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습에 이란 '호르무즈'로 버티기…권력 핵심 IRGC는 초강경"

3주째로 접어든 중동의 전쟁 양상이 미국·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공습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인질' 삼아 버티는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미·이스라엘군은 이란의 군사시설 1만 5천 곳을 타격해 미사일·해군력을 무력화하고 전(前) 최고지도자와 군 수뇌부를 제거하는 등 상당한 군사적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막대한 전쟁비용이 '청구서'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전쟁의 또 다른 목표였던 이란의 정권 교체는 요원해지는 상황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미 정보당국 인사들을 인용해 17일(현지시간) 지적했습니다.
이란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세력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강경 노선을 택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꼬이고 있습니다.
혁명수비대는 공습으로 폭사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새 최고지도자로 옹립했습니다.
WP는 혁명수비대가 이끄는 이란 정권이 "예전보다 힘은 약해졌지만 더 강경해졌고,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며, 혁명수비대 세력이 국내적으로 더 큰 통제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미 정보당국의 평가를 전했습니다.
한 정보당국 인사는 "전쟁 이후 혁명수비대가 더 공고해질 가능성을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시작 전 보고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유럽의 한 관리도 WP에 가장 유력한 전후 시나리오가 "'잔존 IRGC 정권'의 테헤란 장악"이라고 말했습니다.
혁명수비대가 전시 상황을 이용해 이란 내 영향력을 확대했으며, 걸프 지역 이웃 국가들에 대한 보복 공격을 주도하면서 외교적 노선을 지향하는 온건파를 축출했다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혁명수비대는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이란의 신정 체제를 지키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이후 47년 동안 이란 군사뿐 아니라 정치·경제 영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사실상 정권을 지탱하는 세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바마·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란 담당 선임 자문을 지낸 리처드 네퓨는 WP에 "혁명수비대는 경제적·정치적 권력을 갖고 있다. 국내 억압 기구도 갖고 있다. 그들은 사실상 이란 권력의 중심축"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혁명수비대에 의해 추대된 모즈타바는 부친인 알리 하메네이와 달리 혁명수비대로부터 독립되지 못한 채 '협력적인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중동 전문가 조너선 패니코프(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근동 담당 부국장)는 예상했습니다.
이란의 '기득권 세력'인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상탭니다.
해협을 지렛대로 삼아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전에 접어들기 전에 발을 빼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입니다.
미국 내 자문기구 유라시아그룹의 그레고리 브루 이란 분석가는 엑스(X·옛 트위터)에 "이 전쟁은 이제 호르무즈 해협의 상태에 관한 것이다. 그게 전부"라고 적었습니다.
물론 혁명수비대 내부에도 공포와 혼란이 침투한 상태로 보입니다.
정치·군사 수뇌부가 잇따라 제거되면서 이란의 남은 의사결정자들이 "혼란스럽고, 편집증적이며,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 서방의 보안 소식통은 WP에 전했습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자국군의 표적 공습으로 이란의 안보 수장 격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과 혁명수비대의 하부 조직인 바시즈 민병대 지휘관이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혁명수비대를 무너뜨려야 이란으로부터 항복 선언을 받아낼 수 있다고 보고 군사력뿐 아니라 외교력도 총동원하는 태셉니다.
WP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전날 세계 각국의 미국 외교공관에 전문을 보내 '주재국 정부가 혁명수비대와 레바논의 (이란 외곽 지원세력) 헤즈볼라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도록 촉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전문에는 오는 20일까지 각국 정부에 '가장 적절한 최고 수준에서' 이 메시지를 전달토록 했으며, 혁명수비대를 고립시킴으로써 "일방적 행동보다 집단적 행동에 더 민감한" 테헤란을 흔들 수 있다는 판단이 담겼습니다.
한편, 이란이 종전 조건으로 제기하고 있는 전후 '배상금' 문제를 둘러싼 현격한 이견도 양측이 이번 전쟁의 종식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복병'이 될 수 있어 보입니다.
미국이 이란에 무조건적 항복을 요구해온 배경에는 천문학적 규모의 전쟁비용을 충당할 '배상금' 성격의 경제적 이익, 즉 석유 이권 등을 이란으로부터 받아내겠다는 의중이 자리잡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WP는 지금까지 미국의 대이란 작전 전비가 최소 120억 달러(약 17조 8천억 원)가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물밑에서 또는 중재국을 통해 주고받는 것으로 보이는 휴전 논의가 헛도는 것 역시 휴전의 조건, 즉 배상금을 둘러싼 이견이 존재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종전 시나리오로 여러차례 미국이 석유를 얻어낸 '베네수엘라 모델'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지난 13일 종전 시기에 대해 "내가 뼛속까지 그렇게 느낄 때"라고 말했습니다.
홍영재 기자 y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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