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건보공단 AI 상담 사업, 노조 데이터 제공 ‘보이콧’ 부딪혀 [AI시대 노사 2.0]
“1600명 전원 고용 승계 약속하라” 공단에 요구
상담사들 데이터 제공 거부해 LLM 구축 차질
노조 “AI 상담 도입해도 고객들은 인간 상담사 찾아”

[헤럴드경제=박혜원·전새날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콜센터 노조가 AI(인공지능) 상담사 도입에 반발, 플랫폼 구축을 위한 상담 데이터 제공을 보이콧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보공단 측은 이에 AI 서비스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며 호소하고 있다.
17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AI 상담 플랫폼 데이터 구축을 위한 고객 동의 절차에 협조해달라는 공지를 내렸다. 목소리를 통한 고객의 가입 인증을 권유하라는 내용인데, 건보공단 콜센터 노조는 이를 거부하라는 지침을 내부 공유했다. 노조는 인력 감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 없이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3월 44억원 규모의 ‘지능형 고객상담 플랫폼 구축 사업’ 공고를 내고 AI 상담사 도입에 착수했다. 해당 사업은 이재명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상담 데이터를 수집해 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24시간 고객에게 응대하는 AI 상담사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건보공단은 해당 사업 제안 요청서에서 “한계에 도달한 전화상담을 해결하기 위해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고객이 상담사 연결을 대기하다 포기하는 사례는 연간 400건에 달한다.

상담 데이터 수집은 AI 상담사 도입의 핵심 과정이다. 상담사들의 통화 내용을 학습해 LLM을 구축하면, 동일한 고객 민원을 일일이 인간 상담사가 응대할 필요 없이 LLM 데이터에 기반해 AI에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건보공단은 2025년 1년 동안 LLM 플랫폼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조가 상담 데이터 학습을 거부하면서 이같은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됐다. 상담 데이터를 수집하려면 상담사가 ‘목소리 인증 서비스에 가입하겠느냐’고 권유, 고객이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노조는 지난해부터 이 과정에서 고객이 동의하지 않게끔 유도하는 방식으로 수집을 막아왔다. 노조 관계자는 “‘목소리를 등록하면 회사에 보관이 되는 것이 괜찮느냐, 민감한 부분인데 정말 원하시냐’고 물어보는 식”이라며 “고객 대부분은 동의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 콜센터 총 직원은 1600명으로, 이중 절반이 노조원이다. 이 인원이 모두 보이콧에 동참한다면 데이터 수집량도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AI 상담의 질도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공단 측은 지난해 보이콧으로 인한 LLM 구축 어려움을 노조에 호소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건보공단은 인센티브 지급 등을 동원해 노조원이 아닌 직원들에게 목소리 수집 동의를 독려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초부터 건보공단은 AI 상담사 시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데이터 학습 자체가 가로막힌 상황에선 AI 서비스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 인스파이어드 AI 연구원 교수는 “학습 케이스가 많을수록 서비스 품질도 좋아진다”며 “데이터가 적으면 AI 답변도 다양성을 띄지 못하고 편향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콜센터 노조가 건보공단에 요구하는 건 ‘일자리 보장’이다. 이들은 AI 상담을 도입하더라도 현재 직원 100% 고용승계를 약속해야 공단에 협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성과평과 때 AI와 인간의 상담 성과 비교를 금지하고, 단순 상담 건수가 아닌 상담 품질을 중심으로 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콜센터 노조는 AI 상담이 되레 인간 상담사의 업무를 늘렸다고도 주장했다. 건보공단 콜센터 노조 관계자는 “고객들의 질문은 복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AI가 이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인간 상담사 연결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서 연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증명 서류 발급이나 검진 예약 같은 단순 업무는 모바일로 고객들이 직접 할 수 있기 때문에 AI는 더 심층적인 상담을 해야 의미가 있는데, 이 부분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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