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영도를 ‘영도’로 바꾼 건 조선인”…부산지명 연구 새 지평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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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열(64) 박사는 언어학자·한글학자·지명학자다.
현재 부산한글학회와 한국지명학회 회장이며, 부산대 국어교육과 강의교수로서 연구하고 가르친다.
과거 향토사학이나 민속학 영역에서 지명 연원 연구를 많이 할 때는 시대 여건상 이런 풍부한 자료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한자 뜻과 음 풀이를 너무 중시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
이근열 박사의 설명은 그런 시절은 지나갔고, 엄정·엄밀한 학문 기반 위에 부산 지명 연구가 올라섰다는 일종의 선언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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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투리·지역 지명 연구 권위자
- 향토사학 범위에 갇혔던 분야
- 학술 성과 바탕으로 수준 높여
- 승학산·진정산 유래 바로잡아

이근열(64) 박사는 언어학자·한글학자·지명학자다. 현재 부산한글학회와 한국지명학회 회장이며, 부산대 국어교육과 강의교수로서 연구하고 가르친다. 그는 저서 ‘사투리의 미학’ ‘부산 사투리의 이해’ ‘부산의 지명 연구’ 등을 냈고, 지명과 지역어(사투리)에 관한 논문을 70여 편이나 쓴 이 분야 권위자이다. 2024년 부산시문화상을 받은 그는 최근 새 저서 ‘부산 지명의 연원과 변천 연구’(도서출판 동아기획·사진)를 내놓았다.

“고지도·읍지·지형도, 우리나라 지명에 관한 구한말·일제강점기·해방 뒤의 조사나 고시, 관보·공보를 하나하나 대조하고 일본의 자료도 확인합니다. 고유어를 한자(漢字)로 표기할 때 음을 가져왔는지 뜻을 가져왔는지 비교·분석도 아주 중요하고, 언어학 차원에서 음운 변화 원칙에 맞는지 따져야 하며, 그곳에 직접 가서 현지인은 어떻게 인식하며 발음하는지 살피고 지형도 눈여겨봅니다. 그런 과정을 거칩니다.”
지난 10일 저자가 운영하는 부산 동래구 온천동 비갠메부산문화연구소에 찾아가 ‘이번 책의 의미’를 묻자 그는 우선 ‘과정’부터 설명했다. 과거 향토사학이나 민속학 영역에서 지명 연원 연구를 많이 할 때는 시대 여건상 이런 풍부한 자료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한자 뜻과 음 풀이를 너무 중시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 이근열 박사의 설명은 그런 시절은 지나갔고, 엄정·엄밀한 학문 기반 위에 부산 지명 연구가 올라섰다는 일종의 선언처럼 다가왔다.
이 학술서에는 기성 연구 결과와 관행에 ‘충격’을 안길 만한 내용이 줄줄이 나온다. 저자는 언어학 방법론, 옛 기록과 지도 교차 검증, 국내외 역사기록 비교 등을 다각도로 동원한다. 책으로 들어가보자. 승학산(乘鶴山)에는 ‘고려 말 무학대사가 학이 나는 듯한 모습이라 하여 승학산이라 칭했다’는 유래가 전해온다. 저자 조사에 따르면 1740년 ‘동래부지’부터 19세기를 거쳐 20세기 들어서도 우리 조상은 이 산을 높고 신성하다는 뜻으로 줄곧 ‘승악산(勝岳山)’으로 표기했다.
“일제가 침략해 부산의 일본인 전관거류지가 확대될 때 승악산은 일제에 의해 ‘승학산’으로 표기됩니다. 일본인에게 학은 소원을 하늘에 전해주는 동물입니다.” 이를 추적하며 대조한 어마어마한 양의 옛 기록과 지도는 책에 담겼다. 서구 진정산이 원래 우리 이름 금치산(金峙山)에서 일제가 이름 붙인 전정산(前淨山)으로 갔다가, 1986년 종이 지도를 만들 때 단순한 오기로 지금의 ‘진정산’이 된 웃지 못할 연원도 추적했다.
“동천의 원래 지명인 범천은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벌판에 뻗어 내린는 다는 뜻에서 ‘벋내’가 되는데 이게 범내로 바뀐 게 확인됩니다. 범내가 범천(凡川)이 되는데, 여기서 범을 호랑이(虎)로 추정해 ‘호계(虎溪)라는 연원을 가져오는 건 맞지 않습니다.” “1901년 조선인 객주들이 기록한 ‘부산항객주회의소규칙’에 절영도가 ‘영도’로 나옵니다. 1894년 ‘영남읍지’ 속 ‘동래부지도’에 절영도 안에 있는 군사거점을 ‘영도진’으로 표기했습니다. 이는 절영도를 ‘영도’로 바꾼 주체가 일제가 아닌 조선 사람일 수 있음을 시사하죠.”
영도 봉래산의 옛 명칭인 고갈산 또한 일제가 붙인 지명이 아닐 확률이 크다. 일제강점 이전 우리 조상이 고깔을 뜻하는 고깔산·곳갈산 또는 변봉(弁峰)으로 부른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변(弁)은 고깔을 뜻한다. 그는 ‘금정산 명칭의 기원이 금샘에 있다’는 주장도 비판적 시각으로 분석한다. ‘부산 지명 연원 연구는 이 책이 나오기 전과 나온 후로 나뉜다’는 생각이 인터뷰 도중 들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부산 지명 연구를 엄정한 학문 바탕 위에 올렸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에게 물었다. “그래서 잘못 전해져 내려온 부산 지명이 있다면, 그걸 바꿔야 합니까?”
그가 답했다. “지명과 언어는 스토리텔링과 문화콘텐츠로 ‘자원화’되고 있습니다. 지금 잘 대응하지 못하면, 잘못된 정보가 인터넷과 AI를 타고 퍼져나가 바로잡지 못하게 됩니다.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건 잡고, 지명 연구의 체계를 보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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