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테러 수장 ‘양심고백’ 사퇴…“이란전, 美에 이익 없다”(종합)

김상윤 2026. 3.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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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임박 위협 아니었다”…전쟁 명분 정면 부정
“이스라엘·로비 압력에 개전” 주장…반유대 논란 확산
MAGA 내부 균열 본격화…백악관 “허위 주장” 강력 반박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최고위 대테러 책임자가 이란 전쟁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전격 사퇴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 명분과 내부 균열이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인사 이탈을 넘어, 트럼프 진영 내부에서 ‘군사 개입 확대’와 ‘비개입주의’ 사이의 구조적 충돌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테러 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인사가 전쟁 자체의 정당성을 공개적으로 부정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 (사진=AFP)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은 1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즉각 사임을 발표하며 “양심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이란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직 최고위 안보라인 인사가 전쟁 자체를 부정하며 물러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켄트는 특히 “이란은 미국에 임박한 위협이 아니었다”며 “미국은 자국민에게 아무런 이익도 없고 생명의 희생을 정당화할 수 없는 전쟁에 다음 세대를 보내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과 미국 내 강력한 로비의 압력으로 시작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해 파장을 키웠다.

그는 사임 서한에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과 일부 미국 언론이 이란의 위협을 과장하는 ‘에코체임버’를 형성해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전쟁의 정책 결정 과정 자체에 외부 영향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셈이다.

이번 사퇴는 지난 2월 28일 이란과의 군사 충돌이 시작된 이후 첫 고위급 이탈 사례로,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전쟁을 둘러싼 균열이 본격화됐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해외 개입 반대’를 강조해온 마가(MAGA) 진영 내부에서조차 노선 충돌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켄트는 중동 전쟁에 여러 차례 참전한 군 출신으로, 국가정보국(DNI) 수장 털시 개버드의 핵심 참모를 지낸 인물이다. 그는 그간 장기적인 해외 군사 개입에 비판적인 입장을 꾸준히 밝혀온 대표적인 ‘비개입주의’ 성향 인사로 평가된다.

특히 과거부터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해온 개버드 국장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이번 사퇴는 단순한 개인 결정이 아니라 행정부 내부 외교·안보 노선 갈등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개버드는 2019년 “미국은 이란과 전쟁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하며 강경 대응을 비판한 바 있다. 켄트 역시 이라크전 참전 경험을 언급하며 “신속한 승리를 내세운 전쟁 논리가 결국 장기전으로 이어졌던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켄트의 발언은 즉각 정치적 논란으로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켄트는 안보에 매우 약한 인물”이라며 “이란은 모든 나라에 위협이 되는 존재”라고 반박했다. 백악관도 “대통령이 외국이나 특정 집단의 영향으로 전쟁을 결정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고 모욕적”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강경파 인사들은 켄트를 옹호하며 그의 결정을 ‘양심적 행동’으로 평가한 반면, 주류 인사들은 반유대주의적 주장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측근이었던 일란 골든버그는 “이스라엘이 미국을 속여 전쟁을 유도했다는 주장은 반유대주의적 음모론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 단체 관계자들 역시 켄트가 과거 극우 인사들과 접촉한 이력과 2020년 대선 부정 주장 등을 거론하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 결정 정당성을 문제 삼는 계기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상원 정보위원회 간사인 마크 워너 의원은 “이란이 미국에 즉각적인 위협이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는 없었다”며 “이 점에서 켄트의 문제 제기는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켄트 국장의 글 전문

트럼프 대통령께,

심사숙고 끝에 저는 오늘부로 국가대테러센터(National Counterterrorism Center) 국장직에서 사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양심상 현재 진행 중인 이란 전쟁을 지지할 수 없습니다. 이란은 우리 국가에 즉각적인 위협이 아니었으며,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과 그 영향력 있는 미국 내 로비의 압력으로 시작됐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저는 대통령께서 2016년, 2020년, 2024년 선거에서 내세웠고 1기 행정부에서 실행하신 가치와 외교 정책을 지지합니다. 2025년 6월까지 대통령께서는 중동 전쟁이 우리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국가의 부와 번영을 약화시키는 함정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대통령께서는 1기 행정부에서 끝없는 전쟁에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군사력을 단호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그 어떤 현대 대통령보다 잘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카셈 솔레이마니 제거와 이슬람국가(ISIS) 격퇴를 통해 이를 입증하셨습니다.

그러나 이번 행정부 초기에 이스라엘 고위 인사들과 영향력 있는 미국 언론 인사들은 대통령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기조를 약화시키고 이란과의 전쟁을 유도하기 위해 허위 정보 캠페인을 전개했습니다. 이러한 ‘에코 챔버’는 이란이 미국에 즉각적인 위협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지금 공격하면 신속한 승리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도록 대통령을 오도하는 데 이용됐습니다. 이는 거짓이며, 이라크 전쟁으로 우리를 끌어들일 때 사용됐던 동일한 수법입니다. 그 전쟁은 수많은 장병들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우리는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11차례 전투에 파병된 참전 군인이자, 이스라엘이 촉발한 전쟁으로 사랑하는 아내 섀넌을 잃은 골드스타 유족으로서, 미국 국민에게 아무런 이익도 주지 않고 그 희생을 정당화할 수도 없는 전쟁에 다음 세대를 보내는 것을 지지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께서 우리가 이란에서 무엇을 하고 있으며, 누구를 위해 하고 있는지 깊이 성찰하시기를 바랍니다. 지금이야말로 결단의 시간입니다. 대통령께서는 방향을 전환해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가 쇠퇴와 혼란으로 더 깊이 빠지도록 둘 수도 있습니다. 선택은 대통령께 달려 있습니다.

대통령 행정부에서, 그리고 위대한 우리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 국장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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