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낀 내 집'은 신탁 못 맡긴다…자본시장법 개정 감감무소식

이수빈 2026. 3. 1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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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치매 노인 등 고령층의 자산 관리를 위해 신탁업 활성화를 올해 중점 추진 과제로 내걸었으나, 대출을 낀 주택은 신탁에 맡기기 어려워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발의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비금융 전문기관의 신탁 업무 위탁을 허용할 경우 신탁업자가 다양한 재산을 수탁받고 이를 분야별 전문기관에 맡겨 전문적·맞춤형 재산관리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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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2022년 신탁업 혁신 방안 발표했으나
법 개정 뒤로 밀리며 신탁 재산 범위 확대 못해
채무까지 신탁 허용해야 '주담대 낀 주택'도 관리 가능
신탁업무 위탁 규제도 신탁업 활성화 걸림돌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금융위원회가 치매 노인 등 고령층의 자산 관리를 위해 신탁업 활성화를 올해 중점 추진 과제로 내걸었으나, 대출을 낀 주택은 신탁에 맡기기 어려워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에 신탁 가능 재산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1년이 넘도록 논의 한번 못한 채 계류중이다.

(사진=연합뉴스)
대출 낀 주택은 신탁 하지마라?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신탁업 혁신 방안’을 발표한 지 4년이 지났으나 핵심 과제인 신탁 가능 재산 범위 확대와 신탁업 위탁 허용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탁 관련 사항을 규정한 자본시장법 개정 없이는 진전이 불가능한 사안이지만,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이 회기 만료로 폐기된 데 이어 22대 국회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새로 발의된 법안도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계류중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신탁 가능 재산은 금전, 증권, 금전채권, 동산, 부동산, 부동산 관련 권리, 무체재산권 등 7가지로 제한돼 있다. 신탁 가능 재산 목록에 ‘채무’가 빠져 있는 탓에 주담대 등 잔여 채무가 결부된 주택은 신탁에 맡기기 어렵다. 문제는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는 것이 일반적인 자산 형성 방법인 상황에 고령층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70세 이상 그룹의 자산구성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9.1%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신탁 가능 재산 범위에 채무를 포함시켜 주담대가 포함된 주택의 신탁 관리도 허용해야 고령층을 신탁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행법상 채무는 신탁 가능 자산에 포함되지 않아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을 신탁할 경우 두 권리가 충돌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업무상 문제를 지적했다.

신탁업무 위탁은 금융사만 가능?

신탁업무 위탁 규제도 신탁업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해외에서는 신탁 업무 일부를 비금융 전문기관에 위탁해 재산관리에 더해 법률·세무서비스 등을 함께 제공 받을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신탁업 인가를 받은 신탁업자에게만 신탁 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데, 금융회사들이 주로 신탁업을 겸영하고 있어 사실상 금융회사 간에만 신탁 관련 업무 위탁이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비금융 전문 서비스를 결부한 신탁서비스 출시에 한계가 있다.

현재 발의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비금융 전문기관의 신탁 업무 위탁을 허용할 경우 신탁업자가 다양한 재산을 수탁받고 이를 분야별 전문기관에 맡겨 전문적·맞춤형 재산관리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세제 및 법률 자문에 전문성이 있는 법무법인은 유언대용 신탁을, 반려동물 관리에 전문성이 있는 동물병원은 펫 신탁을 맡을 수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역시 신탁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편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2월 “신탁의 경우, 담보가 있는 부동산은 신탁 재산에 편입이 안 된다. 신탁 업체가 재위탁을 주는 부분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다만 법안 처리는 여전히 요원하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의 최대 관심사는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이를 제외한 다른 법안의 처리가 멈춰선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여야간 이견이 큰 쟁점 법안은 아니지만, 여야간 갈등이 있으면 있는 대로 법안 심사가 멈추고, 의견이 일치하는 법안이 있으면 그것만 원포인트로 처리하고 있어 이 법안은 뒤로 밀린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회에 법안 처리를 설명하며 진행 상황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빈 (suv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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