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상 이란 전쟁 지지 못 해”…‘트럼프 충성파’ 미 대테러국장 전격 사퇴

김원철 기자 2026. 3. 1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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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위협 아니었던 이란…이스라엘 강력한 로비로 전쟁 시작”
조지프 켄트 미국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이 2024년 10월 7일 오리건주 포틀랜드 KATU 스튜디오에서 열린 하원의원 후보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포틀랜드/AP 연합뉴스

미국 국가대테러센터(NCTC) 수장이 “이란은 임박한 위협이 아니었다”며 이란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는 공개서한을 남기고 전격 사퇴했다. 대통령의 수석 대테러 보좌관이자 정보공동체 고위 인사가 전쟁의 핵심 명분인 ‘임박한 위협’을 정면으로 부인하면서 행정부의 전쟁 명분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조지프 켄트 미 국가대테러센터 국장은 17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사직서 형태의 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에서 그는 “이란은 미국에 대한 임박한 위협이 아니었다. 양심상 현재 진행 중인 이란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며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과 그 강력한 미국 내 로비의 압력으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켄트는 두 차례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한 바 있는 트럼프 충성파로, 지난해 7월 상원 인준을 통과해 대테러·대마약 정책을 총괄해 왔다.

그는 “이스라엘 고위 인사들과 일부 미국 언론이 ‘허위 정보 캠페인’을 통해 전쟁 여론을 조성했고,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훼손하고, 이란이 임박한 위협이라고 대통령을 속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기간 승리를 약속했던 논리는 거짓이었고, 이는 이라크 전쟁에 미국을 끌어들일 때 이스라엘이 사용한 것과 동일한 전술이다”고 비판했다. 켄트는 “미국 국민에게 아무런 이익도 없고, 미군의 희생을 정당화할 수도 없는 전쟁에 다음 세대를 보내는 것을 지지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경로를 수정해 국가를 위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다. 모든 카드는 대통령이 쥐고 있다”고 결단을 촉구했다. 켄트는 미 육군 특수부대(그린베레) 출신으로 11차례 전투 파병 경험을 가진 인물이며, 미 중앙정보부(CIA) 준군사 조직에서도 활동한 경력을 지닌 안보 전문가다. 동시에 그는 국가정보국(DNI) 수장인 털시 개버드의 핵심 측근으로, 행정부 내부에서 비개입주의 노선을 대표해 온 인물로 평가된다.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결의는 대통령의 군사력 행사를 ①전쟁선포, ②의회의 구체적 수권, ③미국에 대한 공격으로 초래된 국가비상사태 등 세 가지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임박한 위협에 대한 대응이 아닌 미래의 잠재적 위협을 명분으로 한 군사행동은 이 세 가지 요건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아 법적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한다. 대통령의 수석 대테러 보좌관이 이란의 ‘임박한 위협’을 정면으로 부인한 만큼, 행정부의 전쟁 명분에 작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악관과 국가정보국장실은 이번 사임과 관련해 즉각적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켄트 국장의 사임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해 온 진영 내부에서조차 이번 전쟁에 대한 반발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켄트 국장의 직속상관인 개버드 국장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공개 발언을 자제하며 낮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직서 전문>

국가정보국장실
국가대테러센터

트럼프 대통령께,

깊은 숙고 끝에 저는 오늘부로 국가대테러센터 국장 직에서 사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양심상 현재 진행 중인 이란 전쟁을 지지할 수 없습니다. 이란은 우리 국가에 대해 어떠한 임박한 위협도 가하지 않았으며,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과 그 영향력 있는 미국 내 로비의 압력으로 시작된 것이 분명합니다.

저는 대통령께서 2016년, 2020년, 2024년 선거에서 내세우셨고 1기 행정부에서 실천하셨던 가치와 외교 정책을 지지합니다. 2025년 6월까지 대통령께서는 중동의 전쟁이 우리 애국자들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우리 국가의 부와 번영을 소진시키는 함정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대통령의 1기 행정부 시절, 대통령께서는 끝없는 전쟁에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군사력을 단호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어느 현대 대통령보다 잘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이는 카셈 솔레이마니 제거와 ISIS 격퇴를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행정부 초기, 이스라엘 고위 인사들과 미국 내 영향력 있는 언론 인사들이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노선을 전면적으로 훼손하는 허위 정보 캠페인을 전개하며, 이란과의 전쟁을 유도하는 친전쟁 여론을 조성했습니다. 이 같은 ‘에코 챔버’는 이란이 미국에 임박한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지금 공격하면 신속한 승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대통령께 심어주기 위해 활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거짓이었으며, 이스라엘이 과거 미국을 수천 명의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참혹한 이라크 전쟁으로 끌어들일 때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방식입니다.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11차례 전투에 파병된 참전용사이자, 이스라엘이 만들어낸 전쟁에서 사랑하는 아내 섀넌을 잃은 ‘골드스타’ 유가족으로서, 미국 국민에게 아무런 이익도 주지 못하고 미국인의 생명이라는 대가를 정당화할 수도 없는 전쟁에 다음 세대를 내보내 싸우고 죽게 하는 것을 지지할 수 없습니다.

저는 대통령께서 우리가 이란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깊이 성찰하시기를 바랍니다. 지금이야말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대통령께서는 방향을 되돌려 우리 국가를 위한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를 더 깊은 쇠퇴와 혼란으로 내몰 수도 있습니다. 선택은 대통령께 달려 있습니다.

대통령의 행정부에서, 그리고 위대한 우리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영광이었습니다.

조지프 켄트
국가대테러센터 국장
조지프 켄트 미 국가대테러센터 국장이 17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에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사직서 형태의 서한. 소셜미디어 갈무리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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