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돌봄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서비스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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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은 초고령 사회를 맞이하는 한국 보건의료 및 복지 체계에 중대한 전환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통합적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경상남도 지역사회 내에 튼튼한 돌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돌봄노동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 모델의 적극적인 도입과 정책적 지원은, 우리가 꿈꾸는 '살던 곳에서의 존엄한 노후'를 현실로 만드는 가장 든든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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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협동조합이 해법 될 수 있어

최근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은 초고령 사회를 맞이하는 한국 보건의료 및 복지 체계에 중대한 전환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어르신들이 요양원이나 병원이라는 격리된 시설이 아닌, 평생 살아온 친숙한 '집'에서 노후를 보내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주거, 의료, 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통합적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경상남도 지역사회 내에 튼튼한 돌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안전하고 질 높은 요양 서비스를 받으려면 실질적 수행 기관인 요양보호기관이 잘 설계되어야 하며, 돌봄노동자가 적절히 훈련되고 보호되어야 합니다.
현재 재가요양 시스템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만성적인 돌봄 인력 부족과 높은 이직률입니다. 육체적, 감정적 소모가 크지만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환경은 요양보호사들의 잦은 이직을 낳고, 이는 서비스 질 저하와 돌봄 공백으로 이어집니다. 노후와 임종의 순간을 매번 바뀌는 낯선 이에게 맡겨야 한다면, 가정에서의 노후는 불안한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통합돌봄을 완성할 유력한 대안으로, 최근 미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노동자 소유 사회적 협동조합(Worker-owned Cooperatives)' 모델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요양업계 역시 인력난과 높은 이직률로 몸살을 앓고 있으나, 협동조합 형태의 기관들은 괄목할 성과를 보입니다. 뉴욕의 돌봄 협동조합들에 소속된 요양보호사들은 기존 영리 기관 대비 이직률이 절반에 불과하며, 동일한 요양보호사와 돌봄 관계를 유지하는 기간도 두 배나 깁니다.
성과를 견인한 핵심은 단순히 시간당 급여가 높다는 경제적 요인에만 있지 않습니다. 최근 미국 연구에 따르면, 협동조합 소속 요양보호사들이 꼽은 가장 큰 직업적 만족도는 "나에게 더 많은 발언권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노동자 스스로 기관의 공동 소유주가 되어 근로 조건, 환자 관리 방식, 전반적인 운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직업적 자존감과 책임감이 크게 향상된 것입니다.
돌봄노동자가 존중받고 주도성을 갖는 환경은 환자에 대한 헌신과 높은 질의 서비스로 직결됩니다. 요양보호사들은 단순한 보조 인력이 아니라, 환자 건강을 확인하고 식사를 도우며 다가오는 질병의 위험 징후를 가장 먼저 포착해내는 건강의 최전선 방어막입니다. 미국의 협동조합 모델은 우리 지역사회가 나아가야 할 요양보호기관의 이상적인 청사진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의료 접근성이 취약하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겪는 지방 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에서 훌륭한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지역 주민이 조합을 결성해 이웃을 돌보는 주체가 됨으로써,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돌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돌봄통합지원법의 성공적인 안착은 제도의 도입 자체보다, 그것을 현장에서 따뜻하게 작동하게 만드는 '사람'과 '조직'에 달려 있습니다. 경상남도에서도 창원도우누리, 창원돌봄센터 등이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며 좋은 사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돌봄노동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 모델의 적극적인 도입과 정책적 지원은, 우리가 꿈꾸는 '살던 곳에서의 존엄한 노후'를 현실로 만드는 가장 든든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김영수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예방의학 보건정책)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