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급식실 ‘1억짜리 조리 로봇’ 수발드는 노동자들…“업무 더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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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장에선 조리로봇이 급식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급식 노동자들도 로봇이 조리하는 동안 곁에서 지켜보는 '감시 노동'으로 업무가 줄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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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로봇 도입해서 일이 줄었냐고요? 별 차이를 못 느끼겠는데요.”(지난해 급식실에 조리로봇을 도입한 경기도 한 학교의 조리사 ㄱ씨)
전국 시·도교육청이 학교급식 노동자의 노동 강도를 낮추고 조리 환경을 개선하겠다며 조리로봇을 도입했지만, 현장에선 큰 차이를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대에 1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교육 당국이 효과를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 의원실이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조리로봇 도입 현황을 보면, 10개 교육청 48개 학교에 조리로봇 53대가 설치됐다. 2023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조리로봇을 도입한 서울이 15대로 가장 많고, 경기(13대), 경북(9대), 인천(5대), 강원(4대), 부산(3대) 순서다. 대구·광주·전북·제주는 1대씩 도입했다. 조리로봇은 튀김, 국·탕, 볶음 등이 가능한 다기능 로봇과 단일 기능의 전용 로봇 등으로 나뉜다.
교육청들은 “조리 인력의 부족으로 인한 급식 종사자의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조리로봇을 도입했다”(서울시교육청)고 밝혔다. 또한 급식 노동자의 폐 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고, 고온 노출 문제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조리로봇이 급식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ㄱ씨는 “볶음 요리의 경우 로봇팔이 대신 저어줘 팔 힘은 덜 쓰게 되지만, 아낀 힘을 로봇 청소하는 데 써야 한다”며 “도입 이후 노동 강도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서울 한 학교의 조리실무사 ㄴ씨는 “조리로봇이 일하는 속도에 맞추다 보니 업무 시간이 늘어나고 오히려 휴식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비용 대비 효율이 낮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리로봇 1대당 예산은 기증분을 제외하면 약 1억5천만원이다. ㄴ씨는 “사람 조리사와 비교하면 만들 수 있는 메뉴 종류가 한정돼 있다. 현재 국·탕 기능은 전혀 쓰지 않고, 튀김 기능도 일주일에 1∼2회 쓰는 정도”라며 “비싼 로봇을 들이는 것보다 사람을 채용해 1인당 식수 인원을 낮추는 게 노동 강도를 직접 낮출 수 있는 방안 아니냐”고 했다. 경기도 한 학교의 조리사 ㄷ씨도 “조리로봇 예산으로 환기시설을 개선하거나 노후 주방 설비를 바꾸는 게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조리로봇이 향후 급식 노동 인력을 줄이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정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정책실장은 “학교 급식을 만드는 것은 다른 산업의 공정과 다르게 표준화하기 어려워서 조리로봇은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학교급식 노동자의 적정 식수 인원 기준을 정할 때 인력 대체 방안으로 검토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급식 노동자들도 로봇이 조리하는 동안 곁에서 지켜보는 ‘감시 노동’으로 업무가 줄지 않는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급식종사자의 노동 강도 완화나 작업환경 개선 측면 등을 고려할 때 조리로봇 도입에 대해 중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조리로봇을 시범 운영한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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