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석루] 차용증이 ‘세금 방패’가 되려면- 강민수(세무사)

가족 간 큰돈이 오갈 때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차용증이다. 하지만 실무에서 마주하는 차용증은 세무조사라는 풍랑 속에서 쉽게 찢어지는 종이 방패인 경우가 많다. 가족 간 거래를 원칙적으로 ‘증여’로 보는 과세당국의 시각을 이해하고, 실무적으로 유효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먼저 차용증을 인정받기 위한 핵심 요건은 ‘적정 이자’의 설정과 ‘작성 시기’의 증명이다. 현행법상 적정 이자율은 연 4.6%다. 다만 증여세법상 이자 차액이 연간 1000만 원 미만이면 증여로 보지 않으므로, 이를 역산하면 약 2억1700만 원까지는 무이자로 빌려주더라도 증여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단, 조사가 시작된 뒤 소급 작성한 서류는 효력이 없으므로 공증이나 확정일자, 이메일 발송 기록 등으로 시기를 증명해야 한다.
차용증 작성 전, 자녀의 상환 능력과 기간 설정 검토가 중요하다. 실무적으로 상환 기간은 3~5년 사이로 설정하는 것이 통상적이며 가장 안전하다. 만약 10년 이상의 장기 차용을 설정한다면 사실상 갚을 의지가 없는 증여로 의심받기 쉽다.
또한, 차용증에는 차용 금액, 이자율, 이자 지급일뿐만 아니라 ‘만기 시 상환 방법’과 ‘중도 상환 조건’을 상세히 기재해야 제3자 간의 정상적인 거래로 인정받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후관리다. 차용증은 작성보다 ‘실천’이 핵심이다. 무이자 한도 내의 거래라 하더라도, 만기에 원금을 한 번에 갚는 방식보다는 기간 내에 원금을 정기적으로 분할 상환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유리하다. 이자가 발생하는 거래라면 반드시 약정일에 이자를 송금하고 비고란에 ‘○월분 이자’라고 명시해야 한다. 부모가 이자를 자녀의 생활비로 다시 입금해 주는 식의 ‘회전 거래’는 차용 실체를 부정당하는 지름길이다.
결국 차용증은 단순히 세금을 피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가족 간의 약속을 공적으로 증명하는 ‘신뢰의 기록’이어야 한다. 정교한 설계와 철저한 사후관리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그 종이 한 장은 가족의 자산을 지키는 든든한 보루가 된다. 오늘 저녁, 서랍 속 차용증에 이자의 궤적과 상환의 의지가 충분히 담겨 있는지 다시 살펴보길 권한다.
강민수(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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