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극우화로 자멸할까? [신진욱의 시선]


신진욱 |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최근 한국 정치에서는 제1야당이 더욱 극우화하면서, 또한 지지율 추락으로 소수화하는 두 과정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 추세가 극우 정당의 자멸로 귀결될지, 아니면 위협적인 반민주 정당이 계속 힘을 발휘할지가 한국 민주주의와 국가의 미래에 중대 변수가 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1987년 이후 40년 역사에서 민주주의와 헌정에 가장 큰 위협을 가하는 정당이다. 이 당의 정치인들은 계엄 해제와 국회 탄핵소추를 조직적으로 거부했을 뿐 아니라, 법원, 헌법재판소 등 헌법기관에 대한 폭력을 공공연히 선동하기까지 했다. 헌재의 탄핵 결정 후에도 계엄 옹호, 내란 부정, 탄핵 불복, 부정선거 음모론의 입장을 고수해왔다.
당내 권력구조에서도 점점 더 순도 높은 극우 정당이 되어왔다. 윤석열 탄핵 후 과정을 보라. 대선 후보 경선에서 전광훈의 동지 김문수가 계엄 반대, 탄핵 찬성 입장의 한동훈을 꺾었다. 대선 후 당대표 선거에선 김문수조차 한동훈계와 윤 어게인을 모두 품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가 초강경파 장동혁에게 패했다. 전한길, 고성국 등 극우 인사들이 차례로 입당했고 한동훈계는 무더기로 제명됐다.
이처럼 극단화된 제1야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 꾸준히 제기된 대안은 정당해산론이다. 민주주의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친위 쿠데타와 같은 실체적 위협에 동조하는 정치단체는 금지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사례와 비교한다면, 국민의힘이 그동안 행한 내란 동조와 극단적 선동은 가공할 만한 위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여러 난점이 있다. 정당은 민주주의의 핵심인데, 국민의힘은 유권자의 20~30%의 지지를 얻고 있고 지난 대선에서 이 당의 후보가 41%의 득표를 했다. 어쨌든 이 당은 상당한 정당성 기반이 있는 것이고, 이를 헌법적 권위로 부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이 정도 지지층을 가진 정당을 금지했다가 지하화, 폭력화하면 극심한 정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고, 반대로 해산 청구가 기각되면 정당성이 더 커져서 지지율이 더 치솟을 수 있다.
이런 복잡성 때문에, 1952년과 1956년에 극우당과 공산당을 해산한 바 있는 독일에서도 그 후 추가 사례가 없다. 최근에는 헌법수호청이 제1야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을 명백한 반헌법적 극우 정당으로 판단했음에도, 정당해산 청구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여기서 딜레마는, 이처럼 극우 정당의 상당한 지지율이 정당해산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이유이면서, 또한 바로 그 ‘상당한 지지율’이야말로 그 정당을 진정으로 위험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해결책은 결국 극우 정치의 지지 기반을 좁히는 것이다. 사회의 기본 가치에 대한 공격에 법적, 도덕적으로 강력히 대응하면서, 이들을 집권 불가능한 세력으로 축소, 약화하는 것이다. 독일어로 ‘방화벽’(Brandmauer), 프랑스어로 ‘방역선’(cordon sanitaire), 영어로 ‘레드 라인’(red line) 같은 은유들은 모두 그 같은 억제와 봉쇄의 함의를 갖는 말들이다.
한국에서는 12·3 이후 다행히도 헌재 결정, 정권 교체, 법원 재판, 이재명 정부의 국정 안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극우 정치의 확장 억제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갤럽 최신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는 66%로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정당 지지율도 더불어민주당 47%, 국민의힘 20%로 벌어졌다. 전국지표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17%까지 떨어졌고, 대구·경북에서도 민주당에 열세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의 이 위기는 어디로 나아갈까? 최선의 시나리오는 보수의 혁신일 것이다. 민주적 규범과 다수 국민의 상식에 충실한 보수 세력이 당권을 쥐고 당을 변화시키는 길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민주당에도 건강한 경쟁자가 생기고, 상호 협력과 견제의 관계가 발전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변화를 위한 현실적 기반이 있을까? 예컨대, 최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계엄 사과, 윤석열 복귀 반대, 헌법 가치 존중을 다짐한 것이 변화의 시작일 수 있을까? 그럴 것 같지 않다.
지금 국민의힘의 문제는 밖으로 내놓는 노선이 아니라, 당을 채우고 있는 세력이다. 당의 중심에는 보수 정치인이 아니라, 이권 집단, 뉴라이트 이데올로그, 극우 유튜버, 윤 어게인 선동가, 내란 가담자들이 있다. 나아가, 그 같은 당 지도부의 선동 정치와 당원·지지층의 극우 성향이 상호 강화하는 기제가 공고해졌다. 당원들을 음모론과 증오 선동으로 오염시킨 것은 정치인들이고, 그런 정치인들을 지도부로 뽑은 것은 당원들이다.
이렇게 극우에 포획되고 폐쇄회로에 갇힌 국민의힘은 자멸의 길을 갈 것인가? 그렇게 단언할 수 없다. 극우화가 고립으로 귀결되리라는 통념은 잘못된 것이다. 많은 사람이 극우가 아니면서도 다양한 동기에서 극우 정치를 지지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그 반민주적 본질이 바뀌지 않은 채로, 향후 이재명 정부나 민주당의 실책과 자만을 틈타 세력을 회복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트럼프 정권의 관세 압력과 파병 요구, 한국 내 극우 세력에 대한 지지 등 국제 환경도 큰 변수다.
박근혜 탄핵 후를 돌아보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는 집권 2년차까지 75%에 달했고, 민주당 지지도는 50%가 넘었으며, 자유한국당은 10%에 불과했다. 너도나도 보수의 궤멸을 말했다. 그러나 집권 3년차 들어 격차가 좁혀졌고, 4년차에 역전되어 윤석열 집권으로 치달았다. 국민의힘은 극우와 절연해서 대선에 이겼는가? 아니다. 그들은 부동산 폭등, 고용난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한 불만을 극단화하고, 여성 혐오, 세대 혐오, 진보 혐오 등 온갖 혐오 정치를 총동원해서 집권했다. 탄핵의 강을 건너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므로 단기적 지지율을 보고 마치 역사의 종언이라도 온 듯이 자만해선 안 된다. 항상 긴장하고 최대 다수의 민주 동맹을 지켜야 한다. 극우 정치를 억제하는 최고의 방법은 그들이 얼마나 무능한 거짓 선동가들인지를 비추어 보여주는 유능한 민주 정치다. 세계 어디서나 극우의 집권은 그들의 사악함과 민주 정치의 무능함의 합작이다. 경제, 복지, 치안, 안보 등 사회 핵심 과제를 해결할 의지와 역량을 민주 정치가 확립할 때, 사람들의 불안과 불만을 먹고 사는 극우 정치는 힘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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