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창업 늘었지만 ‘성장 사다리’ 부족

| 서울=한스경제 김동주 기자 | 의사 창업이 늘고 있지만 제도와 시장 환경의 한계로 생태계 활성화에는 여전히 구조적 제약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바이오헬스정책연구센터는 '의사 창업 현황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의사 창업의 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정책적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의사 창업을 의사 면허 소지자나 의사과학자가 임상 경험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미충족 의료 수요 해결과 기술사업화를 목적으로 기업을 설립하거나 경영에 참여하는 활동으로 정의했다.
이는 단순한 개원과 달리 새로운 치료법이나 의료기술 개발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의 중요한 동력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의사는 기존 치료의 한계를 직접 경험하는 의료서비스 공급자로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고, 병원이 국가 연구개발 과제의 주요 수행 주체라는 점도 창업의 기반이 된다.
▲ R&D 편중 구조에 재무 취약…수도권 집중도 뚜렷
국내 의사 창업 생태계는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질적 성장 기반은 취약한 상태로 나타났다. 의사 창업 기업 263개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최근 10년 이내 설립됐고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으며, 평균 매출은 약 72억원 수준에 그쳤다. 업종도 장기간 연구개발과 대규모 자본 투입이 필요한 의학·약학 연구개발 분야가 절반가량을 차지해 단기간 수익 창출이 어려운 구조였다. 이로 인해 기업 절반 이상이 낮은 신용등급을 기록하는 등 재무 안정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확인됐다. 초기 단계에서는 수십억원 수준의 투자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후속 개발 자금 확보가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고 임상·허가 과정이 장기화되는 바이오헬스 산업 특성상 민간 투자만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병원 소속 의사의 겸직 제한, 지분 보유에 따른 이해상충 문제, 창업 활동을 반영하지 못하는 인사·보상 체계 등 제도적 장벽도 창업 참여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창업 역량 부족 역시 주요 문제로 제시됐다. 의사는 의료 전문성은 높지만 경영과 사업화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전문경영인이나 타 분야 전문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약 20%의 기업이 공동 창업 형태를 띠고 있었으며, 이러한 구조가 투자 유치 규모에서도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체계적인 창업 교육과 네트워크 지원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병원 차원의 지원도 기관별 편차가 크다. 일부 대형 병원은 창업 심의위원회 운영, 초기 투자, 기술지주회사 설립,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이러한 모델이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창업 환경 전반은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의사 창업에 특화된 생태계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 단순 창업 장려 넘어 '종합 지원 체계' 구축 필요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층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우선 연구와 진료에 투입되는 의사의 시간을 보전하는 인건비 지원 제도와 전문경영 인력 활용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외 창업 교육 프로그램 확대와 의료 특화 사업화 네트워크 구축, 공동연구 지원 등을 통해 창업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재정 지원 측면에서는 의사 창업에 특화된 연구개발 과제와 사업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기술사업화 성과에 대한 보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아울러 신기술의 임상시험과 시장 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규제 부담을 완화하고, 겸직과 지분 참여에 따른 이해상충 관리 기준을 명확히 하는 제도 개선도 요구됐다. 병원의 기술사업화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지분 규제 완화 역시 주요 과제로 언급됐다.
이에 보고서는 의사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언으로 ▲국가 R&D 연구비 인건비(Buy-out) 제도 도입 필요 ▲인력 활용 및 채용 지원(경영전문가, 인력채용 풀) ▲창업 교육 프로그램 및 네트워크 지원 ▲의사 창업 특화 R&D 과제 및 사업 기획 ▲이해상충 문제, B2C 시장진입 완화 등 규제 완화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성공적인 의사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단순한 창업 장려를 넘어 연구개발, 사업화, 투자, 규제, 인력 양성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흥원은 "의사 창업은 의료 현장의 미충족 수요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기술기반의 창업이 대부분으로 창업에서 겪게 되는 여러 시행착오를 줄여 실패 사례를 줄이고 성공적인 창업 사례가 늘어나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한스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