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재와 내면의 응시…‘어둠 속 생명’ 화폭에

정유철 기자 2026. 3. 1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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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례 초대전 ‘응시의 재구성’
20일부터 북구 충효갤러리
눈·인물 통해 인간내면 탐구
“그림 속 어둠, 생성의 배경”
유인례 작 '동이 트기 전 1'. 충효갤러리 제공

광주광역시 북구 수리마을길에 위치한 충효갤러리에서 화가 유인례 초대전 '응시의 재구성'이 오는 20일부터 10일간 열린다.

이번 전시는 약 10년의 공백을 지나 다시 붓을 든 작가의 새로운 작업세계를 선보이는 자리다.

인간 존재와 내면의 응시를 주제로 한 회화 작품들이 관람객과 만난다.

전시는 광주 북구 수리마을길 49, 2층 '1(One)카페' 내 '충효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오프닝은 20일 오후 5시에 열린다.

유인례 작가의 이번 전시는 단순한 신작 발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작가는 지난 10여년간 붓을 내려놓고 교육·번역·문화교류 활동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겨울, 자신이 운영하던 카페의 벽에 걸려있던 옛 작품을 지켜본 손님들의 권유가 계기가 돼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작가는 겨울 동안 카페 공간을 화실로 삼아 하루 10시간 넘는 시간을 작업에 몰두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들은 긴 침묵을 지나 다시 피어나는 생명처럼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유 작가는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릴때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다시 저를 화실로 이끌었다"며 "이번 전시는 긴 공백 이후 다시 시작된 첫번째 계절 같은 자리"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화면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눈과 분절된 인물 형상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 존재의 내면을 탐구한다. 작품 속 눈은 단순한 신체기관이 아니라 '의식'과 '자기 응시'를 상징한다. 인간이 세계를 바라보는 동시에 세계 또한 인간을 바라보고 있다는 존재론적 긴장이 화면 속에서 드러난다.

얼굴이 기하학적으로 분해된 형상 역시 정체성이 하나의 고정된 모습이 아니라 시간과 기억이 중첩된 층위라는 작가의 인식을 반영한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현대미술사의 흐름 속에서 형태를 분해한 피카소(1881~1973)의 큐비즘적 조형언어, 인간 존재의 불안을 강렬한 색채로 드러낸 뭉크(1863~1944), 그리고 존재의 긴장을 표현한 베이컨(1909~1992)의 회화적 전통과도 대화를 나누는 지점으로 평가된다.

유인례 작가의 화면은 대체로 어두운 배경 위에 강렬한 원색이 떠오르는 색채 구조를 가진다. 작가는 어둠을 절망이 아니라 생명이 시작되는 공간으로 이해한다.

전시의 중심이 되는 '동이 트기 전' 연작에서는 어둠을 가르는 미세한 빛과 역동적인 선이 등장한다. 이는 불안한 시대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에너지를 상징한다.

유 작가는 "어둠이 있어야 새벽이 오듯이, 제 그림에서 어둠은 생성의 배경"이라며 "색채는 그 속에서 태어나는 생명의 움직임"이라고 설명한다.

유인례 작가의 회화 여정은 지난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 멘도시노 태평양 연안에서 시작됐다. 강렬한 빛과 해무가 만들어낸 원초적인 색채 경험은 그의 작업세계에 중요한 영향을 남겼다. 작가는 이후 한국, 미국, 중국을 오가며 개인전 9회, 단체전 30여회를 열었다. 미국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캘리포니아 멘도시노 아트센터(Mendocino Art Center), 중국 계림미술관 등에서 초대전을 가진 바 있다.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일본 문부성 초청 교육연구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샬럿·메클렌버그(Charlotte Mecklenburg)교육청 동양문화 대사, 캘리포니아 멘도시노교사 등을 역임했으며 한국문학 영문 통역·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10년의 침묵을 지나 다시 시작된 작가의 회화는 인간존재의 내면과 생명의 에너지를 탐색한다. 어둠 속에서 태어나는 색채와 시선의 움직임은 관람객에게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경험을 제안한다.

유 작가는 "어둠을 오래 바라본 '눈'만이 새벽의 빛을 알아본다. 이 전시는 심연을 건너온 시선이 다시 빛의 운동을 시작하는 순간의 기록이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