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 노조 전방위 반발에 기업들 “속도가 생명인데…” [AI시대 노사 2.0]

박혜원 2026. 3. 17. 17: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랑봉투법 시행…올해 ‘AI발’ 임단협 하투 예고
로봇 일자리 대체 우려에 비정규직도 대거 교섭 신청
HD현대重, 2년 전 무산 AI 의제 올해 재시도
콜센터 비정규직도 직접 원청 교섭
우려 커지는 재계…“AI 도입 늦어지면 경쟁력 상실”
AI(인공지능)가 노사관계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기업들은 올해가 ‘AX(AI 전환) 골든 이어’라 불릴 정도로 중대한 변혁기를 맞고 있지만, 노조에게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동자의 목소리를 보다 더 확고히 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아울러 본격적인 AI 시대를 앞두고서도 생산성의 획기적인 제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동시에 일자리가 급격히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나오면서 더욱 첨예해진 노사관계를 슬기롭게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 노사 관계의 현주소를 집중 조명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본다.
노랑봉투법 시행 첫날인 지난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전새날 기자] “공장에 인공지능(AI)이 들어오는 것을 방관할 수는 없습니다.”

김한주 민주노총 금속노조 언론국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올해 AI 관련 협상 계획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국장은 “노조 동의 없는 AI 도입은 적어도 금속노조에서는 없을 것”이라며 “AI를 도입할 때 노동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노사가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내용을 첫 번째 필수 요구안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랑봉투법) 시행으로 원청과 교섭하는 노조 권한이 어느 때보다 강력해진 가운데, 노동계 곳곳에선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의제로 AI를 내세우기 위한 준비에 착수하고 있다.

노조 일제히 ‘로봇’ 반대…비정규직도 투쟁 예고

17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달 말 현대차에 아틀라스(휴머노이드 로봇) 도입 계획에 관한 설명회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회사는 아직 회신을 하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노조 요구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대체 위험이 가장 큰 비정규직도 노랑봉투법에 힘입어 원청에 교섭을 시도할 예정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교섭 자격을 인정 받으면 아틀라스와 별도로,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무인 순찰용 ‘로봇개’ 도입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현대차는 보도자료를 통해 로봇개를 전국 공장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도 로봇개 도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교섭 창구 단일화 과정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현대제철은 사측이 노조 동의 없이 무단으로 로봇개를 도입했다며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로봇개는 하청 노동자에게 특히 타격이 크다”며 “보안 및 순찰 업무를 대체로 하청 업체가 맡는데, 이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 홈페이지 캡쳐.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AI 관련 의제를 2년 만에 다시 꺼낸다. 앞서 2024년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임단협 과정에서 AI 의제를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최종 협약에선 내용이 빠졌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노사 협의체를 꾸려 이미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감소, 노동자 감시 문제에 대한 우려를 사측에 전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고용 안정 요구’ 콜센터 직원들 파업 태세
사회공공연구원이 콜센터 노조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일자리 상실 우려가 이미 상당 부분 현실화한 콜센터 업계도 올해 노랑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다. 금융권 콜센터 노동자들이 가입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 지부는 최근 원총 노조와 교섭 단위 분리를 신청했다. 이들은 올해 고용 안정을 중심으로 요구할 예정이다.

콜센터 해고는 이미 오래된 문제인만큼,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단체행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내부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지난해 사회공공연구원이 콜센터 노조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AI의 부정적 영향이 심각할 경우 노조는 파업 등 집단행동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문항에 현대해상 콜센터 노조 88.2%, 하나은행 84.8%, 국민은행 71.5%, 국민카드 60.7%가 ‘매우 그렇다’ 혹은 ‘그렇다’고 답했다.

재계 “AI는 속도전…대·중소기업까지 경쟁력 상실 우려”

재계에선 AI 노사 협의 과정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AI를 도입하기 위해서 노조를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AI는 도입 시기가 굉장이 중요하다. 협의 과정이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 AI 도입이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연쇄 도산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부터 일감을 받아야 하는데, AI를 도입해야 신속하게 라인을 교체, 공장 이전 등을 추진하는데 여기에서 밀리면 경쟁력 자체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