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르토크의 무의식과 브리튼의 유머를 들어보세요"

조민선 2026. 3. 1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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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피아니스트 손열음
BBC 심포니와 전국 투어 나서
"버르토크는 해석 여지 무한대
브리튼, 처음 접해도 안어려워"
25·26일엔 예술의전당 공연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오는 24일 부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25·26일 예술의전당 등에서 BBC 심포니와 공연한다. 악단과는 지난 13일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연주하며 합을 맞췄다. ⓒMarco Borggreve


“얼마나 고유한 성질을 갖고 있느냐가 곡을 고르는 가장 큰 기준이에요. ‘이런 게 있었네’하고 놀라게 만드는 음악을 마주했을 때 가장 설레거든요.”

손열음과 협연할 악단인 BBC 심포니. ⓒMark Allan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레퍼토리 선택의 기준을 ‘오리지널리티’라고 했다.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공연에서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브리튼 피아노 협주곡을 고른 이유다. 손열음은 13년 만에 한국을 찾은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24일부터 협연한다. 24일 부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25일부터 이틀간은 예술의전당, 이후 대전과 성남까지 이어지는 투어에 나선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저는 다양한 것을 접하려고 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남들과 나누고 싶은 본능이 크다”며 “버르토크와 브리튼은 저의 이러한 성격과 딱 맞는 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호흡을 맞추는 BBC 심포니는 영국 대표 음악 축제 ‘프롬스’의 상주 악단으로, 고전부터 현대음악까지 방대한 레퍼토리를 소화한다. 13년째 악단을 이끌고 있는 수석지휘자 사카리 오라모가 직접 손열음에게 협연을 요청했다. 악단과는 2년 전 런던에서 한 무대에 선 적이 있지만, 오라모와는 이번이 첫 만남이다.

손열음은 “20년 넘게 오라모의 명성을 들어왔지만 함께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선곡에 대해서는 “버르토크, 브리튼에 핀지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실험적이면서도 가장 대중 친화적인 프롬스 페스티벌을 이끄는 교향악단다운 선택”이라고 했다. 이어 “전 세계 악단이 비슷한 곡으로 비슷한 공연장을 찾아가는 요즘, 투어에서는 이 악단만이, 이 지휘자만이, 이 연주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5일 선보일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손열음이 버르토크의 세 협주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말년의 버르토크가 남긴 유작에 가까운 작품으로, 화려한 기교보다 대화와 성찰, 절제된 유머가 돋보인다. 지난해 9월 구스타보 두다멜이 이끄는 뉴욕필하모닉과의 협연에서 임윤찬이 연주해 화제를 모은 곡이기도 하다.

손열음은 버르토크를 “음악사 전체에서 보아도 이렇게 고유한 개성의 작곡가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라고 표현했다. 민속학자이기도 했던 그는 어떤 사조와도 독립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했다. 그는 “다른 어떤 것과도 닮지 않아서 타성에 기반한 접근이 어렵고, 해석의 여지도 무한대가 된다”며 “그 지점이 연주자에게 가장 흥미로우면서 까다로운 점”이라고 했다.

3번에 대해서는 “1·2번의 야성적 에너지와 정반대로 매우 정신적인 곡”이라며 “기묘한 정서적 감동이 있어 좋아한다”고 했다. “이 음악이야말로 가장 추상적으로, 더 깊은 무의식의 세계를 끌어내고 싶은 곡”이라고도 덧붙였다.

26일 공연에서는 브리튼 피아노 협주곡이 무대에 오른다. 손열음은 이 곡을 처음 연주했을 때 “이렇게 훌륭한 곡이 왜 많이 연주되지 않지?”라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했다. 항해 소설 같은 1악장, 연극적인 2악장, 초현실적인 3악장, 소비에트 행진가를 비튼 듯한 4악장까지.

“영국 문학이나 극 특유의 어두운 유머와 이상한 친숙함이 곡 전반에 깔려 있어 처음 접하는 분들께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938년 BBC 심포니가 초연한 작품으로, 한국 무대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유로운 무대를 즐기는 손열음에게 영국 악단은 최적의 파트너다. 그는 영국 악단만의 특성으로 “리허설 과정에서의 극강의 효율성, 그리고 본 무대에서의 자율성”을 꼽았다. “리허설에서 과도하게 많은 것을 약속해 두지 않기 때문에 무대에서 훨씬 자유롭게 느낄 때가 많다”는 설명이다.

공연 프로그램은 24·25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돈 후안’으로 막을 열고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3번,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이 이어진다. 26일은 멘델스존 ‘핑갈의 동굴’ 서곡에 이어 브리튼 피아노 협주곡, 브람스 교향곡 2번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손열음은 “새로 시작하는 3월에 잘 맞는, 에너지가 가득한 공연이 될 것”이라며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곡인데 공연장을 나서며 ‘이 곡, 또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드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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