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SW 대체한다’는 공포 현실로… ‘안전’ 내세우고 판도 흔든다[최중혁의 월가를 흔드는 기업들]


클로드 코워크는 개발자나 전문가가 아니라도 코딩과 법률, 금융 분석 등의 지식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때문에 “AI가 기존 SW를 대체할 수 있다”는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AI 스타트업 중 하나에 불과했던 앤스로픽은 이제 월가의 판도를 뒤흔드는 존재로 부상했다. 2월 앤스로픽은 시리즈G 투자에서 300억 달러(약 44조 원)를 조달하며 기업 가치 380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이는 기술기업 역사상 두 번째로 큰 비공개 자금 조달이다.

회사의 성장 속도는 경이로웠다. 2022년 여름 첫 클로드 모델 훈련을 마쳤지만, 안전성 검증을 이유로 바로 공개하지 않았다. 2023년 3월 클로드를 정식 출시한 이후 기업 고객을 빠르게 확보했다. 아마존은 2023∼2024년 총 80억 달러를 투자했고, 구글은 2023년 10월 5억 달러 투자에 이어 추가 15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2024년에는 오픈AI 출신 얀 라이케, 존 슐먼, 뒤르크 킹마 등이 합류하며 인재 확보 경쟁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소비자 시장에서는 챗GPT만큼의 인지도는 없지만, 기업 시장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매출의 약 80%가 기업 고객에서 발생하고, 포천 10대 기업 중 8곳이 클로드를 사용한다.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고객도 500곳을 넘어섰다. 2년 전에는 12곳에 불과했다. 덕분에 매출 성장세도 가파르다. 2025년 초 10억 달러였던 연간 반복 매출(ARR)은 같은 해 말 90억 달러로 늘었고, 올해 3월에는 190억 달러를 돌파했다. 불과 1년여 사이 10배 이상의 성장을 보인 것이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약 670억 달러에 이른다.
최근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 LX’에서 앤스로픽은 “광고가 AI에 침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클로드는 아닙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내며 오픈AI를 정조준했다. 이에 대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기만적(deceptive)”이라고 반박했지만, 슈퍼볼 이후 클로드의 일일 활성 사용자는 11% 늘며 주요 AI 챗봇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앤스로픽의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2월 말 미 국방부는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했다. 통상 적대국 기업에 적용하던 조치를 미국 기업에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국방부는 클로드를 모든 합법적 목적에 사용하길 요구했지만,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자율 무기’와 ‘대규모 시민 감시’라는 두 가지 기준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앤스로픽은 소송으로 맞섰고, MS·구글·아마존은 비군사 분야에서 클로드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전이라는 강점이 동시에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IPO 카운트다운과 월가 전망

반면 회의론자들은 현재의 가치 평가가 지나치게 낙관적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쟁 심화로 기술적 해자(경쟁 기업이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기술·자원 기반의 경쟁 우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오픈소스 모델 성능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클로즈드 소스’ 모델의 프리미엄이 축소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AI 시대, 양심의 무게
앤스로픽은 분명 독특한 기업이다. 오픈AI를 떠나 ‘안전한 AI’를 내세운 창업자들이 5년 만에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성장했다. 기업용 AI 시장에서 코딩 도구와 에이전틱 AI를 앞세워 확고한 입지를 다졌고, SaaS 업계에 공포의 대상이 될 만큼 파괴적인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안전 제일주의’라는 이 회사의 DNA는 양날의 검이다. 펜타곤 블랙리스트 사태에서 보듯 윤리적 원칙을 지키는 대가는 수십억 달러의 매출 감소로 돌아올 수 있다. 아모데이 CEO는 “양심에 비춰 그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지만, 주주와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매출은 빠르게 성장세를 보이지만 아직 흑자를 내고 있지는 않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컴퓨팅 비용 부담은 여전히 크다. 2025년 약 30억 달러를 소진했고 수익성 달성 시점은 2028년으로 예상된다. 오픈AI, 구글 제미나이, 메타 라마 등과의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메타의 오픈소스 전략은 유료 모델의 프리미엄을 위협한다. 앤스로픽 역시 미국 내 데이터센터에 500억 달러, MS의 클라우드서비스 애저에 30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앤스로픽은 AI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 회사의 독특한 행보는 ‘AI 시대 기업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월가에서 앤스로픽은 ‘차세대 구글’과 ‘거대한 버블’ 사이 어딘가에 있다.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월가는 이미 베팅을 시작했다.

필자(최중혁)는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뒤 삼성SDI America, SK Global Development Advisors 등을 거쳐 미 실리콘밸리 소재의 사모펀드 팔로알토캐피탈(Palo Alto Capital)을 설립해 운용하고 있다. ‘트렌드를 알면 지금 사야 할 미국 주식이 보인다’ ‘2025-2027 앞으로 3년 미국 주식 트렌드’ 등의 저자다.
최중혁 팔로알토캐피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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