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유류세 인하보단 '전쟁 추경'으로 취약계층 직접 지원"

김형규/김익환/김대훈 2026. 3. 1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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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최악의 중동 상황 대비…車 5·10부제 검토"
나프타 등 석유제품 수출 통제
'전쟁 추경' 신속한 편성도 주문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조세지출제도를 점검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또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원유 공급난 관련 대책으로 자동차 5부제, ‘전쟁 추경(추가경정예산)’ 신속 편성 등을 주문했다. 김범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자동차 5부제 또는 10부제 등 다각도의 에너지 수요 절감 대책을 조기에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원유 공급난으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시행한 적 없는 5부제 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석유제품 수출 통제, ‘전쟁 추가경정예산’ 신속 편성 등 전면적 대책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제는 상황 장기화를 전제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필요하면 휘발유, 경유, 등유, 나프타 등 석유제품 수출 통제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늘린다든지 이런 비상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나프타는 이번주 경제 안보 품목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취약계층, 수출기업 지원 등을 위해 전쟁 추경을 신속하게 편성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유류세를 깎아주는 것보다 추경을 편성해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쓰는 게 맞겠다”며 획기적인 지원을 지시했다. 또 “지금처럼 돈이 안 돌아 경기 침체가 오는 상황에서 돈이 돌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는 “전쟁으로 치면 세금은 핵폭탄 같은 것”이라며 “함부로 쓰면 안 되는데 그럼에도 최후의 수단으로, 반드시 써야 하는 상황이 되면 써야 한다”고 했다. 또 연 80조원에 달하는 조세 지출 제도를 전면 점검하고, 지방을 중심으로 한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국무회의서 신속 편성 당부…차량 5·10부제도 검토
 유가보조금·물류비 감면 지원…지방에 더 지원해 양극화 완화

이재명 대통령이 취약계층 직접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전쟁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재차 주문했다. 유류세 추가 감면에는 선을 그었다. 더 걷힌 세금으로 취약계층을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유류세 감면뿐 아니라 80조원을 웃도는 조세지출(세금 감면)도 전면 재점검해 세입 기반을 확충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 “80兆 조세지출 정비해야”

이 대통령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유류세를 깎아주는 것보다는 추경 편성을 통해 소득 지원을 해주는 게 (낫다)”며 “국민이 더 고통받지 않도록 유류세가 걷히는 만큼 재정 지출을 해야 하고, 그래서 추경을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7%인 유류세 감면율을 높이면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는 있지만, 혜택이 고소득층에 더 많이 돌아간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재정경제부는 추경에 담을 취약계층 직접 지원 사업으로 화물차·대중교통·농어업인 유가보조금 지원, 물류·유류비 부담 경감 방안 등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추경을 통한 직접 지원은) 약간 차등을 둬서 양극화 완화에도 쓰는 게 맞다”며 “추경을 한다면 지방에 10% 더 지원하는 식으로 하지 말고 좀 획기적으로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조세지출 사업을 원점에서 재정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세금을 깎아주는 게 정상은 아니며 정해진 대로 걷힌 세금을 필요한 데 지원해줘야 하는데 지금 이걸 안 하고 있다”며 “80조원에 달하는 조세지출·세금감면 제도의 정책 효과가 점점 줄어드는 만큼 청소하듯이 한번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기준 조세지출 사업은 278개로 금액으로는 80조5000억원에 달한다. 조세지출의 최근 10년(2017~2026년) 연평균 증가율은 8.2%로 같은 기간 재정지출 증가율(6.7%)을 크게 웃돈다. 이 대통령은 “80조원의 조세지출만큼을 (재정 지원 방식으로) 지급해주면 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다”며 “돈이 안 돌아서 경기 침체가 오는 상황에서 돈이 돌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李 “석유수급 최악 상황 대비하라”

정부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을 전제로 ‘플랜B’ 마련에도 나섰다. 이 대통령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대책을 마련하라”며 “필요하다면 수출 통제를 검토하고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늘리는 등 비상 대책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중장기 대책으로 “원유 공급망에 의존하는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체계를 신속하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플랜B로 원유 수급 관리와 석유제품 수요 절감 및 수출 통제, 물류비 지원 등의 대책을 총망라해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필요하면 자동차 5부제 또는 10부제를 검토하라”고 했다. 공공기관의 내연차 운행 5부제는 석유·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자원안보 위기단계 2단계(주의)에 도입된다. 2단계는 ‘에너지 가격 변동이 가시화하고 민생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발령된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5일 1단계(관심)를 발령했고, 조만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5부제나 10부제를 민간에도 적용하는 방안은 ‘심각한 공급 차질이 발생’하는 자원안보 위기 3단계(위기)에 취해지는 조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납사(나프타)는 이번주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정유사 석유제품에 대해 수출 물량 상한을 설정해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보고했다. 현재 정유사에 내려진 수출량 제한(작년 같은 기간 100% 이내)을 ‘수출 쿼터제’로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김형규/김익환/김대훈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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