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범죄 꿈꾼 3인조 강도…‘쇼핑백’에 덜미

지난 9일, 충북 진천군의 한 시골 마을이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3인조 괴한이 대낮에 주택에 침입해 일가족을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으려다 도망가는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사건 초기 괴한들의 정체도, 도주한 경로도 쉽게 특정되지 않아 수사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고, 마을 주민들은 괴한들이 언제 다시 들이닥칠까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완전 범죄를 꿈꿨던 강도들은 경찰이 찾아낸 결정적인 단서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 도박장 등에서 만난 3인조... 한 달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 꾸며

피의자 일당은 모두 50대 남성이었습니다. 과거 교도소 수감 생활 도중 알게 됐거나 도박장 등에서 만난 사이였습니다.
이들은 사업 실패 등으로 얻은 빚을 갚거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용직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결국 다시 범죄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사전 조사로 본인들과 연고가 없는 충북 진천의 한 주택을 범행 장소로 미리 정해놓고, 무려 한 달 동안 치밀하게 계획을 짰습니다.
범행 하루 전인 지난 8일 일당 중 2명이 경북 포항에서 승용차를 빌린 뒤 충남 당진까지 이동해 나머지 1명과 합류했습니다.
이어 충북 청주로 이동한 이들은 찜질방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기차를 타고 충북 음성역으로 갔습니다. 음성역 근처에서 옷과 신발을 갈아입은 3인조는 택시를 타고 충북 진천으로 이동했습니다.
이틀 동안 경북 포항에서 충남 당진, 충북 청주, 음성, 진천까지 5개 지역을 여러 교통수단으로 오가며 자신들의 동선을 최대한 숨기려고 한 겁니다.
택시에서 내린 3인조는 범행 대상으로 점찍은 주택까지 걸어서 이동하며, 택시 운전기사에게도 정확한 목적지가 드러나지 않도록 했습니다.
■ 대낮 주택에 침입한 3인조 강도... 공포에 휩싸인 한적한 시골 마을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이들은 범행 대상 집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습니다. 집에 있던 피해자는 한적한 시골 마을, 낯선 방문객에게도 별다른 의심 없이 문을 열어줬고 이때부터 한낮의 공포가 시작됐습니다.
강도로 돌변한 3인조는 80대 할머니와 손자 등 일가족 4명을 위협해 손발을 케이블 타이로 결박하고, 이불을 뒤집어씌웠습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삼단봉으로 이들을 폭행하며 금고 비밀번호와 지갑을 요구했습니다. 여기까지는 3인조가 미리 계획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갔습니다.
하지만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피해자 한 명이 탈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당황한 3인조는 금품을 빼앗지 못한 채 피해자들의 휴대전화와 자동차 열쇠만 챙겨 집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차를 타고 도주하려 했지만, 전자식 기어 조작법을 몰라 자동차와 열쇠는 그대로 둔 채 근처 야산으로 달아났습니다.
대낮에 벌어진 3인조 강도 침입 사건에 경찰과 마을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 뛰는 강도 위에 나는 경찰...'작은 단서'로 일망타진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3인조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신원 특정이 어려웠고, 이들이 달아난 야산 쪽에 CCTV가 없어 도주 경로를 추적하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피해자들이 "한국말이 어눌했다"고 진술해, 수사 초기에는 용의자가 외국인일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3인조가 노린 완전범죄는 경찰의 꼼꼼한 수사에 금세 덜미를 잡혔습니다.
경찰은 탐문 수사와 CCTV 역추적 등으로 이들이 음성역에서 옷을 갈아입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음성역 근처를 샅샅이 뒤지던 중, 수상한 쇼핑백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3인조가 옷을 갈아입은 뒤 버리고 간 쇼핑백이었습니다.
범행 준비 과정에 장갑을 끼는 등 치밀함을 보였던 3인조 강도였지만, 쇼핑백에 남은 작은 흔 적까지 지우지는 못했습니다. 바로 지문이었습니다.
경찰은 이 쇼핑백에 남아 있던 단서를 토대로 수사를 확대해 용의자들을 하나씩 특정해 갔습니다. 그리고 전국을 오가며 탐문과 잠복 수사를 벌인 끝에, 범행 나흘 만인 지난 13일 오전 경북 포항과 충남 당진에서 3명을 모두 검거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이들은 외국인이 아니라 경상도 사투리가 심한 내국인들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15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청주지방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3인조는 '범행을 왜 저질렀는지', '피해자들에 대해 사전에 조사를 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법원으로 향했습니다.
청주지법은 특수강도 혐의를 받는 3인조에 대해 "도주의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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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연 기자 (al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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