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량 부제 검토 착수…전국 민간 강제시 걸프전 후 처음(종합)

이재영 2026. 3. 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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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수급 중대한 차질' 발생하면 '차량 등 사용 제한 명령' 가능
1970년대 석유파동 때 '고급차 운행' 제한…1991년 두달간 '10부제' 실시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세종=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17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국무회의에서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발생한 중동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한 에너지 수요 절감책으로 '차량 부제 운행'을 언급하면서 정부도 추진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절약 노력을 범사회적으로 확산해야 한다"면서 "필요하면 자동차 5부제 혹은 10부제 등 다각도의 에너지 수요 절감 대책을 수립해달라"고 주문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이날 "부제를 실시했을 때 '필요한 만큼 최소한' 실시될 수 있도록 하는 범위와 시기 등을 검토 중"이라면서 "상황을 보면서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에만 시행할지, 민간까지 시행할지 등 범위와 권고로 할지, 의무로 할지 등 방법, 시기는 물론 시행할지 여부도 아직 내부 검토 중이라는 것이 기후부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차량 부제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제7조와 제8조에 근거해 실시된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 7조 2항에 따르면 '기후부 장관과 산업통상부 장관은 국내외 에너지 사정 변동으로 에너지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수급 안정을 위해 에너지 사용 기자재 소유·관리자에게 기자재 사용 제한을 명령할 수 있다. 에너지 사용 기자재에는 차량이 포함된다.

또 이 법 8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 조항에 근거한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공공기관은 승용차 요일제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들어있다.

미국·이란 갈등 영향 국제 유가 상승, 수입물가지수 8개월 연속 오름세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지난달 미국·이란 갈등으로 국제 유가가 오르자 우리나라 수입 제품의 전반적 가격 수준(원화 환산 기준)도 1% 이상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2월 기준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20년 수준 100)는 145.39로, 1월(143.74)보다 1.1% 상승했다. 작년 7월 이후 8개월 연속 오름세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2026.3.17 ryousanta@yna.co.kr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자 차량 운행을 통제한 전례로 우선 1970년대 석유 파동 때 고급 승용차 운행 금지 조처를 실시한 사례가 있다. 당시 정부는 구급차·취재차·외국인차를 제외한 8기통 이상 고급 승용차 운행과 공휴일 승용차 운행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1990년 걸프 전쟁이 발발하면서 유가가 치솟자 1991년 약 두달간 10부제가 실시됐다.

1991년 10부제는 자동차관리법에 근거해 실시됐다. 자동차관리법에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의 대처'나 '대기오염 방지나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을 때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찰청장과 협의해 자동차 운행 제한을 명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페르시아만 사태 대비 교통부문 대책'으로 시행된 1991년 10부제는 위반한 경우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부제 적용 대상은 일부 특수차량을 제외한 모든 승용차와 전세·관광버스, 관용·자가용 버스 등이었으며 시내버스·택시·화물트럭·구급차·경찰차·소방차·우편수송차·외교관차량·언론기관차량·장애인차량 등은 제외였다.

전국적으로 민관을 가리지 않고 차량 부제 운행이 강제된 것은 1991년 사례가 유일하다.

실제 기후부 등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 때 '홀짝제'로 불리는 2부제 시행이 논의됐으나 최종적으로는 실행되지 않았다.

이후 2006년 6월 '신고유가 시대' 에너지 소비 억제책에 따라 공공부문 에너지 소비 억제 조처로 공공기관 승용차 요일제가 시행됐다.

이때 에너지 소비 억제책은 1단계부터 3단계로 나뉘어 있었는데 공공기관 승용차 요일제는 1단계였으며 2단계에는 '공공부문 2부제와 민간 승용차 요일제', 3단계에는 '민간 승용차 2부제와 석유 배급제'가 포함돼있었다.

에너지 소비 억제와 별개로 1995년 성수대교 붕괴에 따른 교통 혼잡 예방을 위해 서울에 10부제가 실시됐으며 1997년 동아시아경기대회, 2000년 아셈 회의와 2002년 월드컵 등 국제행사를 치르기 위해 국지적으로 부제가 시행된 바 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2부제 시행하는 서울시내 공공기관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서울시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 17일 서울시청 주차장 입구에 행정·공공기관 차량 대상 2부제 실시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2026.3.17 ondol@yna.co.kr

차량 부제 운행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도 공공기관은 임직원 대상 승용차 요일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부설 주차장에 주차하지 못하는 정도의 제재밖에 없어 강제성이 약하다.

하지만 정부로서 과태료 등 실질적인 제재를 부과하는 것은 부담인 게 사실이다.

또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려면 민간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반드시 차량을 운행해야 하는 다양한 사유가 있는 만큼 '차량 운행을 허가할 수밖에 없는 다수의 예외'를 허용할 수밖에 없어 불편만 초래하고 실효성은 없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 비상저감조치 시행 시 행정·공공기관 2부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장거리 출퇴근 차량', '임산부·장애인·유아 동승 차량', '비상저감조치 대응 차량', '대중교통 접근성 열악 지역 차량' 등은 사전에 등록하면 부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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