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사역자위 "강도권 허락하려면 불가피하게 목사 자격 '남자'로 제한해야" 

나수진 2026. 3. 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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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개정 수의를 위한 서울 권역 설명회 
"여성 사역자 지위 향상 마중물 될 것…협력해 달라"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 반대 피켓팅 
여성 강도권 관련 헌법 개정을 추진해 온 예장합동 여성사역자위원회가 노회 수의를 앞두고 3월 17일 서울 장성교회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장봉생 총회장) 여성사역자위원회(여사위·조승호 위원장)가 여성 강도권 도입을 위해서는 목사의 자격을 '남자'로 제한하는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사위는 3월 17일 서울 동작구 장성교회에서 헌법 개정 수의를 위한 서울 권역 설명회를 열고, 여성 사역자 지위 향상을 위해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여사위는 지난 1월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여성 강도권 헌법 개정안과 관련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는 여사위 임원들을 비롯해 예장합동 서울 지역 노회원 등 30여 명이 참여했다.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 총신신대원 여동문회 등 여성 구성원들도 자리해 방청했다. 

"헌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지만 반대 있어…
스텝 바이 스텝으로 가야" 

이날 여사위는 여성 강도권 도입을 위해서는 목사의 자격을 '남성'으로 제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현행 헌법으로도 여성 강도권을 시행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헌법 규정상 남자와 동일하게 목사 안수까지 줘야 한다는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사위는 목사의 자격에 '남자'를 명시해 여성 안수 논란을 차단하면서, 강도권을 우선 도입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왔다. 

여사위 위원장을 2년간 맡았던 김재철 목사(장성교회)는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강도사 고시 응시 자격에는 성별 제한이 없다.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한 자로 한다'고 돼 있다. 강도권을 허락만 해 주면 얼마든지 그 조항을 가지고 총회 결의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스텝 바이 스텝으로 가야 한다. 여성 강도권이 통과되면 또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다. 교단과 총회도 앞으로는 문을 좀 더 크게 열었으면 좋겠다. 이게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재철 목사는 "예전부터 여성 사역자들에게 부탁했던 것은 '천천히 가자'였다. 이번 헌법 개정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시대에 따라 헌법은 얼마든지 수정된다. 여성사역자위가 상설화됐으니 여성 사역자들의 의견이 총회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만들고, 강도권이 통과되면 총대들의 의견이 바뀌어서 (여성 안수도) 앞으로 이뤄질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헌법 개정안이) 부결되면 당분간 (여성 강도권에 대해) 말을 못 한다. 끝나 버리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시도를 할 수 없다. 자구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적극 협력해 달라"고 말했다. 
김재철 목사는 헌법 개정 없이 여성 강도권 시행이 가능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헌법 개정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는 "강도사가 통과되면 또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여사위 헌법수의분과장 조영기 목사도 "여성 전도사님들은 목사의 자격에 '남자'를 못 박아 버리면 영원히 목사가 될 수 없지 않느냐며 반대하는데, 여성 사역자 지위 향상에 있어서 처음부터 논의됐던 것은 강도권이라도 주자는 것이었다. 현행 헌법으로 여성 강도사를 허락하도록 시도했지만, 여성 강도사를 허락하면 헌법대로 남자와 똑같이 목사 안수를 줘야 하기 때문에 반대에 부딪혔다"고 했다. 

조영기 목사는 "10년 전부터 여성 강도사가 허락되어서 지위가 향상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이 든다. (이번 헌법 개정안은) 이제라도 여성 강도사 제도를 교회 안에 정착시켜 지위를 향상하고, 신대원을 졸업한 여성 사역자들이 교회 안에서 사역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결단이다. 강도권을 허락하려면 불가불 (목사의 자격을) 남자로 개정해야 하는 게 현실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성강도사관련헌법개정위원회 위원이었던 여사위 총무 정판술 목사는 "위원회에서 문구 하나하나 고민했다. 애로사항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고민이 없었다면 헌법개정위에서 올린 법 자체가 총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부분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기다리다 보면 좋은 길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강도권 필요 이유 "교단·신학교 위기"
"성경 문자 그대로 떼어 내 해석하는 건 나이브"

여사위 관계자들은 교단·신학교·교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 강도권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호익 목사(서대신교회)는 "서울에 계신 분들은 심각한 줄 모르지만, 지역은 2030 인구 유출이 심각하다. 교회가 가진 가장 크고 많은 자원은 여성이다. 여성들이 마음껏 교회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안수를 금지해 온 성경 구절에 대해서는 문맥적·상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장호익 목사는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문화 명령과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는 지상 명령은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주어졌다. 이러한 대전제를 가지고 '여성은 잠잠하라'는 구절을 해석해야 한다. 이를 문자 그대로 떼어 내서 해석하면 나이브한 것이다. 성경 해석은 항상 문맥·배경을 살펴야지, 영원히 변함없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정직하다면 이 구절에 상황에 따른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철 목사 역시 "신학교 지원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여성 사역자들에게 문을 열어 주면 신학교에도 훨씬 많이 지원하고, 교단의 남자 목사들이 가지 못했던 부분이 여성 사역자들을 통해 충분히 정리될 수 있다"라고 했다. 여성 안수 금지 구절에 대해서도 "그 상황을 오늘날에 적용하기 힘들다. 지금 주일학교 선생님 대부분이 여자 집사님·권사님인데, '여성은 잠잠하라'고 한다면 안 그래도 줄어들고 있는 주일학교가 어떻게 되겠나"라고 말했다. 

"여성 사역자들, 데모 말고 섭리 기다려라" 발언도

설명회 1시간 전부터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이 피켓팅을 벌였다. 설명회장 안에서는 "데모가 아니라 하나님 섭리를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목사의 자격을 남자로 제한하는 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자제를 요청하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박춘근 목사(남부전원교회 은퇴)는 "이번에 여성들에게 강도권을 준다고 해도 환영할 것 같지 않다. 우리 동기 여자 전도사들은 '(여성 강도권을) 왜 (바로) 안 주냐, 뭐가 틀렸다' 이런 이야기만 한다. 만족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총회가 강도권까지 주는 것은 (문을) 많이 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에 열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면 이렇게까지 올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춘근 목사는 "여성 지위를 위해 노력하시는 목사님들을 향해 너무 항의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도록 기도해야 한다. 섭리를 믿는다면, 데모가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를 기다리는 법도 배워야 한다. '목사를 남자로 제한하면 다시는 (여성 안수가) 안 된다'고 하는데, 다시 안 되는 게 어딨나. 헌법은 계속 수정돼 가는 것이다. 원리를 따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설명회 내용이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재철 목사는 "여성 사역과 지위는 이미 성경에 나와 있다. 웬만한 남자 총대들은 다 알고 있다. 여성과 남성은 인격적으로 동등하다는 게 성경적 가치라면, 헌법을 따져 봐야 한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관습과 법이 만들어진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여성에 대한 관습이 바뀌었다면 법도 바뀌어야 한다. 반대하는 이들은 성경적 가치가 아니라 관습적 가치를 내세운다. 이걸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오늘 내용은 참 아쉽다"고 말했다. 

설명회를 방청한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 구교형 목사도 "강도사는 되는데 목사는 왜 안 되는지, 적극적으로 설명해 나가는 역할이 훨씬 필요하다. 앞으로의 활동에 그런 부분이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은 설명회 1시간 전부터 교회 입구에서 '여성 안수 원천 봉쇄하는 헌법 개정 반대' 피켓을 들고 유인물을 배포했다.
구교형 목사도 마이크를 잡았다. 여사위는 그에게 발언권이 없다며 제지하고, 급기야 마이크를 껐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여사위는 오는 19일 인천 지역(신광교회), 24일 대구·경북 지역(참좋은교회), 26일 부산·울산·경남 지역(초량교회) 순으로 설명회를 이어 간다. 예장합동 160여 개 노회들은 오는 4월부터 정기노회를 열어 헌법 개정안 수의를 진행하고, 5월 29일 총회에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나수진 sjnah@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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