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위원장 "'AI와 노동의 상생' 의제 공론화…지역 사회적 대화 지원단 띄운다"
[김지형 경사노위 위원장 인터뷰]
닻 올릴 새 정부 1기 위원회 의제에 'AI·노동'
"불확실한 미래... 다양한 경우의 수 논해야"
편집자주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 최고수 이세돌을 꺾으며 특이점의 전조가 도래했음을 알린 지 10년. AI는 이제 바둑판을 넘어 인간의 삶 곳곳에 깊이 침투했다. 로봇이 육체노동을 대신하고 AI 비서가 의사결정을 돕는 시대. 모든 직업군에서 인간과 기계의 전쟁 같은 생존 경쟁이 불붙었다. 기획 연재 '그림자 전쟁 : AI의 직업 침탈기'에서는 AI가 회사에 조용히 침투해 노동자들을 밀어내는 현실을 현장 깊이 들어가 취재했다. 또 알고리즘에 밀려나지 않기 위한 노동자의 분투, AI와 인간이 공생하기 위한 해법 등을 알아봤다.

인공지능(AI)은 기어코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까. '노동법의 대가'이자 대통령 직속 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이끄는 김지형 위원장은 단언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불확실한 미래여서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달 안에출범할 이재명 정부 1기 경사노위는 AI와 노동의 미래를 사회적 대화를 통해 풀기로 했다. 생존 위협은 누구를 먼저 덮칠지, AI가 친 사고는 누가 책임져야 할지, 출처를 알 수 없는 데이터로 학습한 AI가 만든 이익은 어떻게 사회에 공유할 것인지 등 모든 것을 다루는 토론의 장이 열린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9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집무실에서 가진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올해 AI와 노동의 상생 방안을 공론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숙의 방향에는 정답이 없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모두 모아 상정하고 맞춰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이 사회적 대화의 이유"라는 게 김 위원장의 철학이다. AI발 파급이 어떤 방향과 강도로 올지 안갯속에 놓인 만큼, 경영자·노동자·정부·시민 등 경제·사회 주체가 모두 다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AI발 노동시장 충격은 수도권과 지방에 공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AI 도입 이후 수도권과 지방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방 정부가 중심이 돼서 지역 맞춤형으로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사노위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지역 사회적 대화 지원단을 조직할 계획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역 사회적 대화 기구 지원 역할도 충실"

-AI가 노동을 대체하는 현상을 두고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보나.
"조금 늦은 감도 있다. 독일은 2015년부터 1년 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에 따른 노동의 문제를 사회적 대화 형식으로 다뤘다. '노동 4.0'이라는 녹서(의견 수렴을 위한 질문을 담은 문서)를 냈고 백서(확정된 정책, 계획 등을 기록한 문서)도 펴냈다. 10년의 격차가 있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나름의 준비도 해왔다. AI와 노동 연구회를 지난해 1월 시작해 11월에 녹서를 냈다. AI 도입과 관련해 생길 수 있는 노동의 미래 과제들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를 정리했다. 이제 답을 찾아가야 한다. 이달 안에 공식 출범할 경사노위에서 AI와 일자리, 노사 상생 방안을 다루려고 계획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어떤 논의를 할 수 있나.
"노동계에선 일자리 대체를 가장 걱정한다. 대체되지 않고 살아남을 일자리 간에 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고용 안전망이나 사회보장 시스템을 어떻게 재설계할지도 논의해야 할 것 같다. 일자리 전환을 위한 여러 교육 훈련 체계, AI라는 기술 혁신에 따라 새롭게 창출되는 부의 원천을 따져 적절히 분배할 '공유 매커니즘'도 주제로 포함될 수 있다. 노동법 제도를 정비하는 문제도 있다."
-어떤 절차로 논의가 진행되나.
"본위원회에서 다룰 의제를 선정, 의결하면 AI와 노동 문제를 다루는 의제별 위원회가 구성된다. 노사정 인사와 공익위원이 참여해 세부 의제를 정하고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최종 논의 결과가 다시 본위원회에서 의결되면 정책 제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논의 과정도 중요하다. AI는 노사정이 각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사회 주체가 다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전문가뿐 아니라 이해관계자, 시민 등이 논의 과정에 참여해 의견을 내며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AI 도입에 따른 변화는 일률적일 수 없다. 전문직이냐 기술직이냐에 따라서도, 계층별로도 영향이 다르다. 복합·다층적 형태로 나타나기에 여러 갈래에서 대응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 정부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수 있을까.
"그렇다. 노동 양극화를 논할 때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문제는 항상 다뤄진다. AI 도입과 관련해 이런 문제가 더 심화할 거란 우려도 당연히 검토돼야 한다. 기업 하나가 아닌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준다. 지역의 클러스터 산업이 휘청이면 그 지역 경제 전반이 흔들린다. 지역의 사회적 대화 기구인 '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해 이런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같이 다뤄졌으면 한다.
지역 사회적 대화 기구에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석유화학, 발전 산업의 위기 등이 주로 논의된다. AI와 지역 일자리 문제도 대화 주제로 담길 수 있다. 경사노위는 '지역 사회적 대화 지원단'을 조직해 중앙-지방 정부 협업 체계 구축을 도울 계획이다. 이를 통해 AI 기술 교육 훈련 인프라에 지역 간 편차가 생기지 않도록 재정적 지원 방안이 논의될 수도 있다."
"데이터 먹고 자란 AI, 기금·세제로 이익 환원 가능"

-어떤 노동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까.
"학자마다 주장이 갈린다. 개인적으론 '중간 숙련 정도의 노동자'가 AI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반복 업무를 하는 사무직종이나 제조업 말이다. 상위의 전문직과 저숙련 육체 노동자는 대체되지는 않고 남겠지만 중간층이 없어지면 양 극단의 소득 격차는 훨씬 커질 테다. 다만 정반대로 AI가 오히려 저소득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긍정적인 작용을 할 거란 견해도 있다. 사회적 대화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 있다. 예상되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상정하고 그에 맞춰서 대응하는 것까지 미리 생각을 해둔다는 의미다."
-AI 기술이 가져온 이익을 사회 구성원이 나눠 갖는 방식은 어떻게 설계할 수 있나.
"연구자들은 크게 세 가지 방식을 제안한다. 먼저 사회적 기금을 만드는 방법이다. AI 기술 개발에 출처를 알 수 없는 무수한 데이터가 활용된 만큼, 공유 이익 형태로 개념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소위 '로봇세' 같은 세제나 복지 관점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노동 시간 단축' 형태로 노동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AI 스며든 일터, 노동법도 새로워져야"

-AI 시대를 감당하기에 현행 노동법에 구멍은 없나.
"기존과는 다른 생태계가 전제돼야 될 것 같다. 일하는 방식이 아닌 주체 자체가 바뀌었다. 그러면 기존 노동법으로 규율할 수 없는 공백이 많이 생기기에 노동법제가 새롭게 진화돼야 한다. 예컨대 AI가 노동력을 관리하고 감시 통제하는 역할을 할 때 차별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그로 인해 법적인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있다. AI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와 기술을 도입한 기업, 이를 활용하는 인력 중 누가 법적 책임을 져야 될지도 논제다."
-AI와 노동 문제 공론화의 첫발을 떼는 소회는.
"AI 기술 변화에 따라 노동 시장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고 부정적인 영향도 있을 텐데, 어떤 것이든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다. 경사노위가 문제 상황과 대응 방안을 잘 수렴해서 우리 사회에 '좋은 보고서'를 내놓을 수 있는 정도의 사회적 대화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김지형 경사노위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이재명 정부의 첫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지형 위원장은 30년 넘는 경력의 법관이다. 법관 재직 당시 주로 노동전담재판부를 맡아왔다. 김 위원장은 2005~2011년 대법관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을 역임했다. 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 고(故) 김용균 사망 사건 진상규명특별조사 위원장,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지원보상 위원장 등을 맡아 사회적 갈등 조정 경험을 쌓았다.
그림자 전쟁 : AI의 직업 침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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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울산 할매와 로봇
- • "로보트가 밥을 먹나, 월세를 내나. 울산은 끝인 기라"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30816340004040) - • "킹산직? 끝났어요… 주식이 답이죠" 현대차 MZ들의 '각자도생'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30816360000717)
- • "로보트가 밥을 먹나, 월세를 내나. 울산은 끝인 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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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깡통 AI의 탄생
- • "해고했으면 큰일 날 뻔" '띨띨한' AI 믿었던 어느 기업의 고백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30813440001163)
- • "해고했으면 큰일 날 뻔" '띨띨한' AI 믿었던 어느 기업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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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 • "그거 제 업무 아닌데요" 했다간 짐 싼다… AI가 부른 자발적 과로의 시대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31113240001803)
- • "그거 제 업무 아닌데요" 했다간 짐 싼다… AI가 부른 자발적 과로의 시대
인터뷰=유대근 사회정책부장 정리=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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