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연저지인(吮疽之仁)의 리더십

공진희 부국장(진천주재) 2026. 3. 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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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국장(진천주재)

위나라에서 장수로 활동하던 오기(吳起)는 늘 사졸(士卒)들과 더불어 입고 마시는 것을 함께 하였다. 잠을 잘 때에도 자리를 깔지 않았고, 행군할 때에도 말이나 수레를 타지 않았으며, 몸소 식량을 지고 다니면서 사졸들과 노고를 나누었다. 어느날은 한 병졸이 종기가 났는데, 오기가 이를 입으로 빨아주었다. 이 소식을 들은 병졸의 어머니가 통곡을 하자, 주위 사람들은 "장군이 직접 종기를 빨아주었다는데 왜 우는 것이오?"라고 물었다. 그러자 병졸의 어머니는 "오공께서 그 아버지의 종기를 빨아주었더니 전투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싸우다가 적에게 죽고 말았소. 오공께서 이번엔 우리 아들의 종기를 빨아주었으니 그 아이도 어디서 죽을지 몰라서 우는 것이오."라고 답하였다. 이 일화에서 '연저지인(吮疽之仁)'이라는 고사성어가 유래하였다.

오기(吳起)는 중국 전국시대의 명장이자 병법가, 정치가이다. 경칭인 '오자(吳子)'로도 알려져 있다.손무(孫武)와 더불어 '손오병법'으로 일컬어지는 병법의 대가이자, 실전에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불패의 전략가였다. 하지만 그를 진정으로 빛나게 하는 것은 그의 전술적 천재성보다 병사들의 마음을 얻었던 현장 중심의 리더십이다
 
6·3 지방선거는 충북이 '국가 발전의 중심축'으로 확고히 자리 잡느냐, 아니면 '인구 절벽의 위기'에 매몰되느냐를 결정하는 선거다. 
충청북도는 대한민국 반도체 생산의 핵심 거점이자 바이오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지역 불균형과 환경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먼저 대전·세종·충남북을 잇는 충청권 메가시티 논의 속에서 충북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 특히 '충북특별자치도법'의 실질적인 권한 확보를 통해 규제 완화와 지역 개발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청주권에 집중된 인프라와 인구 편중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제천, 단양, 괴산, 보은 등 인구 감소 지역의 생존 전략과 함께 관광 자원 개발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가 주요 쟁점이다.
이와함께 미세먼지 문제 해결과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순환경제 네트워크 구축, 그리고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 갈등 관리 등 삶의 질과 직결된 행정력이 필요하다.
이번 6·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화려한 공약과 거창한 담론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연설가가 아니다. 내 삶의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아픔을 직접 목격하고, 그 고름을 기꺼이 빨아낼 준비가 된 현장형 리더다.
오기는 장군임에도 불구하고 병사들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밥을 먹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권위의 자리가 아니라 '가장 낮은 곳의 대변인'이어야 한다. 
고름을 빠는 행위는 숭고하지만 동시에 매우 불쾌하고 힘든 일이다. 리더십은 멋진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갈등이 폭발하는 민원 현장에 뛰어들어 욕설을 듣고 비난을 받으면서도 해결책을 찾아내는 끈기에서 나온다. 6·3 지방선거의 승자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고름을 짜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세련된 정치 공학자보다, 거친 민생의 현장에서 주민과 함께 땀 흘리고 눈물 흘릴 '오기'와 같은 인물을 찾아내야 한다. 
병사의 어머니가 울었던 이유는 리더의 행동이 '가짜'가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쇼가 아닌 진심어린 행보는 구성원의 자발적인 헌신을 이끌어낸다. 이제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에게 물어야 한다.
"당신은 우리 이웃의 아픈 고름을 입으로 빨아낼 용기가 있습니까? 아니면 멀리서 지시만 하는 구경꾼에 머물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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