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스티커 붙자 매대 북적…고물가에 바뀐 장보기 공식

정희윤 기자 2026. 3. 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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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할인 시간 맞춘 쇼핑 확산
초밥 등 마감 임박 품목 손길 분주
재고 관리 넘어 고객 유입 전략 활용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광주 시민들의 장보기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필요한 품목을 정해 마트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가격이 내려가는 시간대에 맞춰 퇴근 후 장을 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같은 상품을 더 싸게 살 수 있다면 이득 아닌가요."

지난 16일 오후 7시30분 광주 서구의 한 대형마트. 직원이 "지금부터 타임 할인합니다"라고 마감 행사를 알리자 매장 곳곳에서 소비자들이 빠른 걸음으로 매대를 향했다. 직원들이 상품에 할인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하자 진열대 앞에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고, 가격표와 할인율을 비교하며 장바구니를 채우는 모습이 이어졌다.

특히 초밥과 닭강정, 일부 샐러드류는 할인 표시가 붙자마자 소비자들이 곧바로 집어 들며 빠르게 소진됐다. 몇몇 인기 품목은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진열대가 비어 보일 정도로 판매 속도가 빨랐다.

최근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의 장보기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필요한 품목만 정해 장을 보던 소비 패턴에서 벗어나, 가격이 내려가는 시간대에 맞춰 마트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식료품과 신선식품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무엇을 사느냐 못지않게 언제 사느냐가 중요한 소비 기준으로 떠오른 것이다.

17일 광주지역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서는 저녁 시간 이후 할인 스티커가 붙는 '마감 임박 상품'을 찾는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당일 판매가 원칙인 즉석조리 식품과 초밥, 샐러드, 일부 신선식품은 마감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할인 폭이 커지는데, 최근에는 이 시간대를 겨냥해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퇴근길에 마트를 찾았다는 직장인 김상윤(38) 씨는 "요즘은 장을 한 번만 봐도 부담이 예전과 다르다"며 "같은 상품이라도 저녁 늦게 오면 할인 폭이 커 식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광주 시민들의 장보기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필요한 품목을 정해 마트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가격이 내려가는 시간대에 맞춰 퇴근 후 장을 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또 다른 시민 박찬미(41) 씨는 "초밥이나 닭강정처럼 인기 있는 품목은 할인 스티커가 붙는 순간 금세 빠져 시간을 맞춰 와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아끼려면 장보는 시간도 전략적으로 정하게 된다"고 했다.

소비 방식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과거에는 대형 할인행사나 카드 할인, 묶음 판매가 절약 소비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장보는 시간 자체를 조정하는 방식이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저녁 시간대 할인 스티커가 붙는 즉석조리 식품과 과일, 베이커리, 축산 간편팩 등을 중심으로 장을 보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마트 내부 동선도 달라지고 있다. 필요한 생필품을 먼저 고른 뒤 마지막에 할인 코너를 확인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아예 마감 할인 품목을 중심으로 저녁 장보기 계획을 세우는 소비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소비기한이 임박한 도시락과 샌드위치, 김밥, 디저트 등을 할인 판매하는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서 퇴근 시간대 고객 유입을 노리는 전략도 강화되는 분위기다. 유통업체는 폐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지역 유통업계는 마감 할인이 단순한 재고 처리 수단을 넘어 하나의 판매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남은 상품을 소진하기 위한 보조적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할인 시간대를 기다렸다가 찾는 고객이 분명히 늘었다"며 "즉석조리나 델리 상품뿐 아니라 일부 신선식품까지 마감 할인에 대한 반응이 훨씬 빨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고물가가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이 품목이나 브랜드보다 시간대와 할인율을 먼저 따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