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탈팡' 속 무료배송 기준 상향… 현실은
소비자 “쿠폰 생색 뒤 결국 가격 인상” 비판
독점 플랫폼 전형적 행태…와우 유도 전략
참여연대 “법·제도 공백, 온라인갑질 규제 시급”
[지데일리] 쿠팡이 또다시 소비자를 향한 ‘꼼수’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겉으론 혜택을 내세우지만 속으론 부담을 키우는 전형적인 ‘조삼모사’식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쿠팡은 와우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은 일반 회원을 대상으로 ‘로켓배송’ 상품의 무료배송 최소 주문 금액 기준을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기존에는 쿠폰·즉시할인 적용 전 금액이 1만9800원 이상이면 무료배송이 적용됐지만, 다음달부터는 쿠폰·즉시할인 적용 후 금액이 1만9800원을 넘어야 한다.
표면적으로 금액 기준은 동일하지만 실질적으론 무료배송을 받기 훨씬 어려워지는 구조다. 소비자 입장에선 같은 금액을 주문해도 할인쿠폰을 쓰면 배송비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참여연대는 쿠팡이 ‘기준 유지’처럼 보이게 하면서 사실상 무료배송 문턱을 높였다고 꼬집었다. 이는 최근 잇따른 ‘탈팡(쿠팡 탈퇴)’ 움직임과 영업손실 확대 속에서 이를 보전하고 와우 멤버십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참여연대는 “초기에 무료 또는 저가로 시장을 장악한 뒤, 이후 선택 없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은 독점 플랫폼 기업의 전형적 행태”라며 “결국 손실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번 조치가 더욱 문제시되는 이유는 쿠팡의 과거 행보 때문이다. 지난 1월 쿠팡은 337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지자 ‘보상’ 명목으로 5만 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했다.
그러나 근본적 대책이나 공식적인 배상 절차 없이 일시적 혜택으로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그로부터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쿠폰 적용 후 기준으로 무료배송 금액을 상향한 것이다. 소비자단체들은 이를 두고 “기만적인 포장 뒤 소비자 부담을 높인 이중 플레이”라고 규정했다.
쿠팡 측은 공지에서 “일부 판매자들의 부당 행위로부터 선량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에 대해 “사실상 비회원 대상의 무료배송 제한을 강화해 와우 멤버십 가입을 유도하려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쿠팡은 이미 쿠팡이츠·쿠팡플레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와우회원 전용 혜택으로 묶어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해왔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소비자는 점차 ‘탈출 불가능한 생태계’에 갇히게 되고,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요금 인상에 나선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실제 쿠팡은 2024년 ‘쿠팡이츠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행한 지 한 달 만에 와우 멤버십 요금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다. 인상률은 무려 58%에 달한다. 당시에도 소비자단체들은 “회원 확대 이후 바로 가격을 올리는 전형적인 독점형 구조”라고 지적했지만, 관련 규제 부재 속에서 쿠팡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이런 전례로 볼 때 향후 멤버십 요금 조정이나 추가 서비스 요금 인상 역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과잉되지 않는다.
플랫폼 시장의 특성이 문제를 한층 복잡하게 만든다. 한 번 시장을 장악한 대형 플랫폼은 소비자 선택권을 사실상 독점한다. 가격과 혜택 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해도 소비자 이탈이 쉽지 않다. 특히 필수 생활용품이나 신속 배송 서비스의 경우,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시장 자율’로 포장된 독점적 통제 구조가 굳어진다.
그러나 현행 법제도는 이를 제재할 장치가 미비하다. 전통 제조·유통 업계와 달리, 온라인 플랫폼 산업에는 가격 담합이나 불공정행위를 규제할 명확한 법적 프레임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공정화법 논의가 장기 표류 중이고, 국회 논의도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 사이 플랫폼 독과점은 심화됐고, 소비자는 점점 더 높은 요금과 불투명한 약관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쿠팡의 최근 조치가 이러한 구조 문제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는 개인정보 유출, 입점업체 납품단가 인하 압박, 택배노동자 과로사와 산재 은폐 등 반복되는 논란에도 여전히 쿠팡 생태계 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지 않은 시장에서, 개인의 ‘탈팡’ 실천은 기업의 정책 변화를 유도하기엔 역부족이며, 시장 독점에 맞서는 근본적 대응은 결국 정부와 입법의 몫이라는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소비자의 자발적 실천으로 시장 정상화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독점 플랫폼 기업의 일방적 요금 인상과 가격 기만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쿠팡의 이번 무료배송 기준 인상은 단순한 내부 정책 조정이 아니라 거대 플랫폼이 소비자 후생을 후퇴시키며 수익을 보전하려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쿠팡의 이름은 여전히 편리함과 신속배송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불투명한 가격정책과 불공정 거래 논란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며 "플랫폼 편의성이 사회적 신뢰를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