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청년 창업, 실패 허락할 때 열린다

정유나 기자 2026. 3. 1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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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아이디어를 세계에 선보이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서울대에 처음 개설된 공대 창업반 개강식에서 한 학생이 포부를 밝혔다.

이 자리에는 유니콘 기업을 꿈꾸는 청년 창업가 23명이 모였다.

1인당 최대 1600만 원을 지원하고 전용 셰어하우스를 제공하는 등 서울대를 '청년 창업의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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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나 사회부 기자

“교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아이디어를 세계에 선보이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4일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 서울대에 처음 개설된 공대 창업반 개강식에서 한 학생이 포부를 밝혔다. 이 자리에는 유니콘 기업을 꿈꾸는 청년 창업가 23명이 모였다. 아이 울음소리를 분석하는 인공지능(AI)부터 와이파이 전파로 실내 구조를 읽어내는 기술까지, 저마다의 창업 아이템을 공유하는 학생들의 눈빛은 밝게 빛났다.

서울공대는 올해 창업반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개설했다. 참여 학생들은 1년간 아이디어 발굴, 기술 구현, 투자 유치 등 창업의 전 과정을 배우고 기업 실무진으로부터 멘토링을 받는다. 1인당 최대 1600만 원을 지원하고 전용 셰어하우스를 제공하는 등 서울대를 ‘청년 창업의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서울대의 시도가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 것은 획일화된 청년들의 진로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창업반 개설을 주도한 박희재 기계공학부 명예교수는 “의사나 변호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을 키워내는 일이 성공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음껏 실패해도 괜찮다’는 수업의 슬로건은 안정 지향적 삶을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년들의 진로 선택은 국가 경쟁력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은 지난 20년 사이 10대 기업 가운데 9곳이 바뀐 반면 한국의 기업 지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4년 기준 대학생 창업자 수는 전년 대비 약 6% 감소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과 산업을 발굴하는 데는 젊은 세대의 아이디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직에 매몰된 취업 구조를 바꿔야 하는 이유다.

결국 도전을 주저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청년이 오너가 되는 데 따르는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벤처기업 인수합병(M&A) 펀드 등을 활성화할 필요도 있다. 대학 간 창업 역량 격차를 해소하는 일도 과제다. 0%대 성장률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틀에 갇힌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디딤돌로 삼을 수 있는 토대일 것이다.

정유나 기자 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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