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만 알던 부산, 배구에 빠진 이유 [뉴스룸에서]

강주형 2026. 3. 18.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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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는 '구도(球都)', 야구의 도시라 불렸다.

1920년 결성된 직장 야구팀을 시작으로 경남고, 부산고, 부산상고(현 개성고) 등 전국 최강의 고교 야구팀이 이곳에서 태어나 이름을 알렸다.

야구에 익숙한 부산 시민들의 감성을 배구장 안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

'부산이 밀면, 읏맨은 때려'처럼 지역색을 살린 재치 있는 현수막도 흥미롭다(읏맨=OK 마스코트). 1년 차 배구장이지만, 분위기는 분명 사직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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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배구단, 부산 연고지 이전
지역 밀착 마케팅, 배구 열풍 견인
팬 언어로 만든 '우리 동네 스포츠'
15일 부산 강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OK저축은행과 대한항공의 경기에서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이 휴식 시간에 열띤 응원을 보내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부산광역시는 '구도(球都)', 야구의 도시라 불렸다. 1920년 결성된 직장 야구팀을 시작으로 경남고, 부산고, 부산상고(현 개성고) 등 전국 최강의 고교 야구팀이 이곳에서 태어나 이름을 알렸다. 1982년 롯데 자이언츠가 창단되면서 부산의 야구 사랑은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고(故) 최동원을 필두로, 추신수 이대호 등 부산이 배출한 야구 레전드만 해도 부지기수다. 원년(1982년) 이후 연고지·모기업·구단명이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유이'한 팀 중 하나다.

사직구장은 그런 부산 야구의 심장이다. 경기 후반, 3만 관중이 동시에 '부산 갈매기'를 합창하는 풍경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선수별 응원가를 만들어 부른 문화도, 주황색 비닐봉지와 신문지를 흔들며 만들어낸 파도 응원도, 상대 투수가 1루 주자를 견제할 때 터져 나오는 "마~" 호통도, 관중석에 떨어진 파울공을 아이에게 양보하라는 "아 주라" 외침도 모두 이곳에서 시작됐다.

부산 사직야구장 비닐봉지 응원 모습. 부산관광포털 비짓부산 캡처

그런 부산이 요즘은 '백구(白球·2002년 이전 공식 배구공은 흰색)의 도시'라는 별칭도 얻고 있다.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이 연고지를 경기 안산시에서 부산으로 옮기면서다.

변화는 숫자로 확인된다. OK는 올 시즌 홈경기 16경기에 관중 5만3,651명을 불러 모았다. 경기당 평균 3,289명인데, 남녀부를 통틀어 압도적 1위다. 안산 시절인 지난 시즌 관중 수(2만7,403명)를 부산에서는 단 9경기 만에 넘어섰고, 주말 홈경기는 모두 만원 사례를 기록했다. 당장 강서체육관이 자리한 부산 강서구가 "지역 상권이 눈에 띄게 살아나고 있다"며 반긴다. 강서구는 내친김에 인근 축구장, 하키장, 양궁장까지 아우르는 스포츠 메카 구상도 추진 중이다.

눈에 띄는 건 부산 팬을 이해하려는 방식이다. 야구에 익숙한 부산 시민들의 감성을 배구장 안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

세트가 끝나면 사직구장 최고 인기곡 '부산 갈매기'가 배구장에 울려 퍼진다. 결정적인 득점이나 흐름을 가져오는 순간엔 '부웅~' 뱃고동 소리가 장내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롯데 신인 선수들을 배구장에 초청하고, 인근 초등학교엔 올드 유니폼을 선물했다. 강서체육관에 야구 유니폼을 입은 어린이가 자주 눈에 띄는 이유다. 배구 선수 유니폼 디자인이 롯데 자이언츠의 그것과 똑같고, 앞에 'BUSAN'이라고 큼직하게 써 넣은 것도 OK가 유일하다.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 전광인(왼쪽 사진)과 프로야구 롯데 전준우의 유니폼. KOVO·롯데 제공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유니폼. 상단에 '배구도부산'이라는 문구와 유니폼에 크게 적힌 'BUSAN'이 눈에 띈다. OK저축은행 SNS 캡처

매점 구조도 사직구장을 떠올리게 한다. 편의점 앞 테이블에선 음식을 먹으며 경기를 즐길 수 있고, '맥주 팝업'도 개점 준비 중이다. '부산이 밀면, 읏맨은 때려'처럼 지역색을 살린 재치 있는 현수막도 흥미롭다(읏맨=OK 마스코트). 1년 차 배구장이지만, 분위기는 분명 사직구장이다. 마케팅 비용이 적지 않지만, 수입도 함께 늘어나니 "이 맛에 투자한다"는 말이 나온다. 프로축구와 프로농구 구단들도 OK의 지역 밀착 전략을 벤치마킹 중이다.

OK저축은행 선수단이 15일 부산 강서체육관에서 열린 마지막 홈경기를 마치고 관중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부산이 야구 도시가 된 건 우연이 아니다. 팬을 이해했고, 팬의 언어로 소통했기 때문이다. 아직 첫해지만, 배구가 부산에서 빠르게 뿌리내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종목은 달라도, 팬 문화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스포츠는 결국 '우리 동네 이야기'가 될 때 팬과의 결속력이 강해진다.

물론, 부산은 여전히 전국 제일의 야구 열정을 품은 도시다. 그래서 배구 도시로의 진화 가능성을 보여준 올 시즌의 이 작은 변화가 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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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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