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고 쓰는 반성문…법망 피해 판친다
본인 작성 안하고 유료 대필 맡겨
피해자, 열람 못해…진정성 논란

재판 과정에서 판사에게 제출하는 반성문을 정작 피해자는 확인할 수 없어 반성의 의미가 담기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반성문 유료 대필 업체도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화성 한 펜션에서 여성을 성폭행하고 휴대전화로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인터넷 방송인 A씨는 한달 간 반성문을 17차례 제출했다. A씨는 지난 1월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양형 사유로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을 지정해두고 있다. 이에 수많은 형사 사건 피의자들이 반성문을 다수 제출하고 있지만, 피의자 본인이 쓰지 않는 경우가 많고 정작 피해자는 볼 수 없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함에 있어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에 반성문 제출을 이에 해당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2024년 반성문 대필에 관여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기도 했다. 당시 대한변호사협회는 반성문 대필에 관여한 행위가 변호사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반성문의 양보다 질적인 측면이 더 중요하다는 정보가 확산되면서 무더기 반성문 제출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양형 기준에 남아있어 피의자들의 수십 건 반성문 제출은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성문 자체를 피의자가 직접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X(트위터) 등에 반성문을 검색하면 반성문과 탄원서 등을 대필해준다는 내용의 업체가 다수 등장한다.
변호사법은 자격이 없는 사람이 금품을 받고 소송 등 법률 사건에 관련된 서류를 작성해주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지만 이러한 업체들은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정작 피해자는 피의자가 제출한 반성문을 열람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형사소송법은 재판 중인이 사건의 가해자 반성문을 피해자가 열람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법원의 허가가 떨어지는 경우는 희박하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 우선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내용이 피의자 반성문에 적혀 있는데 피해자가 확인할 수 없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철현 법무법인 고운 변호사는 "아직 반성문 제출은 피의자의 반성 여부를 따질 때 중요한 잣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예를 들어 합의 시도를 하지 않았는데 반성문에는 열심히 시도하고 있다는 식의 잘못된 내용이 있을 경우 피해자가 이를 반박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피해자의 반성문 열람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정현 기자 chu363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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