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신고했지만… '골든타임' 놓친 30대 공무원 비극, 뒤늦게 지침 바꾼 대구소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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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대구 수성구 한 요양병원 장례식장.
야근 도중 숨진 수성구청 교통과 소속 30대 공무원 A씨의 장례식장을 찾은 고인의 친구가 한 말이다.
소방과 경찰은 위성항법장치(GPS) 위치 추적을 통해 구청 일대를 수색했지만 주변에 상가와 아파트 등이 밀집해 있어 A씨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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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부검 결과 '대동맥 박리' 응급 질환
소방·경찰, 청사 내부 수색 않고 '철수'
유족 측 "당직자 문의만 했어도" 지적
"현장 중심 수색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공무원 합격했다고 너무 좋아했었는데…"
17일 오전 대구 수성구 한 요양병원 장례식장. 야근 도중 숨진 수성구청 교통과 소속 30대 공무원 A씨의 장례식장을 찾은 고인의 친구가 한 말이다. 이날 발인은 유족과 지인, 구청 관계자가 모인 가운데 조용히 진행됐다. 하지만 운구 순간 고인의 어머니는 "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니"라며 오열했고, 주변은 눈물바다가 됐다.
A씨는 지방직 9급(일반행정)으로 공무원이 돼 2024년부터 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다 올해 1월부터 구청 교통과로 자리를 옮겼다. 주변에서는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으로 그를 기억했다. 고인의 또 다른 친구는 "나라에 도움이 되고 싶어 했는데, 벌써 떠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애통해했다.
A씨는 13일 오전 6시 45분쯤 수성구청 별관 4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2일부터 퇴근하지 않고 홀로 초과 근무 중이던 그는 같은 날 오후 11시 35분쯤 이상 증세를 느끼고 119에 직접 신고했지만, 상황실과 대화는 어려웠고 구토와 기침 소리만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책상에서는 먹다 남은 햄버거와 토혈 흔적이 발견됐다.
소방과 경찰은 위성항법장치(GPS) 위치 추적을 통해 구청 일대를 수색했지만 주변에 상가와 아파트 등이 밀집해 있어 A씨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지 못했다. 별관 출입문이 잠겨 있다는 이유로 내부로 들어가지 않고 출동한 지 약 15분 만인 자정 무렵 철수했다. 결국 A씨는 별다른 응급처치를 받지 못한 채 숨졌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예비 부검 결과 사인은 '대동맥 박리'로 추정됐다.
대동맥 박리는 전조 없이 갑자기 나타나 단 몇 시간 안에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는 '몸속의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발생 후 1시간마다 약 1%씩 사망률이 올라가고, 24시간 안에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최대 25%에 달한다. 증상이 나타나면 가슴, 배 등의 부위에 칼에 베이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고 알려졌다.
사고 이후 고인이 근무한 구청 별관과 본관이 약 200m 거리였음에도 소방과 경찰이 당직자에게 협조 요청을 하는 등 적극 조치를 하지 않았던 점이 드러나며 부실 대응 논란이 커졌다. 당시 구청 본관에는 당직자가 근무 중이었고 건물 출입문도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수성구청 또한 야간 비상 상황에 대비한 적절한 자체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족 측은 "당직자에게만 문의했어도 (사망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경찰과 소방은 당시 대응 전반의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대구소방본부는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새 현장 매뉴얼(지침)을 마련했다. 앞으로는 수색을 종료할지를 대원이 아닌 현장 지휘단장이 판단하도록 지휘 체계를 강화하고, 신고자 위치 특정이 어려울 경우 추가 인력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또 건물 관리인·보안요원·당직자 접촉을 의무화해 실내 수색을 적극 실시하도록 했다.
지역사회에서는 공공 건물 등 특정 위치가 확인된 경우 내부 진입을 우선하는 보다 짜임새 있는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청사가 비상 상황에서 사각지대가 될 수 있음이 확인된 만큼, 현장 중심의 촘촘한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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