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는 균열되고, 동맹국은 등돌려…흔들리는 美패권

이혜인/손주형 2026. 3. 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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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를 향한 공격.'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란 공격을 이같이 규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7일 "이란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며 "미국의 중동 통제력 행사와 세계 경제 안정에 중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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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戰·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입지 좁아지는 트럼프
군사 우위에도 '해협봉쇄' 못막아
고유가 '부메랑'…美한계 드러내
트럼프 군함 요청 英·獨 등 '퇴짜'
"美의 신뢰 약화…각자도생 불러"
< ‘B-2 폭격기 모형’ 바라보는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책상에 놓인 B-2 스텔스 폭격기 모형을 바라보며 두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이 관할하는 반(反)사기 태스크포스 출범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경제를 향한 공격.’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란 공격을 이같이 규정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따른 국제 원유시장 충격과 공급망·금융 불안으로 각국 경제가 타격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협 봉쇄 해제 등에도 미국이 기대보다 무력한 모습을 보이자 이번 전쟁이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균열을 일으킬 것이라는 분석이 해외 주요 매체에서 제기된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실망 번져

전쟁이 미국의 세계 패권을 위협할 수 있는 첫 번째 요인은 기대에 못 미치는 미국의 군사 역량이다. 개전 초반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거하는 등 성과를 나타냈지만 호르무즈해협 봉쇄 시도 등에서는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유가 급등을 방어하지 못해 미국의 구조적 한계가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실질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반면 미국은 이를 자력으로 해제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7일 “이란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며 “미국의 중동 통제력 행사와 세계 경제 안정에 중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주요 전쟁에서 보조를 맞추던 동맹국이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미국 영향력이 퇴조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청에 영국과 독일 등 유럽 국가가 일찌감치 난색을 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이어져온 동맹국에 대한 지속된 압박이 미국의 외교적 영향력 감소로 이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해방의 날’ 선언을 통해 우방국에 관세 압박을 강화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대해서는 “미국의 안보 부담에 무임승차했다”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배병인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외교가 협력보다 압박 중심으로 기울면서 설득력과 합의 형성 능력이 약화했다”며 “유럽 등 전통적 동맹국도 미국이 여전히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지에 의구심을 키워왔고, 이에 따라 동맹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되 일정한 거리를 두는 ‘전략적 거리 두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 대한 신뢰도 금 가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와 달리 전쟁에서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종전 방식에 따라 미국의 세계 패권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앤디 홀데인 전 영국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전쟁은 작년 관세 부과와 달리 세계 경제에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생채기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미국의 정치·외교적 판단에 대한 신뢰도 낮아지고 있다. 유가 급등에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중단하거나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는 등 국민 생활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버블과 사모대출 위험이 누적된 상황에서 전쟁 충격까지 겹치며 시장 전반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안보 우산에 대한 신뢰가 약화해 동맹국이 각자도생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체 핵 무장을 검토하거나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등 이른바 ‘전략적 헤징’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압도적 군사력을 바탕으로 적대국을 단기간에 굴복시켜온 기존 방식과 달리 이란 전쟁에서는 미국의 군사 개입이 뚜렷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동맹국이 미국의 안보 우산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중국, 러시아 등과 관계를 조정하면서 자국 국방력을 강화하고, 경우에 따라 핵 보유 가능성까지 검토하는 전략적 헤징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혜인/손주형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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