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줄었다지만…수성구 학원가 불빛은 여전히 밝았다

윤정훈 2026. 3. 1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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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도 아이들로 붐비는 수성구 학원가… "학원 5개는 기본"
총액 줄고 참여 학생은 더 썼다
대구 학원 수 매년 증가… 수성구 집중 심화
사교육 양극화 심화… 공교육 입시 대응력 높여야
지난 16일 밤 9시 45분쯤 찾은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학원가. 한 학원 건물 입구에서 초등학생 수십 명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이미 인도 위에도 족히 30명은 돼 보이는 아이들이 학원 강사의 안내에 따라 줄을 서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윤정훈 기자

#지난 16일 밤 찾은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학원가. 늦은 시간이지만 거리에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오후 9시 30분쯤부터 추리닝 바지에 후드집업 또는 교복 차림의 중·고등학생들이 하나둘 거리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이었다. 잠시 뒤인 9시 45분쯤, 한 학원 건물 입구에서 초등학생 수십 명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이미 인도 위에도 족히 30명은 돼 보이는 아이들이 학원 강사의 안내에 따라 줄을 서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수성구 한 명문 여자중학교 3학년 A양과 B양에게 사교육비 총액이 전년 대비 줄었다는 조사 결과를 전하자 두 학생은 "엥? 진짜요?"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A양은 "저 같은 경우 한 달 학원비만 230만원"이라며 '국수사과영'(국어·수학·사회·과학·영어) 전부 다 다닌다. 그래서 늘 이맘때 집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B양도 "저도 수학 학원 2곳이랑 영어, 역사, 사회 이렇게 총 5곳을 다닌다. 주변 친구들도 보통 4~5개 정도는 다녀서 많이 다니는 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교육부 조사에서 사교육비 총액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구 수성구 학원가의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경기 침체 여파로 일부 학부모들이 사교육 과목 수를 줄이거나 인강으로 대체하는 사례는 있지만, 여전히 여러 과목 학원을 보내는 가정이 많아 현장 체감은 통계와 거리가 있다는 반응이었다.

◆사교육비 총액 줄어도 쓸 사람은 더 썼다

교육부는 지난 12일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교육비 총액은 27조5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7천억원(5.7%) 감소했고, 사교육 참여율도 4.3%p 줄었다. 전체 학생 기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5만8천원으로 전년보다 3.5% 감소했다.

그러나 사교육 참여 학생 기준으로 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0만4천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일반교과 과목으로 한정해 봐도 전체 학생 기준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6천원으로 전년보다 6.0% 줄었지만, 참여 학생 기준은 59만5천원으로 7.9% 늘어 증가폭이 크게 나타났다.

학교급별로 살펴봐도 전체 학생 기준으로는 초등학생은 전년 대비 2.1% 감소했고, 중학생과 고등학생도 각각 5.9%, 4.0% 줄었다.

하지만 참여 학생 기준으로는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모두 전년에 비해 0.6~2.6% 수준으로 월평균 사교육비가 증가했다.

과목별로도 전체 학생 기준으론 국어, 영어, 수학, 사회·과학 모두 사교육비가 전년 대비 줄었지만, 참여 학생만 놓고 봤을 때 전부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사회·과학 과목이 13.8%로 증가폭이 가장 컸고, 이어 ▷국어(13.1%) ▷수학(8.7%) ▷영어(6.2%) 순으로 이어졌다.

◆지역 학원 수는 오히려 매년 증가 추세

지방에서 '대치동 다음'으로 불리는 대구 수성구 학군지 학부모와 교사들 또한 이러한 조사 결과를 두고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국가데이터처 통계와 대구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대구 지역 학원 수는 오히려 증가 추세다. 대구 전체 학원(학교교과 교습학원) 수는 2021년 3천508곳에서 2022년 3천689곳, 2023년 3천922곳, 2024년 4천108곳, 2025년 4천427곳으로 매년 늘고 있다.특히 수성구의 경우 같은 기간 924→986→1천89→1천152→1천254곳으로 꾸준히 증가하며 학원 밀집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수성구 한 인문계 고등학교 1학년 학부모는 "경기가 어려워 과목마다 보내던 학원을 줄여 지금은 수학·영어 두 곳만 보내고 과학은 인강으로 돌렸다"며 "하지만 나만 줄인 것 같다. 주변 학부모들을 보면 학원을 줄인 경우는 거의 없고 여전히 기본적으로 3~4개 정도는 보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수성구 학군지 인문계 고등학교 교사 A씨는 "전체 평균으로 보면 줄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수성구 학원가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다"며 "이른바 '날라리'로 간주되는 학생들마저도 최소 한 곳 정도는 학원을 다녀서 사실상 학원을 전혀 다니지 않는 학생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교육청 규정상 밤 10시 이후 학원 수업은 금지돼 있지만 학원 독서실 이용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고, 집에서 개인 과외를 할 경우 이를 단속할 수 없어 실제 사교육 시간과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극화 양극화… 공교육 한계 근본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사교육비 조사 결과가 '사교육 양극화'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분석한다. 경기 침체로 사교육을 포기하거나 줄이는 가정이 늘어난 반면, 사교육을 지속하는 가정에서는 지출이 오히려 증가하면서 참여 여부에 따른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교육 수요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 중심 구조와 공교육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규환 계명대 교육학과 교수는 "결국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이유는 대학을 잘 보내기 위한 것인데, 현재 공교육만으로는 이를 충분히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 때문에 사교육 수요가 쉽게 줄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자율형 공립고 등 일부 학교들이 다양한 교육과정과 진로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 진학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이러한 모델을 확대하고, 수시 중심 전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공교육만으로도 입시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