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수록 적자” 비명…감산 이어 도미노 셧다운 공포
<3> 역마진 고착화한 K철강
이달 국내 철근 스프레드 16% 뚝
30만원대 전전하며 수익선 밑돌아
환율급등 속 中·日 저가공세까지
설비 폐쇄·희망퇴직 돌입했지만
주요 철강재 생산 3년연속 하락세
R&D 위축·신용도 하락 우려 커져
한국 제조업의 근간인 국내 철강사들이 1년째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에 갇혀 허덕이고 있다. 수입산 철강재의 저가 공습과 전방산업의 불황이 장기화하자 주요 철강사들은 잇따라 설비를 축소하거나 아예 폐쇄하며 몸집 줄이기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수익성 악화로 투자 여력이 크게 약화한 철강 업체들은 기술 경쟁 심화와 친환경 규제 강화 속에 대응도 쉽지 않아 결국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17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국내시장의 철근 ‘스프레드(철근과 철스크랩 간 가격 차이)’는 이달 35만 원 선으로 지난해 4월(42만 원)과 비교해 16% 넘게 하락했다. 지난해 말 28만 원대까지 떨어졌던 철근 스프레드는 올 들어서도 여전히 수익 구간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철강사들이 철근 판매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스프레드 손익분기점은 40만 원 이상이다. 국내 열연 스프레드 역시 같은 기간 10만 원 가까이 하락했다.
철강사들은 지난해 잇단 ‘셧다운(임시 가동 중단)’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저수익 생산 설비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나섰다. 현대제철(004020)은 최근 인천 공장 내 소형 철근 전기로 제강 및 소형 압연 설비를 폐쇄하기로 했다. 폐쇄되는 설비의 생산능력은 연간 80만 톤으로 인천 공장 전체 철근 생산능력(약 160만 톤)의 절반가량에 달한다. 설비 폐쇄에 따른 전환 배치 및 희망퇴직 역시 진행 중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포항 2공장을 폐쇄하고 1공장 중기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포스코 역시 설비 감축을 통한 생산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포항제철소 2선재공장의 일부 인력을 다른 부서로 전환 배치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포스코는 2024년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을 각각 폐쇄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이어 주요 제강사들 역시 줄지어 생산 및 설비 감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철강사들의 수익 구조가 악화한 것은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반면 시장에서는 공급과잉 상황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사태를 일으킨 중국산의 저가 공습에 이어 일본 역시 내수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저가에 밀어내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가격 협상력은 크게 약화했다.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중동으로 향하던 중국산 물량이 동남아시아 등 인근 시장으로 우회해 국내 제품가 하락에 또다시 압박을 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제대로 떠받쳐주지 못하는데 원재료 가격과 유가 상승, 전기요금 등 비용 부담만 커지고 있어 고사 직전”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철강사들의 생산 실적도 급전직하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철강재들의 생산 규모는 최근 3년 연속 하락세다. 2023년 949만 톤이던 철근 생산량은 지난해 702만 톤으로 30% 가까이 줄었다. 선재 생산량은 같은 기간 285만 톤에서 208만 톤으로, 형강은 376만 톤에서 309만 톤으로 감소했다. 국내 철강 생산 거점인 포항 철강 산업단지의 올 1월 수출 실적은 2억 2888만 달러(약 3409억 원)로 지난해 동월 대비 22% 줄었다.
업계에선 ‘역마진→설비 감축→투자 위축’의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 경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및 글로벌 규제 대응을 위한 친환경 전환에 필요한 투자 여력 역시 악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주요 업체들이 미국 고관세 대응을 위해 현지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어 이 같은 흐름은 재무 건전성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은 전날 업황 둔화 및 투자 부담 등을 이유로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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