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이케아 디지털 전략 '실험인가 퇴행인가'

김하나 기자 2026. 3. 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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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seek한 분석
이케아 코리아 한국 철수설 솔솔
그만큼 최근 위기감 감돌고 있어
서울 매장 오픈 등 오프라인 강화
AI 결합한 온라인 전략 내놨지만
이케아만의 강점 없단 지적 나와

북유럽풍의 세련된 디자인, 만족할 만한 가성비에 'DIY(Do It Yourself)'까지…. 12년 전 한국 시장에 둥지를 튼 이케아는 '혁신' 하나만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세월 앞엔 이케아도 없었다. 경쟁업체들이 '디지털 실험'을 구체화하고, 빠른 배송으로 무장하면서 이케아를 벼랑으로 밀어넣고 있다. '한국 철수설'이 나도는 이케아의 현주소는 어떨까.

이케아의 오프라인 확장 전략은 사실상 실패했다. [사진 | 뉴시스]
2014년 12월, 경기도 광명시 일대가 마비됐다. 이름만으로 설렘을 선물하던 창고형 매장 '이케아(IKEA)'가 국내 1호점을 이곳에 개점했기 때문이다. 세련된 북유럽 디자인, 쇼룸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디스플레이, 그리고 이케아만의 '말도 안 되는 가격'은 국내 가구 시장의 판도를 단숨에 뒤흔들었다.

광명점은 개점 첫 1년간 308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단일 매장에서 거둔 역대급 성적표였다. 이를 발판으로 이케아 코리아(이하 이케아)는 거침없이 덩치를 키워나갔다. 2017년 고양점, 2019년 기흥점, 2020년 동부산점을 잇달아 열며 '대형 거점 중심의 확장' 공식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러던 중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도 '기회'로 작용했다. 일명 '집꾸(집 꾸미기)' 열풍이 불면서 2021년(회계연도 2020년 9월~2021년 8월) 매출은 6872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영업이익 역시 29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영원할 것만 같은 '독주'였다.

■ 달라진 이케아 입지 = 하지만 2022년을 기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꺾이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근 이케아의 성적표는 정체를 넘어 '퇴보'의 징후까지 엿보인다. 이케아의 지난해 매출은 6393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달랐다.

2021년 290억원대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0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23년 26억원까지 곤두박질쳤다가 2024년 186억원으로 반등하는 듯하더니 1년 만에 다시 41.3%(전년 대비) 급감했다. 외형은 유지했을지 몰라도 속은 곪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한국 시장 철수설'이 확산하고 있다. 이케아 관계자는 "국내 시장 철수 계획은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적어도 이케아 안팎에서 '경고등'이 울리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이케아 역시 성공 방정식이던 '교외 대형 거점' 전략을 전면 수정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과거의 확장 방식으론 더 이상 한국 시장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거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가 지난해 4월 오픈한 서울 강동점이다.

[사진 | 더스쿠프 포토]
서울 입성은 이케아가 2014년 국내에 둥지를 튼 이래 처음이다. 기존 이케아 매장은 모두 대규모 단독건물 형태였지만, 강동점은 고덕비즈밸리 내 초대형 쇼핑ㆍ문화ㆍ업무 복합시설인 '강동 아이파크 더 리버'에 입점했다. 이를 기점으로 이케아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팝업스토어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고객 접근성 개선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케아는 동시에 디지털 전환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신호탄은 2024년 도입한 인공지능(AI) 기반 홈퍼니싱 툴 '이케아 크레아티브(IKEA Kreativ)'다. 이케아 크레아티브는 집 공간을 3D로 구현해 가구를 가상으로 배치해 볼 수 있도록 돕는 AI 기반 시각화 서비스다. 이케아로선 온라인에서도 매장 쇼룸과 유사한 홈퍼니싱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 낡은 혁신카드와 난제 = 관건은 이케아가 꺼내든 전략이 소비자의 마음을 관통할 수 있느냐다. 쉽지는 않다. 무엇보다 오프라인 전략은 신선하지 않다. 웬만한 유통 채널은 모두 도입한 어쩌면 '낡은 기법'이다.

디지털 실험 역시 마찬가지다.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앞세운 플랫폼들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제한적이다. 가령, 모바일 플랫폼 '오늘의집(버킷플레이스)'은 수백만명의 이용자가 직접 올린 실제 거주 공간 사진을 통해 '쇼룸'을 무한대로 펼쳐놓고 있다. 같은 구조의 집에 사는 이용자끼리 인테리어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기능도 활발하다.

특히 다른 이용자가 올린 실제 집 사진 속 제품을 '플러스 태그'로 바로 확인하고 구매하는 시스템은 오늘의집이 이미 10년 전에 도입한 기술이다. 2014년 오늘의집 서비스 초기부터 적용된 플러스 태그는 2016년 커머스 서비스가 시작한 이후 '콘텐츠-커뮤니티-커머스' 결합 모델을 강화해주는 역할을 했다.

이케아 앞 난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이케아의 장점이던 '합리적 가격'마저 옛말이 됐다. 예컨대 쿠팡, 네이버 쇼핑 내 다양한 리빙 브랜드들은 당일ㆍ익일 배송은 물론, 전문 기사가 방문해 설치까지 해주는 서비스를 보편화했다. 이에 따라 가성비를 핵심 가치로 내세운 이케아는 배송ㆍ설치ㆍAS를 포함한 '최종 구매 비용'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졌다.

[사진 | 뉴시스]
이케아의 상징이던 'DIY(Do It Yourselfㆍ직접 조립하는 즐거움)' 역시 한국 소비자에겐 '돈 내고 하는 노동'으로 전락했다. 이케아 역시 조립과 설치를 기사가 대신 해주는 서비스를 옵션으로 제공하지만, 각각 추가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가격 이점도 없다.

가구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는 초기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국내 가구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웠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이케아와 유사한 제품에 낮은 가격, 설치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플랫폼이 늘면서 예전만큼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케아의 위기는 '콘텐츠의 주도권'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넘어간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종우 남서울대(유통마케팅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과거에는 기업이 만들어 보여주는 쇼룸이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만들고 공유하는 콘텐츠가 구매를 결정짓는 시대다. 패션 시장이 대표적이다. 의류 역시 사이즈나 어울림 문제 때문에 온라인 판매가 쉽지 않았지만,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트렌디한 스타일러와 일반 이용자들이 올린 착용 콘텐츠를 통해 그 장벽을 낮췄다. 가구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오늘의집'처럼 실제 거주 공간을 공유하는 커뮤니티형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기업이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쇼룸 경험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있다."

쉽게 말해 이케아가 고수해 온 '기업 주도의 경험 전달' 방식이 한국의 역동적인 디지털 생태계와 충돌하며 한계에 부딪혔다는 거다. 이 교수는 "앞으로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경험을 제시하는 방식보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여기에 이케아만의 제품 차별성과 매장 접근성까지 함께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룡' 이케아는 변화한 소비 환경 속에서 다시 한번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을까.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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