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가난했기에…누구도 외롭지 않았던 곳

피란민 3000가구 모여 산
달동네 풍경·변화상 전시
주말 방문객만 800명 이상
“세대 간 공감 나눌 수 있길”
지난 16일 찾아간 인천 동구 송현근린공원 내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인천을 상징하듯 돛단배 모양의 박물관 건물은 바다를 헤쳐나가는 모습이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달동네 화가’로 알려진 정영주 작가가 산 중턱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판잣집을 그린 작품 ‘Another World’가 한눈에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가면 크고 작은 흑백 TV와 전화기, 라디오 등 옛날 전자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2층에는 현대자동차에서 1982년 출시해 2022년까지 운행됐던 ‘포니2’ 자동차도 있다.
수도국산은 동구 송현동과 송림동에 걸쳐 있는 높이 54m의 야산이다. 과거 인천은 물이 부족했는데, 1908년 이곳 산꼭대기에 수돗물을 담아두는 배수지가 생긴 데서 ‘수도국산’이라는 지명이 유래했다. 20세기 초 일본군에 삶의 터전을 빼앗긴 조선인들이 송현동 비탈진 소나무숲에 자리 잡으며 ‘수도국산 달동네’가 형성됐다. 당시 주민들은 땅을 파고 가마니를 덮은 움막집에 살았다.
6·25전쟁 발발 이후 고향을 잃은 피란민이 몰려들었다. 1960~1970년대에는 일자리를 찾아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허가 판자촌을 이루며 한때 3000여가구가 거주했다. 1990년대 후반 도시 개발로 지금은 아파트 단지가 됐다.
동구는 달동네 서민들의 삶을 기억하기 위해 2005년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을 개관했다. 2023년부터 150억원을 들여 전시공간 확장을 위해 증축공사를 시작, 지난 2월 시범 운영을 거쳐 3월 재개관했다.

박물관 지하 1층의 상설전시관으로 내려가면 수도국산 달동네를 만날 수 있다. 1971년 11월 당시 달동네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도록 실제 크기로 마을을 재현했다. 비좁은 골목길에는 ‘뻥이요’ 소리치는 뻥튀기 아저씨를 비롯해 뭉친 솜이불을 새것처럼 만들어주는 솜틀집, 이발소, 각종 생필품을 파는 상회도 있다. 좁은 부엌에서 밥을 짓는 주민과 방 안에 둘러앉아 성냥갑을 만들고 있는 가족의 모습도 정겹다. 골목 안쪽에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화장실과 공동수도시설도 있다.
수원에서 아내와 딸을 데리고 박물관을 찾은 김태훈씨(55)는 “어렸을 때 봤던 추억의 물건들을 보니, 새록새록 옛날 생각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20대 딸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모습들을 직접 보게 되어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그의 아내는 “옛날 할머니 집에 놀러 갔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 먹었던 간식거리도 팔았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에서는 달동네의 형성과 변화, 철거와 이주 등 변천사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을 꾸미기 위해 철거를 앞둔 인근 지역에서 유물을 수집하고 기증받기도 했다. 박물관에는 시범 운영 기간에만 인천은 물론 대전과 광명, 일산 등에서 관람객 1만5000여명이 방문했다. 평일 하루 600~700명, 주말엔 800명 이상이 찾는다.
수도국산 달동네에서 40년을 살았다는 이정씨(85)는 “박물관 바로 옆 놀이터가 옛날 살던 집이었다”며 “어린 시절에 썼던 물건 등이 그대로 전시돼, 힘겨웠지만 정겨웠던 옛 추억이 떠올랐다”고 했다. 김찬진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장은 “박물관을 찾은 많은 분이 옛 기억을 떠올리고, 세대 간 공감을 나누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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