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거 정신 역행’ 3.15 인사들, 언제까지 봐야 하나
3.15 민주 영령 기리는 제66주년 국가기념식 참석
문제의식 느끼는 사람 있지만…절연 못하는 단체들

3.15 단체가 의거 정신을 저버린 집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올해도 이어진다. 단체에는 '내란 수괴' 윤석열 씨 탄핵 국면에서 12·3 내란을 옹호하거나 헌법재판소 결정을 문제 삼은 인사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부는 이사·회장 등 주요 임원직을 맡고 있다. 이우태 3.15의거정신계승회장, 변승기 3.15의거부상자회장, 오무선 3.15의거희생자유족회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3.15 단체 소속으로 희생자 추모제를 주관하고 국가기념식에도 참석하고 있다. 그러나 단체 내부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거나, 제지하는 움직임은 없다. 단체 차원 절연이나 임원직 해임, 회원 제명, 기념식 참석 배제와 같은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3.15의거 기념사업을 전담하는 기념사업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사업회 역시 조직 안에 민주주의 질서를 부정하는 인식으로 잡음을 일으킨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과 선을 긋거나 정리하려는 내부 기류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백한기 전 3.15의거기념사업회장은 지난 대선 당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공개 지지하며 "꼭 대통령이 되셔서 우리의 명예를 회복해달라"고 발언했다. 백 전 회장은 지난 15일 국립3.15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6주년 3.15의거 국가기념식에 참석했다. 이 때문에 내란에 선을 긋지 않는 정치세력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전직 3.15 단체장이 민주 영령을 기리는 자리에 함께한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12.3 내란 이후 단체 인사 반민주적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때마다 내부와 지역사회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단체 내부에서는 사안 관련 공식적인 토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논란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단체별 자정 능력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화운동을 계승하는 단체라면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와 관련해 내부 기준을 세우고 책임을 묻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3.15 관련 단체에서는 이러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도부 행보를 두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제지하는 장치도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조직 구조 또한 한계로 지적된다. 고령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 속에서 제한된 인적 기반이 유지되다 보니 특정 인맥 중심 운영이 굳어졌다. 내부 견제 기능도 약화했다. 새로운 세대 유입이 부족한 상황에서 비판은 쉽게 묻혔다.
체계를 바꾸려면 내부 기준 정립과 단체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상임고문은 "3.15의거는 우리 지역의 공공 자산"이라면서 "이 공공 자산을 제대로 기념하려면 공공성을 갖춘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운영 구조로는 한계가 있으며, 방식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상임고문은 "3.15의거 이념과 단체 내부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며 "민주주의를 부정하거나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를 두고서는 단체 차원에서 견해를 분명하게 하고, 필요하다면 책임을 묻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3.15 단체 중에서도 3.15의거기념사업회 역할이 중요하다"며 "여기에 시민사회·정치·문화 등 각계 대표 인사들이 단체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박홍기 3.15의거기념사업회장은 "내란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되지 않았지만, 조직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람들을 추려서 정리하는 건 쉽지 않다"며 "앞으로 3.15의거 정신에 맞지 않는 행동으로 문제가 되는 사람이 있다면 절차에 따라 내부적으로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