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과 농담 사이…먹빛으로 풀어낸 봄의 사유
서로의 기운 나누며 공동의 숨결로 확장된 치유·생성의 힘
예술 매개 공동체의 삶속 오늘, 다시 살아나는 전통의 미학

시(詩)·서(書)·화(畵)가 한 화면 안에서 호흡하는 문인화의 본질을 오늘의 감각으로 되짚고, 예술이 공동체와 만나는 순간까지 함께 보여주는 자리다.
은암미술관은 금봉미술관과 함께 오는 4월3일까지 은암미술관 1,2층 전시실에서 2026 은암미술관 봄맞이 기획전 ‘淸遊 청유’를 연다. 이에 앞서 지난 5일에는 휘호행사 ‘먹풀어 興을 나누며’를 열고 문인화 예술의 살아 있는 순간을 시민과 함께 나눴다.
이번 전시는 문인화 예술의 원형인 시·서·화의 조화를 통해 예술이 삶의 태도이자 정신의 수양이라는 점을 환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화면 위에 번지는 먹빛과 필획의 흐름, 여백 사이의 호흡을 통해 사유의 깊이와 시간의 층위를 드러내려는 취지다.
원로 초대작가인 금봉 박행보는 “청유(淸遊)는 맑은 정신으로 예술과 자연을 거닐며 사유의 깊이를 더하는 동양적 미학의 한 경지”라며 “속도를 늦추고 마음의 결을 고요히 씻어내는 시간, 그 고요 속에서 비로소 창작의 숨결이 피어난다”고 말했다.

한상운 금봉미술관 관장은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붓을 들고, 먹의 농담과 필획의 리듬 속에서 서로의 기운을 나누는 순간, 예술은 공동의 숨결로 확장된다”며 “완성된 결과보다 더욱 깊이 남는 것은 그 과정에서 태어나는 생동하는 떨림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시는 전통 문인화의 계승에 머무르지 않고, 동시대적 감각 속에서 그 의미를 새롭게 확장하는 데에도 방점을 찍는다.
전통을 고정된 형식이 아닌 오늘의 감각 안에서 다시 살아나는 정신으로 바라보고, 예술이 공동체의 정서를 잇는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참여작가는 금봉 박행보, 우송헌 김영삼, 우석 박신근, 우촌 백준선, 묵선 위오남, 치봉 윤영동, 현곡 이봉재, 정암 이병오, 나성 이영임, 여촌 이상태, 청헌 이재분, 담헌 전명옥, 금초 정광주, 고묵헌 정석흔, 봉산 정재경, 고헌 조창현, 멱당 한상운 등 17명이다.
채종기 은암미술관 관장은 “새봄의 문턱에서 펼쳐지는 ‘淸遊 청유’ 기획초대전은 맑은 사유의 유영이자, 예술이 지닌 치유와 생성의 힘을 나누는 자리”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일상의 속도를 잠시 내려놓고, 여백과 농담 사이를 거닐며 자신만의 맑은 시간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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