빨리 끝내자고 조바심을 냈을까? 검찰의 뭉텅이 증거 안에 뭐가 들어 있길래, ‘통계 조작 사건’은 국정조사 대상으로 지목됐을까?

총선 27일 전 검찰의 ‘통계 조작’ 기소

윤석열 정부 때 감사원은 2022년 9월26일부터 1년가량 감사를 벌인 뒤 2023년 9월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부동산원의 통계 작성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수치를 조작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국토부 관계자들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바통을 넘겨받은 대전지검은 6개월 뒤인 2024년 3월14일 ‘청와대가 주도해 부동산 통계를 조작했다’며 문재인 정부 대통령실의 김수현·김상조 정책실장, 국토부의 김현미 전 장관과 윤성원 전 차관 등 11명을 기소했다.

기소 근거는 한국부동산원이 산정하는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에 관한 ‘조작’이었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동산 대책 효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기 위한 목적으로 부동산원을 압박해 125차례에 걸쳐 주택 통계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청와대가 국토부를 압박하고, 국토부가 다시 부동산원을 압박해 매주 발표하는 주택 가격 통계값을 낮게 수정해 조작했다는 얘기였다. 기소 발표 27일 뒤인 4월10일은 22대 총선일이었다.

서정식 당시 대전지검 차장검사가 2024년 3월14일 오후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 통계 조작 의혹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압박 감사’와 녹취록

검찰 수사의 전제가 된 감사원 감사의 주요 대상은 부동산원 직원들이었다. 재판의 첫번째와 두번째 증인도 부동산원 직원들이었다. 감사원과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부동산원은 직접 통계 조작을 한 ‘행위 주체’이지만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다. 대신 8개월 넘는 압박 감사와 그 내용을 확인하는 검찰 조사를 받았다. 감사원은 공식 감사 기간(2022년 9월26일~2023년 3월31일)이 끝난 2023년 4월 이후로도 본사가 대구에 있는 부동산원 직원들을 2~3일에 한 번꼴로 15~20차례 이상 서울로 불러 조사했다. 강도 높은 조사는 자주 새벽까지 이어졌다.

재판에서 증거로 제시된 녹취록 속에서 부동산 직원들은 ‘감사관이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묻고 또 묻는다’며 괴로워했다. 녹취록은 부동산원 주택통계부의 한 직원이 휴대전화로 몰래 녹음한 내용이다. 수사 중 수십 개의 녹음 파일을 발견한 검찰은 속기사를 통해 녹취록으로 만들었으나, 실제 수사에는 활용하지 않은 채 수만페이지 증거 속에만 집어넣어 법원에 제출했다.

녹취록 안에는 감사 과정에서 부동산원 직원들이 집단으로 느낀 피로감, 압박감, 자괴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여기에선 의견을 묻지 않아, 모든 틀은 조작으로 가”라거나 “자기들끼리 소설을 쓴다” 등 감사 때 상황이 가감 없이 부동산원 직원들 대화 곳곳에 남아 있었다.

8만페이지 속 숨은 증거들

이후 재판에선 감사원과 검찰이 증거를 ‘편집한’ 정황들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청와대 관계자가 주택 통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질책하고, 부동산원의 사전 보고 폐지 요청도 예산 삭감을 압박하며 묵살했다’며 김상조 전 실장을 수사의뢰했고, 검찰도 같은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감사 과정에 부동산원 간부들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활용하면서 자신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문장만 삭제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확인됐다. 검찰 역시 ‘윤성원 전 차관이 청와대 압박으로 통계 조작이 이뤄지게 지시했다’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데 불리한 카카오톡 메시지는 삭제·편집한 형태로 수사 과정에서 이용한 사실이 재판에서 드러났다.

문제가 된 카카오톡 메시지들은 감사원이 부동산원과 국토부 직원들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확보한 것이다. 처음에 검찰은 그중 일부만 재판 증거로 등록했다. 수사를 받으며 윤성원 전 차관은 검사에게 “포렌식한 1년6개월치 단체 카톡방 메시지를 다 보면 내가 통계 조작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여러 차례 확인 요청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일부만 재판 증거로 제출했고, 재판 과정에서 윤 전 차관 쪽이 전체 메시지의 증거 제출을 요청하자 6개월 뒤인 2025년 3월에서야 법원에 제출했다.

2024년 3월14일 대전지검이 발표한 ‘국가통계 조작 사건 수사결과’란 제목의 보도자료의 첫머리. 최예린 기자

재판에서 김수현·김상조 전 실장과 윤성원 전 차관 등 피고인들은 “감사원·검찰이 함께 ‘통계 조작’을 조작한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 전 차관을 대리하는 윤성현 변호사는 “포렌식 증거인 카카오톡 메시지를 검사가 임의로 편집해 대화 내용을 조작한 다음 이를 조사 대상에게 제시했을 뿐 아니라 재판 증거로 제출까지 했다”고 말했다. 또 “검찰 수사의 전제가 된 감사원 감사 자체가 위법하게 진행된 것이다. 검찰이 본인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편집해 수사·기소에 활용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재판에 증거 제출하지 않은 것도 객관 의무를 위반한 위법”이라고 했다.

“조작 사건 아니다”…검찰의 자기 부정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에 의해 발굴(?)된 ‘녹취록’ 증거의 존재가 지난해 7월 보도를 통해 세상에 드러나자 감사원도 검찰도 반응했다. 담당 감사관들은 사내 게시판에 보도 내용을 반박하는 장문의 글을 올려 억울하다고 호소했고, 검찰은 ‘애초 이건 통계 조작 사건이 아니다’라며 자기부정을 했다. 수사 담당 검사는 “애당초 이 사건 공소사실은 청와대·국토부 인사들이 통계 업무 종사들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이지, 조작인지 아닌지 따지는 것과는 무관하다”며 재판정에서 구두로 공소장 범죄일람표에 적힌 ‘조작’이란 단어까지 ‘수정’이라고 고쳤다.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의 김수현(왼쪽), 김상조 전 정책실장이 지난해 7월16일 대전지법에 열린 ‘통계조작 의혹 사건’ 피고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그러나 2024년 3월 기소 당시 검찰은 보도자료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국민의 삶과 직결된 국가통계를 조직적으로 ‘조작·왜곡’했다”며 사건의 핵심이 통계 ‘조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놓고 1년4개월 만에 그것을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재판 내용이 알려진 직후 민주당도 “전 정권이 문재인 정부가 통계를 조작했다고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부동산원 직원들을 압박 조사했다. 국정조사를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이후 흐지부지됐다. 그리고 1년 만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과 묶여 국정조사 대상이 된 것이다. 이 사건이 국정조사에서 그간 검찰의 행태를 증명할 ‘키맨’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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