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생태계 확장하는 젠슨 황… 지상엔 에이전트 깔고 이제 우주로

홍인택 2026. 3. 18.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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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플랫폼 '베라 루빈'에 LPU 탑재 발표
LPU, AI 에이전트 대화 '속도' 위한 장치
"데이터 있는 곳이라면" 우주 진출 천명
자사 모듈 탑재 로봇도 공개하며 자신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기술 콘퍼런스(GTC) 2026'에 참석해 새로운 인공지능(AI) 플랫폼 '베라 루빈'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상에서 우주로, 거대언어모델(LLM)에서 로봇까지.

이미 인공지능(AI) 시장의 왕좌에 앉은 엔비디아가 이번엔 '영토 확장'을 천명했다. 엔비디아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연례 '기술 콘퍼런스(GTC) 2026'을 열고 새로운 AI 추론 전용 칩을 공개하며 우주 AI 인프라까지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AI 거품론'을 비웃기라도 하듯,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내년까지 최소 1조 달러(약 1,490조 원)의 AI 컴퓨팅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젠슨 황의 말처럼 인류가 "AI 추론의 변곡점"에 올라탔다면, 엔비디아의 우군에 포진한 한국 기업들도 폭증하는 AI 수요라는 기회와 만난 셈이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새 AI 가속기에 처음 쓰일 언어처리장치(LPU) 생산까지 맡으며 엔비디아와 협력을 확대했고, HBM 최대 공급자인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깐부'(절친한 친구) 관계임을 이날도 자랑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운전자 없는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추론의 변곡점 왔다"... 막힘없이 일하는 AI 시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6일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6'의 기조연설을 위해 무대에 올라 '추론의 왕'이라고 쓰인 챔피언 벨트를 들어올리고 있다.새너제이=AP 뉴시스

올해 GTC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연산 장치는 중앙처리장치(CPU)도, 그래픽처리장치(GPU)도 아닌 언어처리장치(LPU) '그록3'다. 젠슨 황은 이날 GTC 2026 기조연설에서 그록3를 차세대 AI 컴퓨팅 플랫폼 '베라 루빈'에 통합한다고 밝혔다. 1월 엔비디아가 베라 루빈을 처음 공개했을 때는 없었던 부품이다. LPU는 LLM의 추론 처리 속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프로세서로, 대규모 연산을 맡는 GPU의 부담을 나눠 지는 연산 장치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 추론에 강점이 있는 그록의 LPU 기술을 약 200억 달러(약 28조9,900억 원)에 사들였다.

LPU가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에 접목된 건 대화의 속도를 넘어 '사고의 속도'에 근접하는 추론 속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LLM 활용은 인간이 AI에 질문을 던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서, AI 에이전트가 대화를 나누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AI가 많은 말을 빨리 주고받기 위해 LPU가 필요하단 게 엔비디아의 논리다. 젠슨 황은 LPU의 결합을 알리며 "AI 에이전트가 막힘없이 할 일을 지시하고 조율하는 매끄러운 구동 환경을 구축했다"고 했다. 베라 루빈에 그록3 LPU 256개를 탑재한 구조물(랙) 'LPX'와 결합하면 35배 많은 토큰(AI 연산 최소 단위)을 처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상이 요구하는 AI의 능력치가 높아질수록 AI 인프라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젠슨 황은 내다봤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컴퓨팅 수요가 100만 배 증가했다"며 "추론의 변곡점이 왔다"고 했다. 젠슨 황은 '추론의 왕'이라고 적힌 챔피언 벨트를 들어올리며, 엔비디아가 AI 왕좌를 지킬 거라는 자신감도 보였다. 그는 베라 루빈을 잇는 차세대 AI 플랫폼인 '로자 파인만'도 이날 소개했다. 베라의 다음 세대 CPU '로자'와 루빈의 다음 세대 GPU '파인만'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다.


"AI 컴퓨팅 수요 1조 달러"... 근거는 우주와 로봇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6일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2026' 무대에 올라 기조연설을 마친 뒤 올라프 로봇 옆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새너제이=AP 뉴시스

이날 젠슨 황은 "인텔리전스(인공지능)는 데이터가 생성되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존재해야 한다"며 AI 인프라의 '종착지'로 우주를 지목했다. 엔비디아는 우주 데이터센터를 위한 AI 컴퓨터 모듈인 '스페이스-1 베라 루빈 스페이스 모듈'을 공개했다. 궤도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우주선 내부에서도 고성능 AI 추론이 가능해지도록 내놓은 우주형 AI 슈퍼컴퓨터다. 엔비디아는 우주 태양광 기업 에테르플럭스, 우주 데이터 통신 기업인 케플러 커뮤니세이션즈 등과 우주 AI 컴퓨팅을 위해 협력 중이다.

기조연설이 열린 약 1만8,000석 규모의 하키 경기장 무대에 마지막으로 등장한 건 로봇 눈사람이었다. 엔비디아가 디즈니, 구글 딥마인드와 공동 개발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속 올라프 로봇이 디즈니랜드 데뷔 전 GTC에서 공개된 것이다. 젠슨 황은 올라프와 대화하며 "내가 너에게 컴퓨터를 줬다"고 했다. 엔비디아의 로봇용 컴퓨터 모듈 '젯슨'의 성능을 강조한 것이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실리콘밸리= 박지연 특파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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