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친이란 헤즈볼라 거점' 레바논서 대규모 지상전 개시···확대되는 전선·장기전 우려
수천명 병력 투입해 헤즈볼라 해제 목적
주민 ‘무기한 대피’ 명령으로 강제이주 우려
서방 5개국 “대규모 지상군 공세, 참혹한 결과 초래할 것”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대규모 지상 작전을 시작하며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남부 지역에 대한 장기 점령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이 미국과 시작한 이란 전쟁에 새로운 전선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16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에서 “표적을 설정한 제한적인 지상전을 시작했다”며 “이번 작전은 보다 광범위한 방어 활동의 일환으로, 북부 이스라엘 거주민을 위한 추가 안전 조치를 마련하고 테러리스트들의 기반을 해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BBC는 이스라엘군이 제91사단 병력의 레바논 작전 개시 사실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수천명 병력의 이스라엘군 3개 사단이 현재 레바논 남부에서 작전 중이며, 며칠 내로 2개 사단이 추가로 합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헤즈볼라의 위협이 완전히 제거됐다고 판단할 때까지 피란을 떠난 레바논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번 작전을 가자지구 전쟁에 비유하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및 가자지구의 테러 터널에 대해 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군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며 이번 지상작전이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츠 장관이 이번 작전이 가자지구 작전과 유사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이스라엘군이 해당 지역을 무기한 점령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지구의 절반 이상을 점령하고 있다. 가디언도 레바논 난민들 사이에서 이스라엘군의 장기 점령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무력충돌은 지난달 28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친이란 ‘저항의 축’의 일원인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헤즈볼라가 지난 2일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자 이스라엘은 레바논 전역에 공세를 퍼부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격으로 886명이 사망했으며 100만명 이상이 집을 떠나 피란길에 올랐다. 이는 레바논 전체 인구의 6분의 1에 달하는 수치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레바논 담당 연구원 람지 카이스는 “레바논 영토의 거의 10%를 차지하는 지역에서 기준이 모호한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민간인의 귀환을 막는 것은 불법이다.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강제 이주의 위험을 높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1982년부터 2000년까지 레바논 일부 지역을 점령했다가 게릴라전에 휘말려 막대한 사상자를 내고 철수한 바 있다.
레바논 지상전 개시는 2023년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2년 반 동안 각종 전쟁으로 지친 이스라엘군의 전쟁 수행 능력을 시험에 들게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WSJ는 또 지상군 투입이 헤즈볼라와 같은 무장세력을 제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란다 슬림 스팀슨센터 중동 책임자는 “지상전이든 공중전이든 자생적 무장세력을 격퇴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며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정상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대규모 지상군 공세는 참혹한 인도주의적 결과를 초래하고 장기적 분쟁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며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헤즈볼라를 향해 “이란의 적대행위에 가담하기로 한 헤즈볼라의 결정을 규탄한다”며 “이는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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