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예테보리에서 탄생하는 프리미엄 전기차 디자인…‘지커 글로벌 디자인 센터’

김동진 2026. 3. 1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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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예테보리(스웨덴)=김동진 기자]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 북해와 이어진 항구 도시의 차가운 바람을 지나 유니3 파크(Uni3 Park) 단지 안으로 들어서자, 유리와 금속으로 둘러싸인 검은색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직선과 면이 교차하는 건물은 연구시설이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조형물처럼 보였다.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의 디자인이 탄생하는 곳, 지커 글로벌 디자인 센터(Zeekr Global Design Center)다.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지커 글로벌 디자인 센터 / 출처=IT동아

지커는 중국 상하이와 스웨덴 예테보리 두 곳에 글로벌 디자인 거점을 운영한다. 그중 예테보리 디자인 센터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감성과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경험을 결합해 지커의 독자적인 디자인 정체성을 구축하는 심장부다.

개폐식 지붕으로 보안 강화…리프트 활용해 디자인 동선 최적화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중앙에 펼쳐진 거대한 아트리움이 눈에 들어왔다. 높은 천장 아래 계단형 구조로 이어진 공간은 자동차 연구소라기보다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연상케 했다.

지커 글로벌 디자인 센터 내부 / 출처=지커

디자이너들은 곳곳에서 노트북을 펼쳐 놓고 스케치를 검토하거나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도 창작 공간 특유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스케치 작업 중인 디자이너의 모습 / 출처=지커
차량을 두고 의견을 나누는 디자이너들의 모습 / 출처=지커

지커 글로벌 디자인 센터는 2022년 문을 연 5층 규모 건물이다. 이곳에는 자동차 디자인 개발에 필요한 대부분의 시설이 집약돼 있다. 클레이 모델링 스튜디오(Clay Modeling Studio), 차량 도색 시설, 색상·소재·마감재를 연구하는 CMF(Color·Material·Finish) 연구 공간, 3D 프린팅 시설, VR 디자인룸 등 디자인 개발에 필요한 모든 과정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차량 도색 시설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 출처=지커
가상의 배기음인 E-사운드를 비롯해 차량 내부에 탑재할 음향 설비 등을 테스트하는 작업자의 모습 / 출처=지커
VR 디자인룸에서 가상의 디자인 완성본을 살펴보는 디자이너의 모습 / 출처=지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클레이 모델링 스튜디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점토로 만든 실물 크기의 자동차 형태가 조명 아래 놓여 있었다.

클레이 모델링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디자인 작업 / 출처=지커

한 디자이너는 클레이 모델 옆면을 손바닥으로 천천히 쓸어내렸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손으로 느끼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클레이 모델링 스튜디오에서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 출처=지커

클레이 모델은 자동차 디자인 개발 과정에서 실제 차량과 동일한 크기로 제작한 일종의 모형이다. 디자이너들은 이 모델을 통해 컴퓨터 화면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차체 비례와 표면 곡면을 직접 검증한다. 천장에는 수십 개의 조명이 설치돼 있었고, 디자이너들은 빛의 각도를 바꿔가며 차체 곡면의 미세한 굴곡을 확인했다. 자동차 디자인에서 빛과 그림자는 표면 완성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스케치 / 출처=지커

스튜디오 벽면에는 수십 장의 자동차 스케치가 붙어 있었다. 헤드램프 디자인, 실내 콘솔 구조, 휠 형태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연필 선으로 표현한 결과물이다. 어떤 스케치는 실제 차량 디자인으로 발전하고, 어떤 것은 아이디어 단계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뤄진다.

일례로 지커 글로벌 디자인 센터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건물 구조다. 디자인 센터 지붕은 개폐식으로 작동한다. 외부에 디자인 작업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설계다. 자동차 디자인은 출시 전까지 철저한 보안이 필요한 작업이다. 개폐식 지붕을 활용하면, 신차 디자인을 적용한 차량을 외부 시선과 분리한 채 자연광 아래에서 평가할 수 있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차량 이동 시스템이다. 지커는 디자인 센터 1층에서 제작한 차량 모델을 리프트를 통해 곧바로 4층까지 올릴 수 있도록 건물 구조를 설계했다. 자동차 디자인 개발 과정에서는 차량을 여러 작업 공간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실제 차량을 통째로 옮길 수 있는 대형 리프트를 건물 내부에 설치해 동선 효율을 최적화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모인 500명의 디자이너가 빚어내는 프리미엄 전기차 디자인

지커 글로벌 디자인 센터에는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모인 약 500명의 디자이너와 모델러, CMF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평균 연령은 약 36세로 비교적 젊은 조직이다. 이들은 크게 디자인 콘셉트를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그룹과 이를 실제 차량으로 구현하는 디자인 운영 그룹으로 나뉜다. 약 200명의 디자이너가 스케치와 콘셉트를 만들고, 300여 명의 모델러와 엔지니어가 이를 현실의 자동차 형태로 구현한다.

지커 글로벌 센터 임직원의 모습 / 출처=지커

지커 글로벌 디자인 센터에서 탄생한 대표 모델로는 전기 SUV 7X, 8X, 전기 세단 007, 프리미엄 MPV MIX 등이 있다. 이중 지커 7X는 절제된 표면 처리와 균형 잡힌 비례를 통해 공기저항계수 0.247Cd라는 수치를 달성한 대표 모델이다. 지커코리아가 올해 국내에 가장 먼저 선보일 차량이다.

지커 7X 전면부 / 출처=IT동아
지커 7X 측면부 / 출처=IT동아
지커 7X 후면부 / 출처=IT동아
지커 7X 실내 / 출처=IT동아

CMF(Color·Material·Finish) 연구 공간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차량에 적용될 색상과 소재, 마감 품질을 실제 샘플을 통해 검증한다.

CMF 연구공간에서 차량 소재를 살펴보는 디자이너의 모습 / 출처=지커
각종 샘플이 놓여진 수납공간 / 출처=지커

작업 테이블 위에는 수십 가지 색상의 가죽과 금속, 섬유 샘플이 놓여 있었다. 디자이너들은 소재를 손으로 만지거나 빛 아래에서 기울여 보며 질감과 반사 정도를 비교했다. 이 단계에서 결정된 색상과 소재는 향후 양산 차량의 실내 디자인 기준이 된다.

CMF 연구공간에서 원단을 재봉하는 디자이너의 모습 / 출처=지커

소재 연구 공간에서는 실제 차량에 적용할 가죽을 직접 재단하고 마감 품질을 확인하는 작업도 진행된다. 지커는 동물 복지 기준을 충족한 브리지 오브 위어(Bridge of Weir) 나파 가죽 등 프리미엄 소재를 사용하는 동시에 동물 친화적인 생산 방식까지 고려한다고 강조했다.

지커 글로벌 디자인 센터를 살펴보며 자동차 한 대의 디자인이 하나의 선과 스케치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선은 수많은 토론과 수정을 거쳐 현실의 자동차로 완성되며, 지금 이 순간에도 글로벌 디자인 센터 안에서 지커라는 브랜드의 미래로 이어지고 있다.

IT동아 예테보리(스웨덴)=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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