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폭 연루설’…흉기보다 무서운 언론 범죄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돈 줬다는 조폭 조직원
거간꾼 변호사가 제기하고 국힘 의원이 폭로
팩트 체크 없이 확대보도한 조선일보 등 언론
2023년 대선 판세에 무시 못할 영향 끼쳐
“허위주장 옮기는 언론은 흉기보다 무서워”
대통령 한탄에 반성커녕 이간질 이용하는 언론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하는 언론, 의도적으로 조작 왜곡 보도하는 언론,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무책임한 언론은 흉기보다 무섭다."
당연한 말입니다, 저도 당해봐서 합니다. 나의 인격을 짓밟고 기자로서의 삶을 부정하는 사실무근의 모함을 받은 것입니다. 여론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언론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여 주변의 사람들이 의심의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는 황당한 일을 겪어보니,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심정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이명박 정권 때의 일이었습니다.
반성은커녕 책임회피에 이간질까지 하는 '언론 흉기'
무책임한 언론은 흉기보다 무섭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대통령이 언론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느니 언론의 자유에 대한 인식이 없다느니 하며 도하 언론이 난리를 피웠을 텐데, 이번에는 조용합니다. 그들이 '흉기'였고 '가해자'였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실 보도란 전체적으로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사안과 관련한 주요한 사실들을 빠짐없이 전하는 보도입니다. 한국기자협회의 윤리강령에도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이른바 '이재명 조폭 연루설' 보도는 그러한 사실 보도의 원칙에 충실했을까요?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일보와 몇몇 극우 성향 매체가 그 보도에 열을 올리던 시기로 돌아가 봅니다.
국감장에서 국힘당 의원이 꺼내든 가짜사진
때는 20대 대선을 불과 다섯 달 앞둔 2021년 10월, 장소는 경기도 국정감사장입니다. 당시 경기도지사는 민주당 대선후보이기도 했던 이재명 지사였습니다.

김용판 의원은 서울경찰청장 출신이고, 지역구는 대구 달서병이었습니다. 경찰 출신이니 '조폭 연루설'이 국민의 귀에는 그렇듯 하게 들릴 것이고, 지역구가 대구이니 설령 거짓으로 드러나더라도 자신의 선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거라는 판단으로 '폭로 스피커'로 선정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데, 그런 의심을 제기한 언론은 없었습니다.

조선일보가 철저히 외면한 조폭 조직원과 거간꾼의 정체
사진이 가짜라는 게 드러났으니 '조폭 연루설'은 사그라드는 게 정상인데, 조선일보는 집요하게 그 조폭 조직원의 실명(박철민)과 얼굴을 공개하며 "자기의 주장은 진실이라고 했다, 그 조폭 조직원의 아버지가 내 아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폭 연루설'을 폭로한 박철민은 누구인가" 등등의 기사를 연속으로 보도하며 '조폭 연루설'의 불씨를 살리고 기름을 붓고 부채질을 하며 부지런히 의혹을 증폭하고 확산시켰습니다.
한겨레는 판결문을 근거로 그 조폭 조직원은 상습 마약 투약, 변호사법 위반, 공동 공갈, 특수 폭행 등 8가지 죄로 수감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꽃뱀 사기의 이력도 있고, 수감 중인 다른 재소자를 속여 금품을 갈취한 이력도 있었습니다. 그의 주장이 진실한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이고 사실(팩트)인데, 조선일보는 '공갈죄' 말고는 박철민의 죄와 이력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아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아버지는 성남에서 시의원을 세 번이나 지낸 정치인이고, 국힘당 소속입니다. 조선일보의 기사에는 국힘 소속이라는 사실이 빠져 있습니다. 김용판 의원에게 조폭의 허위 주장과 가짜 사진을 준 거간꾼은 성남이 활동 무대인 장영하 변호사였습니다. 장 변호사는 민주당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하자 보수정당으로 당적을 옮겨 성남에서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하고 시장 선거에도 출마했으나 번번이 낙선했습니다. 그는 변호사라기보다 정치인에 가까웠고, 이재명 스토커나 다름없었습니다.
이재명 악마화, 윤석열 감싸기로 뒤집힌 초박빙 선거
이쯤 되면 왜 난데없이 '조폭 연루설'이 터져 나왔을까, 선거판을 흔드는 정치 공작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드는데 조선일보는 오히려 이재명 후보에게 '조폭 연루설'이 허위라는 걸 논리적이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외계인을 봤다고 황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은 놔두고 외계인을 본 적이 없다는 사람에게 외계인이 없다는 걸 논리적이고 구체적으로 증명하라고 요구한 것이지요. 김용판 의원의 주장이 터무니없어서 허허허 웃었더니 '폭탄성' 폭로에도 짜증은커녕 전혀 놀라지 않는 대단한 내공을 보여주었다고 이재명 후보를 악마화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국힘의 윤석열 후보는 보수 언론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었음에도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쓰고 TV 토론에 나온 게 드러나 파문을 일으키고,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는 무지한 발언으로 비난이 일자 '개 사과'로 사과를 하여 파문에 파문을 일으키는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이재명 후보의 조폭 연루설' 이후 지지율 추세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흑색선전의 마타도어가 윤석열 후보를 살린 셈입니다.
조폭 조직원은 실형, 거간꾼 변호사는 1심 무죄
민주당은 조폭 조직원 박철민과 마타도어 거간꾼 장영하 변호사를 고발했습니다. 검찰은 박철민을 기소했고, 1·2심 법원은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대통령 선거는 나라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는 중요한 선거인데, 돈다발 사진 같은 자극적인 수단으로 이재명 후보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했고,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선거에서 허위의 '조폭 연루설'이 선거에 미친 영향은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중형 선고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허위 사실 유포의 거간꾼 노릇을 한 장영하 변호사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경찰은 장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검찰은 반려했습니다. 경찰은 장 변호사가 허위 사실을 공표하여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여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는데, 검찰은 장 변호사가 조폭 조직원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믿어서 그랬던 거라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민주당은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고, 법원은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게 하여 장 변호사는 기소되고 재판이 열렸지만 1심 법원은 검찰과 같이 조폭 조직원이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것은 허위이지만 장 변호사는 진실하다고 믿었던 것으로 보이고 허위라는 인식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아리송한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악덕 정치변호사는 낙선-유죄판결로 사필귀정, 언론은?
2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조폭 조직원이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걸 장영하 변호사가 믿을 만한 자료가 없었고, 허위라는 걸 알 수 있었는데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 노력하지 않았고, 유력한 대선후보의 정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였고 검증의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검증 없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장영하 변호사에 대한 2심 판결은 지난 12일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판결이 났는데도 사과는커녕 정정 보도 하나 없다'며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무책임한 언론은 흉기보다 무서운 것'이라는 글을 SNS에 올렸습니다.
조작과 침소봉대가 언론의 힘이라고 믿는 언론
그 당시 '조폭 연루설'을 가장 악의적으로 악랄하고 집요하게 살포한 매체는 조선일보입니다. 지금도 조선일보를 검색하면 그때의 비열한 기사들이 그대로 검색됩니다. 책 한 권을 충분히 쓰고도 남을 분량입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일각에서는'이라는 익명을 들이대며 조선일보가 아닌 김어준˙장인수를 겨냥한 발언이라 슬그머니 표적을 바꿉니다. 그런 걸 프레임 전환이라고도 하고 골대 옮기기라고도 하더군요. 장삼이사도 아닌 대통령의 발언인데 취지와 맥락을 무시하고 아전인수로 왜곡합니다. 게다가 진보진영의 분열을 노리는 이간질까지 합니다.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사안의 전체를 보여주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도와주는 보도가 사실 보도입니다. 그런데 어떤 매체는 의도에 맞는 일부만 보여주고, 입맛에 맞게 아전인수로 해석하고, 티끌도 태산처럼 부풀리는 침소봉대로 여론을 왜곡하고 조작합니다. 그걸 언론의 힘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언론으로 인해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다음 개혁의 대상은 언론이기를 바랍니다. 언론이 나라 망치는 주범이라는 질타를 받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songyoh2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