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양으로 찍는다'는 옛말···과학 연구 역량 '퀄리티' 美 넘어
'논문공장' 논란···정책 대수정 단행
1% 피인용 논문 美보다 2.3%p 앞서
"체계적 투자·국제 협력 확대 결과"

중국이 글로벌 과학 연구 역량을 평가하는 지표인 '네이처 인덱스(Nature Index)'에서 3년 연속 1위를 기록하며 세계 연구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각국이 과학기술 인재 확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은 국가 차원의 연구 투자와 인재 정책을 기반으로 대학 중심 연구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국제 학술지 스프링거 네이처에 따르면 이번 네이처 인덱스 집계에서 중국과학원이 1위를 유지했으며 △중국과학기술대학 △저장대학교 △베이징대학교 △칭화대학교 △난징대학교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10위권 가운데 미국 하버드대학교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중국 대학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처 인덱스 상위권, 중국 대학이 장악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뒤처진 모습이다. 서울대학교는 59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84위를 기록하며 이전 발표 대비 소폭 하락했다. 연세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도 각각 144위, 159위로 순위가 내려갔고 포항공과대학교는 166위로 15계단 상승했다.
국가별 연구 역량에서도 중국은 1위를 유지했다. 미국이 2위를 기록했고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가 뒤를 이었다. 한국은 7위에 머물렀다. 분야별로는 물상과학 4위, 화학 7위를 기록했지만 지구환경과학과 생명과학에서는 각각 12위에 그쳤다.

네이처 인덱스는 자연과학 분야 주요 학술지 145종에 게재된 논문을 기반으로 연구 기관과 국가의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다. 논문 수를 기준으로 하는 '카운트(Count)'와 저자 기여도를 반영한 '셰어(Share)'를 함께 활용하며 이번 집계는 2024년 12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발표된 논문을 분석해 산출됐다.
주목할 점은 중국 논문이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경쟁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한때 논문 증가를 둘러싸고 '논문 공장(paper mill)'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2021년 당시 네이처는 중국 연구지원기관들이 논문 대행 조직과 관련된 연구 부정 사건을 조사해 최소 23명의 연구자에 대해 징계 조처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논문공장' 논란 이후 평가체계 전면 수정
일부 연구자들이 논문 생산을 외부 조직에 맡기거나 데이터 조작을 통해 논문을 작성한 사례가 확인된 것으로 논문 수 중심의 성과 평가 체계가 연구 윤리 문제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중국 연구 환경에서는 교수 승진 기준과 연구비 평가, 대학 평가 지표 등이 논문 수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컸다.
이후 중국 교육부(MOE)와 과학기술부(MOST)는 '논문 만능주의'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며 SCI 논문 수 중심 평가를 줄이고 대표 성과와 기술 적용성, 사회적 기여 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연구 평가 체계를 조정해 왔다. 동시에 데이터 조작, 논문 대필·대리투고, 허위 심사 등 연구 부정 행위에 대한 조사와 처벌 수위를 강화하며 연구 윤리 감독도 확대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학술정보 분석기관 클래리베이트(Clarivate) 데이터베이스를 기준으로 집계한 상위 1% 피인용 논문 비중에서 중국은 27.2%를 기록해 미국(24.9%)을 앞섰다. 상위 1% 피인용 논문은 각 연구 분야와 발표 연도를 기준으로 인용 횟수 상위 1%에 해당하는 논문으로 연구 성과가 학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국가 전략 산업과 결합된 연구 투자
중국 대학의 약진 배경에는 국가 차원의 연구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기술, 신소재, 에너지 전환 등 전략 산업을 지정하고 대학을 핵심 연구 거점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대학과 연구기관에 대한 △대규모 연구비 지원 △해외 인재 유치 정책 △산업단지와 연구소를 연결하는 혁신 생태계 구축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대학이 국가 전략 산업의 연구 기반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학 연구 성과가 특허와 산업 기술로 이어지고 산업단지와 기업을 통해 상용화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인재 이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구 자금과 시설, 정책 지원, 산업과의 연계를 바탕으로 중국 대학이 세계 연구자들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연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08년부터 과학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고급 인재 유치를 위해 '천인계획'을 추진하며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마그달레나 스키퍼 네이처 편집장은 "중국의 연구 성과는 네이처 인덱스뿐 아니라 여러 연구 평가 지표에서 점점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연구와 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투자와 국제 협력 확대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 네이처 인덱스(Nature Index) = 자연과학 분야 주요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을 기반으로 국가와 연구기관의 연구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다. 단순 논문 수뿐 아니라 저자 기여도를 반영한 '셰어(Share)' 지표를 함께 활용해 연구 영향력과 질적 수준을 종합적으로 측정한다.
☞ 상위 1% 피인용 논문 = 각 연구 분야와 발표 연도별로 인용 횟수 기준 상위 1%에 해당하는 논문을 의미한다. 학계에서 연구 영향력과 파급력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되며 국가별 연구 경쟁력을 비교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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