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화오션 AI 안전 시스템, 노조 반대에 3년째 표류 [AI시대 노사 2.0]
노조 “대표가 사과해야 협의”
“정부, AI 촉진은 압박하면서 리스크는 떠넘기는 셈”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한화오션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7/ned/20260317170151950ybwu.jpg)
[헤럴드경제=박혜원·전새날 기자] 한화오션의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안전 기술 도입이 3년째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 관리 차원에서 도입했던 촬영 장치를 두고 노조에서 사찰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현재 법적으로도 노조 동의가 있어야 회사가 AI를 도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처럼 노조 반발로 혁신 기술 적용에 장시간이 소요될 경우 기업 경쟁력 저하라는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2024년부터 AI 기술 관련 내용이 담긴 ‘스마트 안전 구축 보고서’를 노조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안건으로 신청하고 있으나, 노조의 반대 입장으로 지속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오션 노조가처음부터 이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건 아니다. 한화오션은 지난 2024년 노조에 26가지 스마트 안전 기술 적용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중 노조는 5가지(통합관제센터 공사·전광판 설치·작업자 스마트센서·정화조 내부 카메라·충돌방지 레이더)에 먼저 동의했다. 나머지 21개 방안은 노사가 하나씩 합의할 예정이었다. 한화오션 노조 관계자는 “나머지(21개안)는 카메라를 이용해 노무 관리 혹은 현장 통제 수단으로 쓰이거나 인권 문제가 생길 우려가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노조가 ‘바디캠 사찰 의혹’을 제기하면서 계획에 본격 차질이 생겼다. 한화오션 노조는 사측이 지난해 사고 예방 목적으로 직원들에 제공한 바디캠으로 노조를 사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화오션 노조 관계자는 “노무 관리나, 작업자 현장 통제용으로 쓰지 않기로 합의했는데 회사가 어겼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한화오션 노조는 앞서 동의했던 5가지 적용 방안 동의도 철회했다.
현재 한화오션 노조는 사찰 의혹에 대해 대표가 직접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협의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사찰 의혹 자체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24시간 동안 카메라만 들여다보면서 사찰을 할 수는 없다”며 “어디까지나 안전 관리 목적으로 도입한 것을 노조가 오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HD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들이 울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장 내 안면인식기를 철거한 조합원들에 내린 사측의 징계 처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HD현대중공업 지부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7/ned/20260317170152397zdet.jpg)
AI 기기 도입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024년 회사가 설치한 CCTV가 생체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다며 직접 철거했다. 이에 회사는 노조를 업무방해, 재물손괴 동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울산지방법원은은 지난 1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여러 노동자들의 직·간접적인 노동 현장을 촬영하는 것은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될 수 있다”며 “노조 쪽이 지속적인 반대 의사를 밝혔는데도 사측은 협의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판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법부의 원칙은 두가지다. 사내 CCTV 자체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과 이의 설치시 노조의 충분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 설득 과정 없는 AI 기술 도입은 현재로서는 법의 테두리 밖에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현행법이 글로벌 경쟁을 위해 생산 혁신이 시급한 기업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AI 도입 때 몇 개월의 시간을 두고 협의해야 한다거나, 협의 내용을 어디까지 공유할지 등을 담은 정부 가이드라인이라도 있어야 한다”며 “이런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없다면, 정부가 AI 촉진은 기업들에 압박하면서 여기에 따르는 노사 리스크는 회사에만 떠넘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민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직원 정보나 영상 데이터가 사용되는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등 관련 규제를 준수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AI 기본법 내용을 다시 한번 숙지하고 회사에 필요한 조건들을 갖춰야 해 법적 리스크를 상당히 신경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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