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 왜 한국과 일본에만 집요할까
눈앞에 급한 불 ‘이란전’
美에 가장 중요한 건 대만전
미국 최근 국방 전략문서들
중국과 대만 문제 최우선시
한·일 군사력 묶으려는 미국
한·일·필리핀 합동 상륙훈련 실시
대만전과 연관성 없는지 의문
# 이란전戰은 미국이 시급하게 처리해야 했을 전쟁이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군사적 충돌은 아니다. 이란과의 전쟁이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에 가장 중요한 전쟁은 중국의 침공에서 대만을 방어하는 것이다.
# 그런데 공교롭게도 트럼프 2기의 국방 전략과 대만전 전략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한국과 일본이라는 존재다. 더스쿠프가 미국의 군사 전략 문서와 트럼프의 호르무즈 해협 군함 요청을 기반으로 이 문제를 자세히 알아봤다.
![지난 13일 미군 폭격으로 불타고 있는 이란 테헤란의 석유 저장시설. [사진 | 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7/thescoop1/20260317184058662ikmx.jpg)
우리나라 국방부와 같은 미국 전쟁부는 매년 국가안보전략(NSS)을 필두로 국가방위전략(NDS), 국가군사전략(NMS)과 같은 국방 전략 문서를 발표한다. 미국이 마지막으로 국방 전략 관련 문서에서 '두개의 전쟁에서 승리'를 언급한 건 2010년이다.
로버트 게이츠 당시 국방부 장관은 국방검토보고서(QDR)라는 문서에서 "2개의 전쟁 전략을 유지하겠지만,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음에도 오랜 기간 유지돼 온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더 이상 그런 시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 달라진 국방 전략=미국의 국방 전략은 그 이후 지금까지도 두개의 전쟁이 발생하면, 하나를 뒤로 미루고 다른 하나에서 승리한다는 개념의 '윈-홀드-윈(Win-Hold-Win)' 전략이었다.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두번째 임기를 시작하자 미국 국방 전략은 큰 변화를 맞았다.
미국이 올해 1월 발표한 NDS는 명확하게 '미국 본토 방어'가 최우선 과제임을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서반구에서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회복하고, 미국 본토와 서반구 주요 지역 접근권을 지키며, 적이 서반구에서 병력 등 위협적인 수단을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을 제거하겠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올해 NDS는 먼로 독트린에 대한 트럼프식 수정안"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서반구까지만 지키겠다는 의사 표현이라는 뜻이다. 서반구는 아메리카 대륙, 그린란드, 대서양 일부를 포함하는 지구의 서쪽 절반을 뜻한다. 방위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가 왜 그린란드 침공에 집착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미국의 현재 국방 전략 문서에 언급된 '적'은 누구일까. NDS는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을 적과 유사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문서에서 적국에 가장 가깝게 묘사되는 건 중국 하나다. 올해 NDS는 중국을 "19세기 이후 미국과 비교해 가장 강력한 국가", 이를테면 세계 2위 강대국으로 정의한다.
다만, 미국이 본토 방어를 위해서 중국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를 세부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무엇보다 임박한 전쟁인 대만전戰에 관한 내용도 전혀 들어있지 않다.
■ 중국-대만이란 위협=미국 국방 전략 문서에 중국과 대만이라는 현존하는 가장 큰 위협이 빠져있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이 수수께끼는 미국이 공개한 적은 없지만, 전 세계가 이미 다 알고 있는 한 문서를 읽으면 쉽게 풀린다.
![[사진 | 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7/thescoop1/20260317184059961gedd.jpg)
이란전이 매일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는 지금, '대만해협 긴장'을 얘기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이 비록 지금 이란과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는 가장 빨리 처리해야 하는 작은 위협일 뿐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가장 중대한 위협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중국의 대만 공격이다.
그 증거는 미국 주요 매체들의 보도에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지난 15일 미국 주요 매체들은 대만 인근에 중국 공군기 26대가 출몰한 사실을 무척 중요하게 다뤘다. 그런데 이 사건의 핵심은 다른 데 있다.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대만 인근에 전투기를 보냈던 중국이 이런 위협을 무려 10일 동안 중단했다가 재개했기 때문이고, 미국 정부가 그 내막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 "한편에선 미·중 베이징 정상회담 준비가 본격화하면서 훈련이 중단됐다고 지적했고, 일부는 중국 군사 훈련 절차가 개편된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전투기를 대만에 보낸 것도 아닌, 열흘 동안 안 보내다가 다시 보낸 이유가 중요한 뉴스가 된다는 건 여전히 미국의 관심이 대만전에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 미국의 대중 방어선과 한일 양국= 이란과 대만을 잇는 연결고리에도 주목해야 한다. 바로 한국과 일본의 존재다. 지난해 유출된 미국 '임시 NDS' 문서가 당시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는 미국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보고서와의 유사성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당시 "지난해 헤리티지재단 보고서의 단어를 그대로 복사한 듯한 구절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방 전략 문서가 차용한 보고서는 헤리티지재단이 2024년 8월 발표한 대만전 관련 내용이다. 보고서는 중국과의 무력 충돌을 가정하면서 1차 방어선과 2차 방어선을 언급했는데, 한국과 일본은 필리핀과 함께 미국의 대중對中 1차 방어선을 책임져야 하는 나라로 명시돼 있다.
대만전을 둘러싼 미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미국 여야,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모두 우리와 일본이 중국의 대만 공격을 가장 먼저 막아서라고 주문하고 있다. 미국의 진보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해 3월 28일 '한국은 대만해협 문제에서 자신의 역할을 정의할 준비가 돼 있나'란 보고서에서 "미군 자원이 대만으로 전환하면, 한국은 북한의 도발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며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미국과 지역 동맹국 간 전략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 미국 동맹국 간에 군사적 리더를 맡으라는 말과 다름이 없다.
![[사진 |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7/thescoop1/20260317184101260cfze.jpg)
미국 전쟁부는 장문의 보도자료에서 이를 '역사적인 첫걸음'이라고 표현했다. 이 훈련에는 한국 해병대, 일본 육상자위대, 필리핀 해병대가 참가했다. 미국 전쟁부는 왜 이 3개 나라가 합동으로 상륙작전을 상정한 훈련에 나섰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이 왜 중국 견제와 대만 방어를 최우선 국방 전략으로 삼았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대만전이 만약 실제로 벌어진다면 한국과 일본에는 이란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경제적 피해를 준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가 2023년 기준으로 작성한 이란과 대만의 전쟁 피해를 비교하면, 주변국 국내총생산(GDP) 손실이나 주변국 물가상승률 추가분에서 대만전으로 입는 우리 피해가 압도적으로 크다.
무엇보다 미국의 구상대로 한국, 일본, 대만이 모두 전쟁에 발이 묶인다면, 미국이 구상한 이른바 '칩4 동맹'이라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유일하게 피해가 없는 건 미국 본토 반도체 기업뿐이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도 영국과 프랑스는 대충 건너뛰듯 하면서, 유독 한국과 일본에는 집요하다. 미국의 이란전 파병 요청이 혹시 대만전 예비소집은 아닌지 한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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