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 음성 동의 없이 광고에 쓴 '브레드이발소', 성우 교체 논란

노지민 기자 2026. 3. 1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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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당사자 성우 만나 사과…방송 일정과 제작 공정 미룰 수 없는 상황"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브레드이발소 시즌4' 홈페이지 갈무리

인기 애니메이션 '브레드이발소'가 TV시리즈를 위해 녹음한 성우의 음성을 당사자 동의 없이 광고에 사용해 논란이다. 문제를 제기한 성우들이 교체 통보를 받은 가운데, 지난 수년간 성우들과의 계약서 작성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 또한 뒤늦게 확인됐다. 제작사 측은 광고 음성 문제는 실무적 문제로 생긴 오해이며, 새 시즌 출연 여부를 논의하던 시점에 교체 통보가 이뤄진 것을 '계약 해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지난해 10월 한 식품 브랜드 광고에 '브레드이발소'의 일부 성우 음성이 사용되면서 불거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총 3명의 성우 음성이 광고에 쓰였고 이들에게 사전 고지가 이뤄지거나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없었다. 처음 사실을 알게 된 A 성우가 소속 에이전시를 거쳐 담당 PD에게 문제를 제기했으나 제작사 측은 사과나 양해를 구하는 설명 없이 해당 성우에게 원하는 비용을 말하라고 요구했고, 다음 시즌(시즌 5)부터는 교체될 거라 통보했다.

역시 광고에 음성이 사용된 B, C 성우도 A 성우가 교체 통보를 받은 사실을 알게 돼 담당 PD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고유의 캐스팅 권한에 왜 월권을 행하냐'는 답이었다고 한다. 이후 제작사 측은 두 성우에게 다음 녹음에 참여할지 여부를 알려달라고 연락해왔고, A 성우 교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먼저라는 뜻을 전했으나 결과적으로 두 성우 모두 교체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TV시리즈 음성이 광고에 사용…문제 제기한 성우 3명에 '교체 통보'

제작사 측에 권리를 이야기한 성우가 교체 통보를 받은 일이 처음은 아니다. 광고 문제가 있기 두 달 전인 지난해 8월 기존 녹음본을 활용한 극장판에 관해 협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이다. B 성우는 앞서 극장판이 새로 제작될 때마다 비용을 조금씩 올리기로 협의했고, 극장판 3기에선 자신이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많아진 데 비해 적은 비용이 제시됐다고 문의한 뒤 제작사 대표로부터 성우를 교체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후 PD 등의 중재로 교체가 무마되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성우 음성을 무단 활용하고, 문제를 제기한 성우가 교체 통보를 받는 일이 또 벌어졌다는 것이 B 성우의 지적이다.

B 성우는 본지에 “어떻게 저희만 협의를 하고 동료가 그만두는 걸 볼 수 있나”라며 “일이 커지지 않았으면 해서 오히려 부탁하듯 (제작사에) 이야기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만두겠다는 데 동의한 적이 없고 너무나 출연하고 싶었다. 저희에겐 돈을 버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8년 동안 함께해왔고,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고, 팬들과의 약속이기도 해서 쉽게 놓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면서 “(광고 음성 무단 사용을 지적한 뒤) 최종적으로 이메일이 온 것이 다음 시즌은 당신과 하지 않겠다는 통보였다”고 했다. 제작사 측은 B, C 성우가 맡아온 배역을 새로운 성우와 녹음한 상태다.

제작사 대표가 여성 성우들에 대한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성우들에 대한 사과 요구를 문제 삼으며 '남성 성우들은 회사의 입장을 생각하는데 왜 유독 여자들은 자기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복수의 성우들은 애초 광고 음성에 여성 성우들의 음성만 무단 사용됐고, 이 같은 무단 사용과 해당 성우에 대한 교체 통보 등에 대해선 성별을 막론한 성우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고 말한다.

실제로 남성이자 '브레드 이발소'의 주요 배역을 맡아온 D 성우는 여러차례 제작사 측에 문제의식을 밝히고 중재에도 나섰지만, 제작사 측 대응을 납득하지 못해 자진 하차를 결정했다. D 성우는 “성우들 음성이 광고에 도용됐는데 이후 과정에서 대표께서 무리한 행동을 했다. 관련된 성우들을 교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탁을 많이 했다”라며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고 하차를 결정한 배경을 전했다.

한 번도 작성되지 않은 서면 계약…취약한 지위에서 일자리 위협 반복

성우들과 이들을 대변하는 한국성우협회(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성우지부)는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근본적 이유 중 하나로 계약서 미비를 꼽는다. '브레드이발소' 측은 방영되기 시작한 2019년 이래 성우들과 서면계약서를 체결한 적이 없고, 이에 명시적 협의 없는 성우 음성 무단 사용, 사실상의 '계약 해지' 통보가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술인복지법(제4조의4)은 문화예술용역과 관련된 계약의 당사자는 계약 금액, 계약 기간·갱신·변경 및 해지에 관한 사항, 계약 당사자의 권리 및 의무에 관한 사항, 업무·과업의 내용, 시간 및 장소 등 용역의 범위에 관한 사항, 수익의 배분에 관한 사항, 분쟁해결에 관한 사항을 계약서에 명시하여 서명 또는 기명날인한 계약서를 서로 주고받도록 규정한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올해 1월부터는 한국성우협회, 성우지부가 있는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노조) 차원에서 제작사에 재발 방지 약속과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성우들이 '부당해고'를 했다며 기존 성우와의 재계약, 계약 체결 시 당사자 간 서면 계약서 작성을 촉구했다.

제작사 “신규 시즌, 일부 배역 참여 확정되지 않아 제작 일정상 어려움”

제작사 측은 광고 음성 사용 문제는 내부 실무 과정에서 절차가 충분히 정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이후 성우들 및 협회·노조에 경위를 설명하고 관련 비용도 정산했으며, 당사자 성우를 직접 만나 사과의 뜻을 전했다는 입장이다. 기존 시즌이 종료되고 신규 시즌 출연 여부를 논의하던 시점이었기에 '계약 해지'는 사실이 아니라며, 오히려 신규 시즌 제작을 앞두고 일부 배역의 참여 여부가 장기간 확정되지 않아 제작 일정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하차를 통보한 성우들 대신 새로운 성우와 녹음을 진행한 이유로는 “방송 일정과 제작 공정을 더 이상 미룰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불가피”했다며 “현재 '브레드이발소'는 6월 방영을 목표로 제작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계약 절차와 관련해서 제작사 측은 “과거 성우 계약은 사운드 스튜디오를 통해 진행되어 왔으며, 이 과정에서 계약 절차가 충분히 문서로 정리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음을 최근 확인했다”면서 “당사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계약 체계를 보다 명확히 정비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신규 시즌부터는 정부 표준계약서를 참고한 서면 계약 체계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음성 사용 범위에 대해선 “제작사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여 음성 사용 범위와 조건 등을 보다 명확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사 대표가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지적을 두고는 “실제 대화의 취지와 다르게 전달된 부분이 있다”라며 “특정 성별을 비하하거나 차별할 의도는 전혀 없었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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