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방미심위, ‘국가검열기구 우려’ 털어낼까

전종휘 기자 2026. 3. 1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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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과제는 심의 독립성 강화
‘공소취소 거래설’ 논란 불똥튈 뻔
정보통신망법 7월 시행 맞춰
허위조작정보 기준 구체화 시급
지난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입틀막 심의 행동대장”이라며 퇴진을 압박 중인 김우석 위원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나가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더 강력해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원회(방미심위)가 1년 만에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최근 김어준씨 방송에서 불거진 ‘공소 취소 거래설’ 때 청와대 반응에서 나타난 것처럼 방미심위가 언제든 국가검열 기구화할 위험성을 띠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방미심위가 전임 류희림 위원장 시절과 같은 논란을 겪지 않기 위해선 초기 자리매김을 잘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방미심위는 지난 12일 위원 9명이 모인 가운데 첫 전체회의를 열어 고광헌 위원장과 김민정 부위원장을 선출했다. 지난해 4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시절 마지막 전체회의를 한 뒤 거의 1년 만이다. 하지만 지난 16일 2차 회의에 이르기까지 상임위원은 뽑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김우석 위원이 유력했으나, 안팎의 반대가 워낙 심한 탓이다. 전국언론노조 방미심위지부는 류 위원장 시절 심의위원으로 활동하며 정치 편향 심의를 주도한 김 위원을 “입틀막 심의 행동대장”으로 규정하고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방미심위는 23일 2차 회의에서 다시 상임위원 선출을 시도한다.

상임위원 선출 뒤 방미심위가 처리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이미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지난달 3일 전에 꾸렸어야 할 6·3 지방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우선 출범시켜야 한다. 17일 방미심위에 따르면, 이용자 민원, 기관 협조 요청 등으로 들어와 위원회 심의를 기다리는 사건만 해도 통신 관련 17만건, 방송 9300건, 디지털 성범죄 관련 3만1200건 등 모두 21만여건에 육박한다.

‘류희림 방심위’ 시절부터 이어진 국가검열기구 논란은 고광헌 체제의 방미심위가 넘어서야 할 가장 큰 산이다. 류 전 위원장 때는 공정성을 이유로 한 정치 편향 성격의 제재가 방송사들에 남발됐다. 전 대통령 윤석열씨의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발언 보도 관련 방심위가 문화방송(MBC)에 내린 과징금 3000만원 처분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1일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전 정부 때 방심위가 내린 제재 중 1심 선고가 나온 30건 모두 패소한 셈이다.

더욱이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민간인 신분이었으나 지난해 10월 시행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에 따라 고광헌 방미심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인 정무직 공무원이 됐다. 과잉 편향 심의 시비가 일면 국가검열기구 논란이 일기에 더 좋은 환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공지능(AI) 가짜뉴스’ 대응을 선포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범정부 컨트롤타워로 지명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심의 기능을 가진 방미심위가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본다.

예전 방심위원을 지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미디어영상홍보학과)는 “방미통위는 규제기관이고 방미심위는 심의기관으로서 어차피 두 기관이 함께 가짜뉴스 대응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 침해 같은) 위헌 논쟁이 없도록 관련 규정을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며 “현 체제는 류희림 같은 위원장이 오면 국가검열 기구화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 만큼 이번 방미심위가 초반에 운영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미심위가 언제든 국가검열 기구화하거나 정부가 그런 역할을 주문할 수 있다는 우려의 징후는 이미 발생했다. 최근 문화방송(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가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와 검찰의 보완수사권 거래설’을 제기한 뒤 여권 내부의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3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사사건건’에 출연해 “자칫 정부와 정책의 국민적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부적절한 가짜 뉴스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서 조사가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 방송은 인터넷신문으로 등록돼 방미심위 심의 대상이 아니다. 언론중재위원회 적용 대상이다. 청와대는 홍 수석 발언 몇시간 뒤 ‘인터넷 언론은 방미심위 심의 대상이 아니라, 언론중재법에 따른 중재 대상’이라고 정정 공지했다. 위원장이 장관급 정무직 공무원인 방미심위가 언제든 정부에 의해 가짜뉴스로 지목된 사안에 불려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오는 7월부터 ‘허위조작정보’를 유통금지 대상으로 삼은 개정 정보통신망법의 시행은 방미심위가 독립적 성격의 심의기구인지 아닌지를 보여줄 바로미터다. 개정 단계부터 지나치게 개념이 모호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빚은 허위조작정보의 개념과 관련해선 우선 방미통위가 시행령 제정 때 보다 구체화한 기준을 내놔야 하고 방미심위는 이를 토대로 심의규정을 다시 손봐야 한다.

지난 13일 한국방송학회가 연 ‘합리적인 방송미디어 심의제도 개선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희경 공공미디어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불법정보 규정이 확대되고 허위조작정보가 신설됨에 따라 방미심위의 심의 대상이 사실상 무한정 확대될 수 있다. 이는 헌법의 사전 검열 금지 원칙과 표현의 자유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며 “방미심위가 허위조작정보를 판단하는 주체가 되는 구조에서는 심의위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동일한 보도가 허위조작정보가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구조로 변질된다”고 짚었다. 김 위원은 심의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법정 제재를 위한 의결 땐 재적 위원 과반 출석에 출석 위원 과반 찬성 대신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하고 여러 시청자나 이용자가 심의에 참여하는 시청자 심의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 위원들이 참석해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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