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중 돌연 연기…전쟁 장기화 예상 못한듯
트럼프의 군함 파견 요청에 중국 냉담한 반응
환구시보 "끝낼 수 없는 전쟁 위험 분담 요구"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은 양국 모두에 이익
중국, 이란에 압력 가하거나 중재 나설 수도
"이란 두고 공방 벌이느니 연기가 득"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이달 말로 예정된 중국방문 연기를 중국에 요청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전쟁 때문에(because of the war)"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로 예정된 중국 국빈방문을 연기해 줄 것을 중국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 대해 "만나고 싶지만 전쟁 때문에 이곳에 있어야 한다"며 "그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대응 차질 때문?
신문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과는 달리 두 나라 관계가 우호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며 중국 관리들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 선박 호위를 촉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냉담한 반응을 보인 사실을 지적했다.
일본경제신문은 이날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2월 28일 이란 공격을 시작한 뒤에도 중국방문 예정을 변경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씨는 당초 4주간 정도나 그 이내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했으나, 차질이 빚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15일 FT에 "중국이 군함 파견 않으면 연기" 발언

트럼프의 군함 파견 요청에 중국 냉담한 반응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6일 "모든 당사국들은 즉시 군사작전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거부한 사실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중국공산당 기관지 글로벌타임스(환구시보)가 이날 "이것이 진정 '책임 분담'에 관한 것인가, 아니면 워싱턴이 시작했지만 끝낼 수 없는 전쟁의 위험을 분담하자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한 사실과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너무나 터무니없어서 차라리 이란 군함을 불러들여 미국 함선을 호위하라고 하는 게 낫겠다"고 한 유명 중국 블로거의 말을 인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이 중국 내에서 노골적인 조롱을 받았다"고 했다.
신문은 중국이 중국의 인력과 선박의 위험을 감수하거나 역내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인 이란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유인 요소(incentive)가 거의 없다면서, 이란은 미국 및 그 동맹국들과 관련된 선박들만 공격하고 있고, 중국으로 석유를 운반하는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전쟁에 중국 군함 절대 파견 안해"
이 신문에 따르면, 상하이 국제외국어대학 중동연구소의 딩룽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렵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든 안 오든 중국은 호위 작전에 군함을 절대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딩 교수는 중국 해군 함정을 파견하는 것은 "이란과의 전쟁에 참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중국은 그런 행위를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은 양국 모두에 이익
신문은 그러나 중국이 트럼프의 요청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미중 무역전쟁 휴전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며, 베이징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력을 완화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베이징은 미국이 대만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중국에 대한 기술 수출 제한을 완화하고 대중 추가관세 발동 유예기간을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석유 수입량의 최대 4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된다면서,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중국 선박들 중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는 선박이 거의 없다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분석을 인용했다. 해상 데이터 플팻폼인 '마린 트래픽'에 따르면, 17일 현재 적어도 9척의 중국 선박이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은 중국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는 워싱턴 스팀슨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윤 선이 "이란(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은 모두에게 이익"이라며 중국이 중재를 시도하거나 이란에 은밀히 압력을 가해 해협 재개방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윤 선은 해협 재개방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베이징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워싱턴과의 우호관계를 구축하고, 책임감 있는 강대국으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며, 페르시아만 지역의 중국 파트너 국가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청은 미국 내의 이런 시각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윤 선은 그러나 "중국이 일방적인 압력으로 이란을 압박할 수는 없다"며 중국이 미국과 이스라엘에도 비공개적으로 휴전선언을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 연기가 중국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워싱턴에 대한 압력이 커져 중국이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스 숭은 "베이징과 워싱턴 모두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타결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 회담을 더욱 필요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회담 연기는 미중 알력보다 미국 사정 반영
닛케이는 트럼프 정권 또한 이번 중국방문을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한 지지율 회복 기폭제로 활용할 의도가 있다면서 "미국산 대두(콩) 등의 농산물 구입확대 합의를 중국으로부터 얻어내 공화당의 지지기반인 농촌지역의 환심을 사겠다는 노림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으로서도 미중 정상회담을 '거래(딜)외교'를 중시하는 트럼프에게 경제와 무역 분야에서 양보하는 대신에 대만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여를 약화시키는 기회로 삼을 수 있고, '서반구' 우선의 외교안보 정책을 내세우는 미국이 대만과 남중국해 등의 '동반구'에서 존재감이 약해지면 서태평양 권익 확대를 서두르고 있는 중국에게 유리해질 것이라는 계산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의 이번 미중 정상회담 연기 요청을 호르무즈 해협 통행 선박 호위 군함 파견을 둘러싼 미중간의 알력과 관계 악화 때문이라기보다는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전쟁의 장기화 조짐과 미국의 고민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닛케이는 그러나 군함 파견 등을 둘러싸고 이견을 드러내고 있는 상태에서 두 나라 정상이 만나 '이란 문제'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여 서로 틈새를 더 벌이기보다는 차라리 연기하는 것이 양국 모두에 득책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sudohaan@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