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발급 깐깐한 美 대신…韓 청년들 "일자리 찾으러 일본 가요"

곽용희 2026. 3. 1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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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JOB 리포트
일본 취업 한국인 1년 새 47% 급증
日, 임금 올리고 외국인 모시기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부족하자
IT 등 기술인재 외국인으로 충원
영주권까지 패스트트랙 지원
작년 평균 임금인상률도 5% 넘어
韓, 고급인력 해외유출 우려도

“필요한 기술을 가진 외국인이 정주하고 싶어 하면 비자는 물론 영주권 취득까지 패스트트랙으로 가능합니다. 외국인력이 환영받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3년 전 일본 도쿄의 정보기술(IT) 기업에 사이버 보안 컨설턴트로 취업한 이철형 씨(가명·32)는 “직장 문화가 생각보다 안정적이고 회사가 외국인 직원 정착을 적극 지원해 빠르게 적응했다”며 “처음엔 경력 쌓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일본에서 계속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청년의 해외 취업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수년간 ‘미국 선호’가 뚜렷하던 흐름이 최근 들어 일본 중심으로 이동하면서다. 한·일 관계가 개선되고 일본에 K팝 열풍이 확산하면서 일본이 ‘한국 청년의 해외 취업 1번지’로 부상하고 있다.

 해외 취업, 미국 지고 일본 뜬다

17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국가별 해외 취업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일본 취업자는 2257명이었다. 전년(1531명)보다 726명 늘어난 수치로 1년 새 47% 증가했다. 한국 청년 해외 취업자는 2024년 5720명에서 2025년 6607명으로 늘었는데 일본 취업 증가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청년의 일본 취업은 2019년 246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코로나19와 한·일 관계 악화 영향으로 2021년 586명으로 급감했다.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며 2024년 4년 만에 미국을 제치고 해외 취업 국가 1위로 올라선 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위를 유지하며 미국과 격차를 벌렸다. 일본 외무성 자료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한국인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 건수는 2021년 207명에서 2024년 7444명으로 급증했다. 전체 외국인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자(2만1963명)의 33.9%에 해당한다.

미국 취업은 뚜렷한 감소세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취업의 제도적 장벽이다. 미국 전문직 취업의 핵심 통로인 전문직(H-1B) 비자는 연간 발급 쿼터가 제한돼 있고, 최근 몇 년간 지원자가 급증하며 선발률이 한때 20%대로 떨어지는 등 경쟁이 치열해졌다. 미국 내 기업이 외국인을 채용하려면 비자 스폰서 비용과 행정 부담도 감수해야 해 채용 자체를 꺼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채용을 늘리던 미국 빅테크는 최근 몇 년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인력 운영 전략을 ‘대규모 채용’에서 ‘효율 중심 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라 단순 데이터 처리와 운영 지원 등 일부 직무는 채용이 줄고 고숙련 엔지니어 중심으로 인력 수요가 재편되는 추세다 보니 외국인이 발붙일 공간이 넓지 않다.

반대로 일본은 외국인 채용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 257만1037명이다. 전년보다 26만8450명(11.7%) 증가한 수치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8년 이후 최대 규모다. 국적별로는 베트남(60만5906명), 중국(43만1949명) 순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 국적 노동자는 8만193명으로 전체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여덟 번째를 차지했다.

 외국인 노동자 끌어들이는 日

일본 기업이 외국인 채용을 늘리는 배경에는 심각한 인력난이 있다. 일본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노동력이 빠르게 줄어 숙박·외식, 도소매, 의료·복지 등 서비스산업 전반에서 인력 부족이 상시화됐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1995년 8700만 명에서 2024년 7200만 명 수준으로 줄었고, 2035년엔 6500만 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 청년이 일본에서 주로 진출하는 분야는 IT, 게임·콘텐츠, 엔지니어 등 기술직이다. 일본 기업의 IT 인력 수요가 크게 늘면서다.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257만 명 중 86만5000여 명(33.7%)이 전문·기술적 분야에 종사해 노동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유학생의 일본 취업 문턱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일본 지방자치단체는 외국인 유학생의 노동 시간 제한을 주 28시간에서 36시간으로 늘려달라며 정부에 강력하게 건의 중이다. 특히 관광객이 많은 오키나와, 후쿠오카, 오이타현 등이 적극적이다.

한동안 한국이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끌어올리고 일본은 낮은 임금 인상률을 장기간 유지하면서 한국 청년에게 일본 취업은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노동계는 최근 몇 년 동안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임금 인상’을 기업에 요구했고 그 결과 2024년 일본 평균 임금 인상률은 약 5.1%, 2025년은 5.2%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인상률은 1991년 이후 3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엔 최저임금을 시급 1118엔(약 1만454원)으로 전년 대비 6%,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다시 한국(1만320원)보다 높아졌다.

다만 국내 산업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IT 개발자와 엔지니어 등 한국의 기술 인력이 일본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장기화하면 산업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시장 전문가들은 “일본이 구조적인 인력 부족을 겪는 상황에서 한국의 기술 인력을 적극 흡수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청년 인재를 붙잡기 위한 산업 정책과 노동시장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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