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사는 세상] ‘은빛 질주’ 스노보드 선수 김상겸...“4년 뒤엔 금메달 따야죠”

황지원 기자 2026. 3.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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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의 첫 메달 소식을 알린 건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의 김상겸 선수(37)였다.

"평행대회전은 부상 위험이 적어서 편하게 볼 수 있고 두 선수가 촌각을 다투는 아슬아슬한 매력까지 있죠. 국내에선 인기 종목이 아니라 실업팀도 두곳뿐이에요. 이번 올림픽 국가대표 중에도 실업팀에 소속되지 못해 과거의 저처럼 막노동으로 훈련비를 마련하는 후배가 있습니다. 이번 메달 획득을 계기로 평행대회전 종목에 많은 관심이 모였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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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사는 세상] (17) 동계올림픽 ‘첫 메달’ 김상겸 스노보드 선수
평창서 태어나 육상으로 운동 시작
작은아버지 덕분에 스노보드 입문
고3때 국가대표로 발탁 진로 결정
건설 현장서 일하며 훈련비용 마련
가족, 감자·배추 농사 지어 뒷받침
고생 끝에 37세에 첫 올림픽 메달
0.19초 차 2위 “기쁘지만 아쉬워”
노련미로 승부…다음 올림픽 기대
김상겸 선수가 네번째 올림픽 도전 끝에 딴 은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용인=백승철 프리랜서 기자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의 첫 메달 소식을 알린 건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의 김상겸 선수(37)였다. 은메달을 목에 걸며 대한민국 400번째 메달리스트이자 개인 종목 최고령 메달리스트가 된 그를 경기 용인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씨는 강원 평창군 봉평면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 육상부에 들어가며 운동을 처음 시작했다. “어렸을 때 천식이 심해서 호흡기를 달고 있을 정도였어요. 천식이 나으면서 운동을 해볼까 한 거죠. 어머니가 학창 시절 육상 선수이기도 했고요. 스노보드를 처음 탄 건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어요. 보드 판매업을 하는 작은아버지 덕이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학교에 스노보드부가 생기며 김씨는 선수로 첫발을 내디딘다. 고등학교 땐 스노보드와 배구, 육상을 함께 했다. 스노보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고 고등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가 되며 스노보드로 진로를 결정했다.

한국체육대학교에 입학한 김씨는 대학생이 참가하는 2011 에르주룸 동계 유니버시아드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스노보드 세계대회에서 메달을 딴 한국인은 그가 처음이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선 17위로 16강에 아쉽게 오르지 못했지만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고향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에선 8강 진출에 실패하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선 24위로 대회를 마감한다.

“지난했던 시기를 숱하게 맞이했지만 스노보드 타는 게 좋아서, 재미있어서 계속 할 수 있었어요. 훈련 비용이 가장 큰 문제였죠. 봄·여름·가을엔 눈이 있는 곳으로 전지훈련을 가는데 한달에 600만원은 필요하거든요. 4개월 동안 하면 2000만원이 들죠. 실업팀이 생기기 전엔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을 하면서 훈련 비용을 마련했어요.”

가족과 주변 사람의 도움도 컸다. 고등학생 시절 감독은 자신의 적금을 깨서 김씨의 뉴질랜드 전지훈련 비용을 댔다. 아버지는 봄부터 가을까진 감자와 배추 농사를 짓고 겨울엔 스키·스노보드 대여점을 운영하며 그를 뒷바라지했다.

3년 전 아버지는 위암으로 위의 3분의 2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김씨가 외국에서 대회가 있을 때였기에 암 진단도, 수술도 모두 숨겼다. 한국에 도착해서야 투병 소식을 들었다. 죄송한 마음에 화를 내기도, 동생을 혼내기도 했단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으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의 첫 메달 소식을 알린 김상겸 선수. 연합뉴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올림픽을 앞둔 시점 세계 랭킹은 13위였고 예선 순위는 8위였다. 하지만 목표는 분명했다. 메달 획득이었다. 그리고 결국 네번째 올림픽에서 시상대에 섰다.

“올림픽 한달 전에 변을 뒤집어쓰는 꿈을 꿨어요.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았죠. 아버지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꿈을 꾼 걸 메달을 딴 후 들었는데 신기했습니다. 0.19초 차이로 금메달을 놓친 건 솔직히 아쉽기도 해요. 물론 은메달도 너무나 감사하죠.”

그의 목표는 4년 뒤 열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보드의 미세한 각도를 조정하는 게 중요해 오래 훈련한 베테랑 선수에게 유리하다.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벤야민 칼은 41세다. 김씨의 4년 뒤 도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평행대회전은 부상 위험이 적어서 편하게 볼 수 있고 두 선수가 촌각을 다투는 아슬아슬한 매력까지 있죠. 국내에선 인기 종목이 아니라 실업팀도 두곳뿐이에요. 이번 올림픽 국가대표 중에도 실업팀에 소속되지 못해 과거의 저처럼 막노동으로 훈련비를 마련하는 후배가 있습니다. 이번 메달 획득을 계기로 평행대회전 종목에 많은 관심이 모였으면 좋겠어요.”

용인=황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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