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외국인 덕에 연금 수령 늘어나는 단계 진입"

방성훈 2026. 3. 17. 17:5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 속도 가팔라
정치적 합의 없는 미래 설계 위험 '경고등'
이민자 배척 분위기에 제도기반 흔들 우려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에서 연금제도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연금 납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도 비슷한 흐름으로 고령화·저출산이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AFP)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20년 10월 약 274만명이었던 일본 내 외국인 거주자는 지난해 9월 약 374만명으로 늘어 5년 새 100만명 가량 빠르게 증가했다. 다만 총인구 대비 비율로 보면 여전히 약 2%에서 3% 수준으로 바뀐 것에 불과하다.

그렇더라도 일본 연금제도가 장기적으로 상정하는 증가 속도보다는 훨신 가파르다는 진단이다. 당초 일본 정부는 총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이 2039년 5%, 2067년 10%를 돌파해 2070년에 도쿄 23구 인구에 육박하는 939만명이 일본에 거주할 것으로 추정했다.

현행 연금 제도 건전성을 떠받치려면 외국인 비율이 10%에 달해야 한다는 게 일본 정부가 그린 그림이다. 이들 수치는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2016~2020년 외국인 수용 실적을 장래 전망에 투영하는 방식으로 산출한 것이다.

예상보다 빠른 증가세에 외국인 수용 관련 정책이 일본 국정의 새로운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은 노동력 확보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연금 제도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실례로 2024년 연금 제도 재정검증 당시 연금 급여 수준(소득대체율) 장기 전망이 2019년 전 검증 때보다 오히려 개선돼 놀라움을 안겼다. 일본의 연금 제도는 현역 세대가 납부한 보험료로 은퇴 세대의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 방식이다. 보험료율은 원칙적으로 고정돼 저출산으로 현역 세대가 줄면 연금 급여 수준을 낮추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춘다.

그럼에도 급여가 늘었다는 것은 연금을 납부하는 인원이 더 많이 증가했음을 시사한다. 일본에서 매년 출생아 수가 줄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성과 고령자의 취업 증가와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외국인 유입 영향이 극명하다. 2024년 재정검증 보조 시나리오에서 외국인 유입이 기본 전망치의 40% 수준에 그칠 경우, 최종 소득대체율은 부부(2인) 모델 기준 47.7%로, 현행 제도 유지의 최저선인 5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연금 제도를 유지조차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일본 후생노동성 내부에선 저출산과 관련해 “외국인들에게 구원받았다”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새어 나왔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가 예상보다 빠르고 큰 규모로 늘어난 탓에 범죄율 증가 등과 같은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본 사회에서 논란이 된 ‘오버투어리즘’과 맞물려 최근 일본에선 외국인 수용에 대한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해 10~12월에 실시한 우편 여론조사에서 직장이나 거주지역에서 외국인이 늘어나는 것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사람이 37%를 차지했다. 이는 1년 전 조사보다 1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특히 30대 이하 젊은 층에서는 그 비율이 40%를 넘어섰다.

반대로 2018년 조사 시작 이후 70% 안팎을 유지해 온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57%로 급락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외국인 노동자 급증세가 이러한 인식 변화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연금 제도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 외국인이 중요한 요인이 될수록 정치적 합의 없이 외국인 유입에 의존하는 연금 설계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렇다고 현행 연금 제도 건전성을 떠받치려면 외국인 비율이 10%에 달해야 한다는 미래상까지 부정한다면 제도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현재 집권 자민당과 연립 정당인 일본유신회는 외국인 수용 목표와 기본 방침을 담은 ‘인구 전략’을 2026회계연도 중에 마련한다고 합의한 상태다.

같은 체류 외국인이라도 출신국·근로 형태·연령 등에 따라 연금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다르다는 점 역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예를 들어 일본과 사회보장협정을 맺은 유럽·미국 등지에서 온 외국인은 양국 보험료 납부 기간이 합산되기 때문에 일본에서의 체류 기간이 짧더라도 연금 지급으로 이어지기 쉽다.

반면 동남아시아 등 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 출신자는 일본에서의 납부 기간이 10년 미만이면 연금을 받을 수 없다. 이 경우 대개 귀국 후 탈퇴일시금 형태로 보험료가 반환되지만, 후생연금 중 사업주 부담분은 연금 재정에 흡수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연금 제도의 현주소는 정치가 외국인 정책을 임기응변식으로 다루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며 “다양한 속성 차이까지 고려해 연금에 미치는 영향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