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동에서] “초음파 꼭 해야 하나요” 하얀 도화지 속 하얀 점 찾기

"몇년 동안 계속 치밀유방이라고 진단받으셨었네요. 유방 초음파 검사를 추가로 하셔야 한다는 이야기 못 들으셨어요?"
"그렇게 중요한 검사인지 몰랐죠. 병원에서 좀 더 강력하게 말씀해 주시지 그랬어요."
진료실에서 환자들과 나누는 흔한 대화 중 하나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암 통계에 따르면, 인천에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유방암이라고 한다. 유방암은 전 세계 여성 암 발생률 1위를 차지할 만큼 흔한 질병이지만, 역설적으로 '희망적인 암'이기도 하다.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5% 이상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난 뒤 병원을 찾으면 치료 과정은 훨씬 복잡하고 고되어진다. 이것이 우리가 '아무 증상이 없을 때'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검진 결과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치밀유방'은 그 자체로 암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유방은 지방 조직과 유즙을 만드는 실질 조직(유선 등)으로 구성되는데, 유방 촬영(X-ray) 상에서 지방은 검은색, 실질 조직은 하얀색으로 보인다. 치밀유방이란 이 하얀색 실질 조직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해 조직이 촘촘하고 단단하게 뭉쳐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유방암 세포 역시 유방촬영(X-ray)에서 실질 조직과 같이 하얗게 보인다는 점이다. 마치 흰 도화지나 캔버스 위에서 흰 점을 찾는 것과 같은 '가면 효과'가 발생한다. 치밀도가 높을수록 암세포가 숨어버릴 가능성이 커지며, 통계적으로도 치밀도가 높을수록 유방암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본인이 치밀유방이라는 판정을 받았다면, 숨어있는 혹을 찾아낼 수 있는 '유방 초음파' 검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유방암 검진은 연령에 따라 단계별로 접근해야 한다. 30세 이후에는 매월 생리 종료 후 3~5일 사이에 유방을 만져보며 변화를 살피는 '자가 검진'을 습관화해야 한다. 35세 이후에는 2년 간격으로 의사에 의한 전문적인 임상 진찰을 권장한다. 40세 이후가 되면 1~2년 간격으로 유방 촬영술(X-ray) 및 전문의 진료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 여성은 서구 여성과 비교하면 치밀유방 비율이 매우 높다. 유방 촬영술(X-ray)만으로는 정확한 판독에 한계가 있으므로, 반드시 초음파 검사를 통해 보완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병원을 찾은 여성들에게 과잉 검사 요구로 또는 가혹한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권하는 것은 병원이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놓칠 수 있는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유방 검진은 단순히 병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무서운 시간이 아니다. 내 몸의 변화를 관찰하고 소중히 여기는 가장 적극적인 자기 관리이자 사랑의 표현이다.
올해 내가 검진 대상자인지 확인해 보자. 그리고 사랑하는 엄마, 아내, 딸에게도 검진의 중요성을 전해보자. 가장 빠른 유방암 검진이 나의 일상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패가 되어줄 것이다.
/최수정 인천권역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센터장·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임상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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