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산불 1년] ① '산불 동선' 다시 따라가 보니…봄 왔지만, 여전히 잿빛

박세진 2026. 3. 18. 05: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산림 복원까지 '최소 30년'…"검게 탄 능선 보면 그날 아픔 떠올라"
역경 딛고 봄 농사 준비하는 농민들…불탄 나무 다시 심으며 재기 노력

[※ 편집자 주 = 경북 의성에서 발화해 동해안과 맞닿은 영덕까지 5개 시·군을 집어삼킨 '역대 최악' 경북 산불이 오는 22일 발생 1년을 맞습니다. 작년 3월 발생한 산불은 태풍급 속도로 번지며 여의도 면적 156배에 이르는 산지·해안을 초토화했고, 27명의 소중한 목숨도 앗아갔습니다. 3천명이 넘는 이재민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이 잿더미로 변하는 순간을 무기력하게 지켜만 봐야 했습니다. 역대급 재난이 지나고 새봄을 맞은 현재 검게 타버린 산자락은 여전하고 피해 주민들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희망을 일구며 일상 복귀를 준비하려는 움직임 또한 곳곳에서 목격됩니다. 지구온난화 등 영향으로 일상이 된 초대형 산불에 더욱 체계적으로 대응하려는 정부·민간 차원의 노력도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경북 산불 발생 1년을 맞아 당시 아픔을 기억하고 더 안전한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그날의 현장을 다시 찾아 집중적으로 취재한 기획 기사 5편을 송고합니다.]

검게 변한 채 남겨진 산림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지난 13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1리 산 능선이 불에 타 검게 변해 있다. 괴산1리는 지난해 경북 산불이 시작된 곳이다. 2026.3.18 psjpsj@yna.co.kr

(의성·청송=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저기 거뭇거뭇하게 보이는 것들이 지난해 산불에 타서 죽은 나무들입니다."

경북산불 발생 1년여 만인 지난 13일 최초 발화 지점인 의성군 안평면 괴산1리를 다시 찾았다.

괴산1리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본격적인 봄 농사를 앞두고 과일나무 전지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주민 김응상(77) 씨는 "마을 주민들 모두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불에 탄 나무를 볼 때면 산불 당시 생각이 다시 떠오른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산 능선에 있는 나무를 가리키며 "거무스름한 건 불에 타 죽은 것"이라며 "산림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려면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산길을 따라 최초 발화 지점인 묘소 가까이에 접근하자 새까맣게 변한 나무들과 살아남은 나무들이 선명하게 대비됐다.

절반가량 타고 남은 나무들 사이로 고라니 한 마리가 뛰어다니는 모습도 목격됐다.

잿가루가 깔린 산길 위로는 마른 낙엽이 내려앉아 시간의 흐름을 짐작게 했지만, 전반적인 모습은 1년 전과 크게 달라져 보이진 않았다.

산림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산불로 피해를 본 산림 면적은 9만9천여㏊.

불에 탔지만 버티고 있는 나무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지난 13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1리 야산에 불에 탄 나무가 남아있다. 2026.3.18 psjpsj@yna.co.kr

괴산1리를 빠져나와 지난해 '산불 확산 흐름'과 같은 안동시 길안면을 거쳐 청송군 진보면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산불 피해 흔적은 쉽게 볼 수 있었다.

당시 의성군을 휩쓴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사흘 만에 안동시 길안면으로 번졌고, 하루 뒤에는 청송군 일대로 확산했다.

길안면 일대에서는 길게 뻗은 능선 전체가 불에 타면서 고사목만 앙상한 모습으로 남겨진 것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산불로 소실됐던 청송(영덕)휴게소도 다시 가봤다.

지금도 임시 휴게소 체제로 운영 중이었다.

청송휴게소 현재 모습 [촬영자 박세진]

청송군청과 상권이 모여 있는 청송읍에서는 벌목 흔적이 여기저기서 목격됐다. 산사태를 우려해 불에 탄 나무들을 베어낸 것으로 보였다.

산불 피해가 컸던 인근 진보면의 모습도 비슷했다. 주민들은 불에 탄 사과나무를 다시 심으며 재기를 준비 중인 모습이었다.

산불감시원으로 활동 중인 주민 서성관 씨는 "비가 오면 나무가 물을 빨아들이지 못하니까 빗물과 흙이 마을로 떠내려올 것에 대비해 나무를 다 베어낸 것"이라며 "군청에서 산림이 복원되려면 30년은 걸릴 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다만 "30년 가지고 나무들이 다시 자라겠나"라며 "벌목하지 않은 곳은 불에 탄 나무하고 잡초들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산불로 농기계랑 사과나무가 타버렸다"며 "생계에 보탬이 되려고 산불감시원 활동을 하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산불로 앙상하게 변한 산림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지난 13일 경북 안동시 길안면 일대 산림이 불에 타 앙상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2026.3.18 psjpsj@yna.co.kr

경북도 등에 따르면 산불 피해를 본 산림을 복원하는 데에는 조림 복원(인공 복원)과 생태복원, 자연 복원 방식이 적용된다.

지난해에는 불에 탄 나무를 대상으로 긴급 벌채 작업을 먼저 시작했다. 총 2천300여㏊를 벌채할 계획이며 진행률은 70%다.

도는 3만5천㏊에 해당하는 산림을 조림 복원할 계획이다. 올해는 우선 2천90ha 구간에 조림 복원을 실시한다.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 일대 354㏊는 자생식물과 자연 재료를 활용한 생태 복원을 진행한다. 동물 서식지 복원도 함께 이뤄진다.

구체적인 산림 복원 계획을 세우기 위해 의성군을 비롯한 5개 지자체는 자체 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자체별 용역 결과에 따라 조림 복원과 자연 복원 면적은 달라질 수 있다"며 "산림 복원 완료까지는 최소 30여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림 복원은 산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산주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종을 선호해 설득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산사태 방지, 벌채한 흔적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지난 13일 경북 청송군 진보면에서 마을 주민이자 산불감시원인 서성관 씨가 벌목한 산림을 가리키고 있다. 2026.3.18 psjpsj@yna.co.kr

경북도는 지난 1월 산불 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조만간 의성군 점곡면 동변리를 산림경영 특구로 지정한다.

나머지 4개 시·군도 미리 발굴해둔 대상지를 특구로 지정할 계획이다.

산림경영 특구는 산불 등 피해지역 산림을 단순 복구하는 것을 넘어 공동·협업 기반으로 규모화해 안정적 소득을 창출하고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제도다.

경북도 관계자는 "각 지역 특성에도 맞고 수익도 창출할 수 있는 수종으로 산림 복구를 진행해 소득을 산주들에게 돌려드릴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psjpsj@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